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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주민, "당당히 승리의 깃발을 내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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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주민, "당당히 승리의 깃발을 내걸 것"

[부안르포]1만5천여명 대규모 집회, 경찰과 충돌 없어

8천여명이 동원된 '경찰 계엄'도 참여정부에게 '민주주의'와 '참여'를 가르치기 위한 부안 주민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비가 내린 후 강풍이 불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29일 오후 1만5천여명의 부안 주민들은 8일째 경찰들에게 빼앗겼던 수협 앞 광장을 다시 '반핵'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과 촛불로 가득 채웠다.

<사진 촛불집회>

***부안 주민 1만5천여명, 수협앞 광장 되찾아**

'경찰 계엄' 8일째를 맞는 29일 부안읍에서는 무장한 검은 옷의 전∙의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2시가 넘으면서 수협 앞 광장은 노란색 옷을 입은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다시 생기가 돌았다. 8일만에 단상도 다시 만들어졌다.

수협 앞부터 도로를 따라 주민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았고, 근처 인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부안 주민들의 표정은 예상외로 밝았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34)씨의 표정도 밝았다.

8일만에 촛불시위에 나왔다는 김모씨는 "그 동안 경찰들도 보기 싫고, 왠지 숨어서 하는 것 같아서 촛불집회도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오랜만에 많은 주민들과 함께 이 곳에 있으니 기분이 좋다"고 얘기했다. 6살 손녀의 손을 잡고 온 신모(62)씨도 "경찰들이 안 보이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동감을 표시했다.

<사진 아줌마>

주민들의 밝은 표정은 경찰들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자와 안면이 있는 자영업을 하는 신모(53)씨는 반가운 표정으로 얘기를 꺼낸다. "이제 자신이 생긴 거지.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오랜만에 광장을 찾은 주민들의 생기 있는 모습은 바로 자신감에서 나왔던 것이다. 그런 자신감은 1만5천여명이 모인 '7만 군민 결의대회'가 열리는 3시간 내내 수협앞 광장을 가득 채웠다.

***"부안 사람들의 고통은 노동자가 당하는 고통"**

29일 3시 풍물놀이로 시작된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부안 외부의 광범위한 연대였다. 이미 대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민주노총과 농민회 전북도지부와 민주노동당원 3백여명은 터미널 앞에서 사전 집회를 갖고, 부안 주민들에 대한 연대 활동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들은 대회 내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경찰의 개입에 대비, 대열 맨 끝에서 부안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 방패'를 자처했다.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민주노총 김형탁 부위원장의 연대사가 시작됐다. 김형탁 부위원장은 "부안 사람들의 고통은 노동자들이 연이어 분신하는 데도 오히려 노동자 가슴에 대못을 박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당하는 노동자의 고통과 다를 바 없고, 노동자들의 억울한 심정은 바로 부안 주민들의 억울한 심정과 같다"면서 "민주노총은 끝까지 부안 주민과 연대해, 부안의 싸움을 전국적인 싸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원로인 강희남 목사도 연대사를 통해 "일개 군 단위에서 정부를 비롯한 공권력에 맞서 4개월에 가까이 싸운 사례는 우리나라 민중 운동 역사상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정부가 먹으로 쓴 역사가 민중이 피로 쓴 역사를 가로막을 수 없다"는 중국의 사상가 노신의 말을 인용해 부안 주민의 투쟁이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1980년 광주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민주주의를 향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주주의'와 '참여'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을 시정하는 첫 단추를 꿰는 일을 부안 주민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국제연대>

25~26일 부안에서 열린 국제 반핵포럼에 참가했다가, 부안 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비행기표도 반납하고 집회에 참석한 독일의 핵물리학자 오다 베커 씨도 "부안 주민들의 싸움에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깜짝 놀랄 경찰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주민들의 용기가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베커 씨는 "경찰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는 즉시 부안의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고생, 눈물로 부안 주민 울분과 억울함 호소**

5시30분경 결의대회가 끝나고 김인경 교무가 '반핵 연등'에 점등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 1백28일째 촛불집회는 시종일관 부안 주민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부안 주민들은 8일만에 광장에서 여는 촛불집회를 마음껏 즐기려는 듯, 군데군데 폭죽을 터뜨리고 초등학생들의 섹스폰 연주에 맞춰 '아침이슬' 등 노래를 부르며 촛불을 흔들었다.

특히 촛불집회에는 부안여고 1학년에 재학중인 장윤아 학생이 10여분에 걸쳐 부안 주민들의 울분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진 여고생>

장윤아 학생은 "검은 옷과 전∙의경들의 발자국만 들어도 온몸이 오싹해진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더 강해지고, 응집된 모습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윤아 학생은 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먼저 돌을 던지는데 가만히 서서 맞기만 하는 사람이있겠냐"면서 "부안 사람들을 폭도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은 부안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환한 표정 맑은 마음을 가진 부안 사람들에게 누가 독기를 심어줬느냐"면서 "시위 현장을 포위하고 눈으로 보이는 촛불은 얼마든지 끌 수 있었도 군민 마음속의 촛불은 절대 끌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아 학생은 마지막으로 "반드시 우리는 당당한 승리의 기쁨을 내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것은 글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장윤아 학생에게 큰 박수를 보낸 부안 주민 모두의 바람이자 다짐이었다.

***경찰과 충돌 일체 없어, 전북경찰청장 발표는 "전혀 사실 무근"**

29일 집회는 경찰과 충돌은 일체 없었다. 6시30분경 주민들은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별다른 행동 없이 삼삼오오 집으로 귀가했고, 일부 주민들은 남아서 단상을 철거하고 거리를 깨끗이 정리했다.

<사진 모금함>

한편, 김병준 전북경찰청장은 28일 "29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경찰 병력을 일부 철수하겠다"면서 "대책위와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대책위의 이현민 정책실장은 "전북경찰청장과 대책위 사이에는 전혀 물밑 접촉이 없었다"고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전북경찰청장의 얘기를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현민 정책실장은 "도덕적 명분은 부안 주민들이 우위에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를 훼손시키기 위한 경찰의 도발에 평화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의 직접 행동을 당분간 자제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을 통해 도덕적 명분이 뒤지는 청와대와 정부의 행동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16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가 우선 월요일부터 농성 장소를 서울로 옮겨 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다. 부안 주민들도 12월6일 대규모 집회를 한차례 여는 데 이어, 13일에는 매년 서울에서 개최했던 전국민중대회를 부안에서 열 예정이다. 현재 부안은 승리를 향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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