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 파병을 협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이한 직전 북한을 ‘사악한 정권’이라고 규정해 미국의 조지.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으로 규정하는 인식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럼즈펠드는 또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 한국의 파병결정을 당연시하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을 '악'으로 규정한 미 행정부 인식 변함없어**
1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경기도 오산시 미 공군기지에서 행한 연설에서 “억압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아이들이 야위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무)껍질을 먹고 있는데 사악한 (북한)정권은 무기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는 또 북한의 쿠데타 발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인생에 있어 어떤 것도 영원할 수는 없다. 어느 시점에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일정권이 쿠데타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 교도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해 북한을 자극했던 ‘악의 축’ 발언을 연상시키는 럼즈펠드 장관의 이번 발언은 제2차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미묘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비위를 상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1차 6자회담을 앞둔 7월 말에도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북한 주민의 생활을 ‘지옥 같은 악몽’으로 만든 ‘잔혹한 독재자’로 묘사하자, 북한은 8월 2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볼튼을 미 행정부의 관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반발해 회담 개최가 무산될 위기를 겪기도 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공개언급**
럼즈펠드 장관은 또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가 50년전 우리의 젊은이들을 한국에 파병했던 것과 똑같은 이유"라고 답해, 한국의 파병 결정을 '보은론'의 차원에서 당연시했다.
럼즈펠드는 이어 한국의 자주국방 문제와 관련, 그는 "이제는 한국도 보다 자주적이 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할 때"라며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은 미국에 안보를 덜 의존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고 말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상당한 규모의 병력 감출을 가져올 주한 미군 재배치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미 국방부는 3만7천명의 주한미군 중 1만2천명 정도를 본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 포스트(WP)는 이와 관련, 18일(현지시간) “미군 합동참모본부는 ‘더 적은 병력으로 단기전을 펼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한반도 유사시 전쟁 계획인 작전계획(작계) 5027을 포함해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84개의 전쟁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합참의 고위관리는 “한반도의 새 전쟁 계획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지상군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공군력을 즉각 투입하고 첨단 레이저로 적의 박격포와 야포를 정밀 타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재 작계 5027에 따르면 개전 후 30일 안에 미 지상군 69만명, 4개 항모전단의 대규모 증원군이 도착하도록 돼 있다 작계 5027은 미 국방부의 한반도 작전계획(OPLAN)으로 1974년 작성 이후 1, 2년마다 수정된다.
그 내용은 △1단계:미군의 신속전개억제전력 배치 △2단계:서울 이북지역에서 북한군 남침 저지 △3단계:북한 주요 전투력 격멸 뒤 북진 △4단계:평양 고립 △5단계:한국 주도의 통일 등으로 알려졌다.이 계획의 책임자인 피터 페이스 미 합참부의장은 “이라크전 초기 계획에서는 5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16만명이 동원됐다”며 “더 적은 병력으로 압도적인 무력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P는 “미 국방부는 냉전시대에 구축됐던 독일과 한국의 대규모 기지 대신 동유럽과 아프리카 등 각지에 소규모 전진기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쪽으로 해외주둔전략의 획기적 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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