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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경제팀 신뢰하는 것 같다"

권오규수석 주장, 청년실업-30대실업률은 급증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이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팀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것 같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권 수석의 주장이 만에 하나 사실일 경우 대통령의 경제관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권오규 "노대통령, 경제팀 신뢰" 주장**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은 13일 현재의 경제여건에 대해 "각종 경제지수를 볼 때 바닥을 친 것 같다"면서 "내년 경제를 희망적으로 본다"고 향후 경제를 낙관했다.

권 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12월말에 가서 여러가지를 평가, 새해 경제정책을 수립하겠지만 거시경제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매달 열리는 거시경제 점검회의에서도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면서 "특히 노무현 대통령도 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으며 경제팀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권 수석의 이같은 주장은 권 수석 또한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자신의 수장격인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등 경제팀이 최근 아파트투기 거품 예방 실패, 경제난 심화 등의 이유로 경질 직전의 위기에 몰린 점을 안타까이 여겨 이를 방어하기 위한 립서비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면서까지 대통령이 경제팀을 신뢰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대목을 보면 단순한 립서비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년실업-30대실업 급증**

요즘 수출이 기대이상의 활황세를 구가하고 13일 주가가 8백10선을 돌파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외형상 경기는 분명 종전보다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권오규 수석의 '내년경기 낙관론'과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대통령의 경제팀 신뢰' 주장도 이같은 경제여건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ed) 의장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전문가들이 향후 경기전망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숫자가 다름아닌 '실업률'이다. 이 잣대로 우리 경제를 들여다보면 지금 경제상황은 '아니올시다'이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76만5천명으로 전달보다 3만5천명(4.8%)이 증가했고 실업률도 3.3%로 0.1% 포인트가 상승했다. 또한 1년전인 작년 10월에 비하면 실업자는 12만6천명이 늘었고 실업률은 0.5% 포인트가 높아졌다.

통상 10월은 연초에 배출된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시기여서 실업률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반대로 더 올라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했다. 특히 심각한 대목은 청년층(15~29세)과 30대 실업률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령계층별로는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이 전달보다 0.7% 포인트(3만6천명)가 증가한 7.3%(35만6천명)로 치솟으며 석달만에 다시 7%대에 재진입했다. 특히 15∼19세의 10대 실업률은 3.2% 포인트가 상승하며 무려 12.7%에 달했고, 20대는 0.5% 포인트가 오른 7.0%를 기록했다.

30대 실업률도 3.1%로 전달보다 0.1% 포인트 올라 3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30대 실업자 수는 지난해 10월보다 1만7천명 늘어난 19만6천명으로 집계돼 지난 2001년 4월이후 30개월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들리는 "38선(명예퇴직 연령 38세)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이같은 청년실업과 30대실업의 급증현상은 우리경제가 비용절감형 구조조정에 치중할뿐, 새 일자리를 창출할 신성장산업을 찾는 데 실패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력이 급속히 쇠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다.

경제의 밑둥이 이처럼 가라앉고 있는 과정에 나온 말이기에, 권오규 정책수석의 발언은 그만큼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몇달뒤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식의 핑크빛 전망이 아닌, 한국경제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자기해부와 자성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경제팀 최우선 교체대상**

지난 11일부터 참여연대가 연말 개각에 대비해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교체대상 장관' 여론조사를 보면, 13일 오후 5시 현재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1천4백56표로 24.9%를 차지해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전날까지만 해도 조영길 국방장관이 차지했던 것을 13일에는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이 8백35표(14.3%)로 추월했고, 조 국방장관은 7백72표(13.2%)로 3위로 내려갔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 다수가 현 경제팀을 각료들 가운데 최우선 교체대상으로 꼽고 있을 정도로, 경제팀의 국정운영에 대해 최하위 낙제점을 주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오규 정책수석은 "대통령이 경제팀을 신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권 수석의 '착각'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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