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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로 실형 선고된 것은 단 4건뿐!

반복되는 동물학대 사건...동물권 인식 확산 절실

예미숙 씨가 고양이 '자두'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겨울이었다. 예 씨가 신도림에서 가게를 운영할 당시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였다. 예 씨는 자두와 자매인 살구를 2018년 1월 구조해 입양했다. 자두는 또래의 다른 고양이보다 체구도 작고 몸도 약했다. 예 씨에게 자두는 그저 고양이가 아니라 막내딸이었다.

"하악질도 할 줄 모르고 야옹거리는 소리도 안 내던, 겁 많고 얌전한 아이였어요. 사람으로 치면 수줍음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

자두는 지난 7월 16일, 30대 남성 정 씨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정 씨는 화단에서 자고 있던 자두의 꼬리를 잡고 수차례 내려친 뒤 머리를 밟아 잔혹하게 죽였다. 정 씨가 자두를 학대해 죽이던 장면은 근방에 있던 시민이 촬영해 인터넷에 삽시간에 퍼졌다. 5일 만에 경찰에 잡힌 정 씨는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라고 자두를 죽인 이유를 말했다.

예 씨는 현재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환각이 보일 정도로 충격이 큰 상태다. 그런 와중에도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위해 나서고 있다. 예 씨를 돕고 있는 마포동네친구고양이(마동친)도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며 여러 곳에 알리고 청원동의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두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아 강력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은 13일 오전 11시30분께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마포구에서는 8월 1일부터 '동물보호과'가 신설돼 길고양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예 씨의 가게 마당에 만들어진 자두의 무덤 ⓒ프레시안(조성은)

처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경각심 없어

자두사건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7월 24일,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토막난 고양이 사체 일부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CCTV도 없고 주차장도 없어 블랙박스 영상도 확보할 수 없었다. 30일에는 머리에 화살촉이 박힌 고양이가 발견돼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동물학대범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처벌 수위는 여전히 매우 낮다. 자두사건의 가해자는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범행을 대부분 인정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마동친 회원 김은아 씨는 "불구속된 그 가해자는 여전히 이 근처에 산다"며 조심스럽게 재범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그 가해자가 자두한테만 그랬을까 싶다"며 "캣맘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 날부터 안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어디로 갔겠느냐"라고 말했다.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학대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 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512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4건 뿐이다. 이마저도 동물 학대 외의 다른 혐의가 있었기에 실형이 선고됐다.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

현행법상 동물은 생명이 아닌 사람의 소유물이다. 자두사건의 가해자 정 씨에게 적용된 죄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죄다. 자두가 길고양이가 아니라 주인이 있는 고양이었기 때문에 재물손괴 죄가 적용됐다. 동물학대 죄는 최대 2년의 실형이 선고되지만 재물손괴 죄는 최대 3년이 적용된다. 2017년 길 잃은 반려견을 탕제원에 넘긴 '오선이 사건'의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과 함께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됐다.

동물학대 죄만으로는 구속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상참작요소가 있으면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2015년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산 채로 끓인 '나비탕 사건'도 '어려운 생계를 위한 것 이었다'는 사유가 참작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우리 동물보호법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고의성과 상해의 증명, 인과성 등이 모두 입증돼야 했다"고 말했다. 채 팀장은 "그나마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이전까지 학대에 포함되지 않았던 '방치'라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가 학대의 범주에 포함됐다"면서도 "방치의 경우, 이로 인해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고, 동물의 '신체적 고통'도 증명하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동물학대, 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동물학대가 동물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을 싫어해서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푼다는 것이다.

실제 대다수 연쇄살인범들은 사람을 죽이기 앞서 동물을 학대, 살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최소 30명 이상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나 존 웨인 게이시는 유년기 반려동물을 학대했던 전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강호순과 유영철도 본격적으로 살인을 시작하기 전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살해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대 교수 시절 "분노와 공격성이 강한데 차마 사람에게는 표출하지 못해 처음에는 동물을 선택하게 되고 결국은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에게 옮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FBI는 동물학대를 폭력적 범죄의 조기지표로 규정하고 2015년부터 동물학대 범죄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동물학대가 가정폭력이나 노인학대, 아동학대, 연쇄살인 및 총기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FBI의 입장이다.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FBI는 동물보호단체와 공동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범죄 수준의 동물학대의 경우 반사회 범죄의 하나로 분류해 중범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다.

생명 존중의 시작...이제는 '동물권'을 논해야 할 때

동물권은 동물도 인간처럼 타인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고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유네스코는 1978년 10월, '세계동물권리선언'을 통해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게 생존의 권리, 존중될 권리를 가지며 어떠한 동물도 학대 또는 잔혹행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독일은 이미 1990년 민법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세계 최초로 연방헌법에 "국가는 생명의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고 명시해 헌법으로 동물을 '생명체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스위스 또한 199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동물을 사물이 아닌 권리를 가진 생명의 주체로 인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3월, 대통령 개헌안에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사실상 동물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비록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동물권 운동에서 진일보한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동물권에 관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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