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K비자금 사건과 관련,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이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이라며 "모든 허물,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날 대선자금 모금과정에 대한 사전, 사후 인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해 SK 비자금 관련 핵심 의혹을 비껴갔다.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마땅"**
이 전 총재는 이날 "정치개혁을 주장해왔고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왔던 저로서는 입이 열개라 해도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위선적인 행동이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이 못난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신 국민 여러분께,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바로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국민여러분께 무릎을 꿇고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지금 대선 당시 사무총장과 재정위원장, 그리고 재정국장 등 당직자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라며 "당을 위해 심부름한 죄밖에 없는 재정국장의 구속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보고 저는 참담한 심정에 견딜 수가 없다"며 이재현 전 재정국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 분들은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직자로서 당과 대선승리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앞장서다가 이렇게 됐다"며 "모든 책임은 이들보다 대통령후보였던 저에게 있으며,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끝으로 "저에게 삶의 꿈을, 삶의 희망을 걸었던 수많은 국민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드린 제가 어떻게 해야 속죄를 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검찰이 소환 요구하면 응하겠다"**
이 전 총재는 이어 가진 일문일답에서 SK 비자금 사건 책임문제와 관련, "말 그대로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이며 법적 책임도 당연히 포함된다"면서 "검찰이 소환을 요구하면 피하지 않고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비자금 모금과정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혹은 사후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내가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며 "모든 책임은 후보였던 내가 지겠다"는 말로 비껴갔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정계복귀 여부에 관해선 "나는 대선 직후 이미 정계를 떠났다"며 "지금 정계복귀를 운운하는 것과 관련해 나올 말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대국민사과 발표를 위해 30일 9시40분 쯤 당사앞에 도착한 이 전 총재는 임태희, 윤여준 의원 등 측근 및 30여명의 당직자들의 마중을 받았다.
이 전 총재는 엘레베이터로 7층 대표실로 이동하며 "오랜만에 오니까 좋군, 감개가 무량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대표실 앞에선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가 마중나와 있었다. 최 대표는 "미안합니다"라고 이 전 총재에게 짤막한 인사를 건넸으나, 이 전 총재는 아무 말없이 쓴 웃음만 지었다.
대표실에 도착한 후 이 전 총재는 최 대표, 홍 총무를 비롯, 양정규 의원 등이 함께 한 가운데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 전 총재가 이해구 의원에게 "(수지 김 사건 관련) 요새 곤욕을 치르시는 것 같다"고 하자, 이에 이해구 의원은 "괜찮습니다. 전 전혀 관계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최 대표는 "기자들이 많이 왔네"라고 혼자말을 했고, 이 전 총재는 "차나 한 잔 안주나"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10시 정각 기자실에 도착, 미리 준비한 대국민사과문을 낭독 했으며, 10시20분 쯤 홍사덕 총무 등의 배웅 속에 당사를 떠났다.
***이회창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오늘 비통한 심경으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이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병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입니다. 법과 원칙에 평생을 바쳐온 저로서는 자책감에 참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작년 대선 직후 저는 정치를 떠났습니다. 정치를 떠난 제가 오늘 국민앞에 다시 선 것은 아직도 남아 있는 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선 당시의 사무총장과 현 대표가 이미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허물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정치개혁을 주장해 왔고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 왔던 저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위선적인 행동이었다고 비난받아도 할말이 없습니다. 그동안 이 못난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신 국민 여러분께,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국민 여러분께 무릎을 끓고 사죄드립니다.
사랑하는 한나라당 당원 동지 여러분 대선패배로 이미 죄인이 된 제가 동지 여러분의 가슴에 또 못을 박는 것 같아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여러분의 허탈과 분노를 어찌 제가 모르겠습니까
지금 우리당은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는 오직 용기와 단합만이 우리를 구할 것입니다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고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일이 당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을 바랍니다
지금 대선 당시 사무총장과 재정위원장 그리고 재정국장 등 당직자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입니다. 당을 위해 심부름한 죄밖에 없는 재정국장의 구속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보고 저는 참담한 심정에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분들은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직자로서 당과 대선승리를 위해 누구보다도 헌신적으로 앞장서다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당원 여러분, 저를 꾸짖으시더라도 이들에게는 여러분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합니다.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모든 책임은 이들보다 대통령후보였던 저에게 있습니다.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저 어찌 개인적인 소회가 없겠습니까. 저는 평생 학과 같은 삶을 살기를 동경했습니다. 정치에 들어와서도 대통령이 된다면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진흙탕과 같은 정치의 마당에서 저의 이런 꿈은 허망한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선 이 시점에 저는 지금까지의 제 삶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었던가 참담한 심정으로 되돌아 봅니다. 저에게 삶의 꿈을 삶의 희망을 걸었던 많은 국민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드린 제가 어떻게 해야 속죄를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충심으로 사죄드립니다
2003년 10월 30일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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