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29만원이 자신의 금융자산의 전부라고 주장해온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실제로는 1천억원의 자금을 무기명 채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천억원대 무기명 채권 매입 정황 포착**
27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은닉해 놓았던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돈세탁한 혐의를 포착,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전씨가 최대 3천억원의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다는 소문이 시중에 무성했으나 구체적인 돈세탁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 검사장)는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98년 1월부터 4월사이 1천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세탁한 정황을 포착하고 명동 사채업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지금까지 소환된 사채업자들로부터 밝혀낸 금액만 1천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대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김영완씨 돈세탁 흐름을 추적하던 중 전씨의 돈세탁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검찰의 수사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27일 오전 중 수사기획관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전씨의 돈세탁은 지난 98년 시중은행 간부 출신인 김모씨 주도로 증권금융채권 등 5년 만기 무기명 채권(속칭 '묻지마' 채권)을 집중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는 정부가 IMF 환란 극복을 위한 지하자금 양성화 조치로 자금출처 조사 및 상속세가 면제되는 증권금융채권, 고용안정채권 등 무기명 장기채권을 무더기로 발행했던 시기였다.
재임 당시 조성한 비자금을 일반 채권 등의 형태로 보관해 오던 전씨측은 이를 기회로 무기명 채권을 매입해 자금세탁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채권 매매에 필요한 가.차명계좌 명의를 빌려준 사채업 관계자들로부터 당시 세탁된 자금이 전씨의 비자금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비자금 확인시 전액 추징, 허위 재산목록 작성으로 형사처벌 가능성**
검찰은 세탁된 자금이 최종적으로 전씨 측에 흘러가 사용된 정황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체 비자금 규모 및 잔여 비자금의 소재를 집중 추적중이다. 검찰은 그러나 당시 전씨 측이 매입한 5년 만기 채권 중 상당수가 만기가 지났는데도 시중에 나오지 않아 자금의 전체적인 흐름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씨 측이 당국의 조사를 우려해 보유 채권 상당수를 폐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전씨는 지난 97년 대법원으로부터 2천2백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이후 지금까지 3백14억원만 납부했으며, 지난 6월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재산명시 심리에서 전씨는 부인.자녀 등 일가족 9명의 전 재산을 50억원 미만으로 신고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검찰은 추징금 환수를 위해 감정가 1천7백90만원 상당의 전씨의 동산 일체를 경매로 처분한 바 있다.
서울지검은 현재 전씨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실사를 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를 통해 전씨의 비자금이 확인될 경우 비자금 추징은 물론 허위재산목록 작성 혐의로 전씨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씨는 법정에서 "본인은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재산 목록을 작성해 제출했으며 허위사실이 있으면 처벌 받겠다"고 선서한 바 있다. 재산목록을 허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 징역 3년,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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