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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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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다섯 통의 유서> 세원테크 이해남위원장 분신 위독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자살에 이어 금속노조 세원테크 이해남 노조위원장도 23일 밤 분신해 위독한 상태여서 노동계에 또한차례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해남 노조위원장은 이번 자살이 김주익 위원장의 자살을 보고 "내가 마지막이기를 기대하며" 결심했다는 유서를 남겨, 김주익 위원장 자살을 계기로 극한상태에 몰린 노동자들이 잇따라 극한투쟁을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1> 유서1

***이해남 세원테크 위원장 분신 위독**

세원테크 노조에 따르면, 수배중인 이해남 세원테크 노조위원장은 지난 23일 밤 8시50분께 대구 세원정공(세원테크 본사) 정문을 피해 관리자들 출입을 위해 담을 허물어 만든 임시 쪽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진입한 뒤 관리동 앞에서 분신했다. 관리동은 회사 간부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현재 세원정공엔 경찰이 출동해 조합원들의 정문진입을 막고 있다.

회사 관리자의 신고로 출동한 119 대원이 소화기로 진화하고 이 위원장을 대구 동산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전신 2-3도 화상(95%)에 호흡곤란을 겪고 있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산병원에는 밤 11시 현재 경찰병력이 집결하고 있으며 대구지역 조합원들도 속속 병원으로 모여들고 있고 금속노조 등도 대구로 집결하고 있다.

세원테크는 노조원 50명의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에 납품을 해온 자그마한 중소기업으로, 지난 2001년 10월 노조 설립이래 사측의 집요한 노조파괴 공작에 시달려왔다. 또한 지난 8월에는 노동쟁의중 머리를 얻어맞은 이현중 조합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세원테크 노조는 노동탄압 중단과 이현중 열사 사망사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지난 9월1일부터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세원테크 사측은 노조 파업을 이유로 무더기 고소고발과 9억8천만원의 임금가압류, 2억원의 재산가압류를 가하고 노조파괴 문건 작성, 구사대 용역깡패 투입 등 탄압을 가해왔다.

***분신직전의 마지막 고뇌 "내일 모레가 △△생일인데 어떻게"**

이 위원장은 분신 직전 여러통의 유서를 작성했고, 유서와 함께 발견된 불에 검게 그을린 메모에서는 당시 이 지회장의 결심과 고뇌가 그대로 담겨져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진2>유서8(메모)

메모에서 이 위원장은 "여기서 차비 7백원, 물통 3천원, 기름 1만원, 계 1만3천7백원"이라고 분신에 따른 '비용'을 계산한 뒤 "남은 돈으로 뭘 하지"라며 내일모레로 다가온 아들 생일을 떠올리며 "△△ 케잌사서 보낼까? 낼 모레가 △△ 생일인데 어떻게"라고 적어 당시의 고뇌를 그대로 알 수 있다.

이 이원장은 그러나 결심을 굳힌 듯 "인생무상"이라고 썼으나 바로 X표를 표시한 뒤, "노동해방을..."이라며 분신을 위한 결의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이원장의 유서에는 '노조 탄압에 따른 고통'과 '자신의 죽음으로 더 이상의 죽음을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이원장은 '아산경찰서 민원사건 처리결과 통지문' 뒤에 쓴 유서를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준 게 없어 가슴이 아프다"라며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내 한 몸 희생으로 노동탄압, 구속, 수배, 해고, 가압류라는 것들은 정말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자신의 분신 이유를 밝혔다.

이 이원장은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15년 살아 오면서 당신한테 너무 잘못한 일들이 많아 미안하다는 말로는 용서를 받지 못할 것 같구려. 그래도 용서해 주구려. 내가 죽어도 당신 남편, △△ 아빠, □□ 아빠로 남아 있을 테니까 말이오"라며 "나중에 △△, □□가 크면 이 아빠의 마음을 이해 할꺼야. 지금은 아직 어리니까 이 못난 아빠를 야속하게 생각하겠지. 힘들고 어렵더라도 두 아들이 있지 않소?"라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마음을 담았다.

<사진3>유서6(노무현 대통령께)

***"노무현 대통령께"**

이 이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유서를 남겼다.

이 지회장은 "정말로 이 나라는 노동자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땀흘리며 살아가는 노동자들, 농민들, 영세상인들, 그리고 빈민들이 억압받고 핍박받으며 사는 나라,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 있습니까?"라고 어려운 현실을 호소했다.

이 이원장은 특히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인용하며, "정말로 웃기는 얘기 아닙니까? 돈 있고 빽 있는 놈들은 수천억을 해 쳐먹고도 검찰에 출두해서 며칠 콩밥 먹고 나오면 그만이고, 가난하고 힘 없는 노동자들, 농민들, 빈민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몇 년씩 구속되고, 수배되고, 가정까지 파탄되는 지금의 이 나라 현실이 아닙니까?"라고 작금의 정치권 행태를 규탄했다.

이 위원장은 또 '예전에 변호사 시절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때도 있었지요?'라며 청와대 신문고에 여러차례 세원테크의 노조탄압을 진정했음에도 이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것에 대해 한탄하는 한편 노동자가 잘 살 수 있는 노동정책을 바란다고 노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이 위원장 노조 홈페이지에 '중대결심' 알려**

이 위원장은 한진중공업 고 김주익 지회장 자살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월17일 지회 홈페이지에 '나그네'란 아이디로 글을 올려 '중대결심'을 내비쳤다.

그는 이 글에서 "이번엔 내 차례가 될 것 같다"면서 "혼자 죽는다고 해서 우리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에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또 이 글에서 회사 간부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나의 가족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하지만 노동탄압하는 기업의 종말이 어떠한지를 보여줘야 겠다"고 썼다.

그는 또 "저 한사람의 희생으로 이 썩어빠진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만 있다면 기어이 그렇게 하겠다"면서 조합원과 함께 연대투쟁했던 동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분신 두 시간 전인 23일 오후 7시께 지회 홈페이지에 '철의 노동자'란 아이디로 또다시 글을 작성하며 절박한 심경을 밝혔다. 이 지회장은 "노조파괴자들이 또 한명의 노동자를 죽인다"면서 "소중한 일터,
그리고 동지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아쉽지만 뒤로하고 해방된 세상에서 동지들의 투쟁을 지켜보겠다"고 썼다. 이 지회장은 마지막으로 "끈질기게 싸워 이기자"며 글을 마무리했다.

<사진4> 유서2

***세원테크 분규 일지**

2001년 10월 16일 금속노조 충남지부 세원테크지회 결성
금속노조 가입으로 지회가 설립되자마자 사측은 용역깡패 투입 등의 탄압으로 일관.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총파업으로 용역깡패를 몰아내고 12월 13일 제반사항 타결.

2002년 임단협에서는 조합원 출입금지(회사 및 계열사 출입금지가처분)를 위해 회사 정문 앞에 바리케이트를 회사에서 직접 설치함. 이 때 세원테크지회의 공장점거투쟁. 이 과정에서 8월 17일 고 이현중 조합원이 두개골이 함몰되고 코뼈가 내려앉는 중상을 입고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 발생.

회사는 지회의 공장점거에 따른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2002년 6월 손배가압류(19억8천만원)를 행했고 파업기간에 조합원 가정방문을 실시해서 권고사직 처리함. 이 두 가지는 2002년 10월 22일, 파업투쟁 154일만에 노사가 현안문제를 합의함에 따라 철회됨. 사측은 고 이현중동지를 비롯한 부상자들의 치료비를 지급할 것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고 이현중동지는 자비를 들여 치료를 함.

2002년 10월 합의사항에 따라 충남지부 집단교섭을 2003년 시작했으나 단협 합의사항을 위반한 채 집단교섭에 나오지 않아 2003년 임단협이 장기화됨.

2003년 8월26일, 폭행때문에 두 차례 대수술을 받았던 고 이현중 동지, 수술부위 근처에 생긴 상학도 암으로 사망.

9월3일 밤, 당시 금속노조 임원후보를 비롯한 세원정공 앞 농성대오에 경찰침탈. 3명 구속, 8명 불구속입건.

9월19일, 금속노조·민주노총·금속산업연맹이 '세원자본에 의한 고 이현중동지 사망대책위원회' 구성(집행위원장 금속노조 정원영부위원장/당시 충남지부장)
대책위는 조합원 사망에 따른 위로금·명예회복을 요구하며 대구 세원정공(세원테크 계열사) 앞에서 장기간 농성에 돌입함. 그러나 회사쪽은 "책임 없다"며 교섭에도 나오지 않았음. 2003년 임단협 중단. 회사는 세원정공 앞 농성에 결합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전원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었음.

10월15일 세원정공 앞에서 전국 집중집회(대책위)
고 이현동 동지와 관련한 대책위의 요구는 ▲세원테크 안에서의 노제 보장 ▲세원테크 앞 바리케이트 철거 ▲세원테크는 노조탄압 중단하고 노동조합 인정 할 것 ▲세원그룹 김문기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것 ▲유가족 폭행방치·불법연행 자행한 경찰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등이었다.

다음은 이해남 지회장의 유서 전문으로 조합원들과 가족들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기는 유서 포함 총 6개 분량이다.

<사진5> 유서3

***유서Ⅰ**

아산경찰서 민원사건 처리결과 통지문 뒤에 쓴 글
2003년 10월 17일 이 해 남

노동자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없어 몸 하나에 인생을 의지하고 살면서 정말로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법에서도 보장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도 인간답게 살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투쟁했고 투쟁한 대가로 구속도 되었고 해고도 되었다. 노동자가 법에서도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구속되고, 수배되고, 해고되는 정말로 웃기는 나라에서 더 이상은 살아갈 희망을 갖지 못할 것 같다.

노동조합이 결성된지 엊그제로 만 2년이 지났다.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이래 투쟁조끼를 벗어본 적이 없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 모두가 정말로 힘들고 어렵게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해 왔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고 이현중 열사의 한을 풀고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지금 이 시간까지도 죽을 각오로 투쟁하고 있다.

경찰에 의해 수배 생활을 한 지가 달포가 넘어가지만 내가 이현중 열사와 고생하는 조합원 동지들께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미약하다. 그동안 어찌됐든 2년여를 노동조합을 이끌어 왔지만 지금 같이 힘들고 괴롭지는 않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하고 계신 조합원 동지들께 정말로 미안하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도 나로 인해 너무나 마음 고생이 많았던 것,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준 게 없어 가슴이 아프다.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내 한 몸 희생으로 노동탄압, 구속, 수배, 해고, 가압류라는 것들은 정말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들!
현중이의 한을 풀 때까지 저의 시신을 거두지 마세요.
현중이와 함께 노동해방 세상으로 가겠습니다.
□□야, △△야! 그리고 정말로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민주노조 반드시 사수해서 노동해방 세상에서 만납시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세원테크지회 지회장 이 해 남 올림

<사진6>유서4

***유서Ⅱ**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너무나도 숨가쁘게 살아온 것 같다.
뒤돌아 볼 겨를도,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살아온 날들이 삶의 가치를 느낀 적도 있었지만 나를 믿고 여지껏 살아온 나의 가족과 동지들에게 너무나 쓸모 없는 존재로 느껴진다.

인간답게 살자고 노동조합을 정말로 힘들게 결성했으나 악질 기업주 김문기 회장은 수억원을 들여 용역깡패를 이용해 우리 노동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몰더니, 이번에는 아예 노조를 없애고자 수십억을 쳐들여 노조파괴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구사대, 공권력을 동원해 우리의 사랑하는 동지 이현중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 이현중 열사의 한을 풀어 달라고 대구에 내려와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공권력을 이용해 불법으로 연행하고 간부 3명을 구속까지 시켜 놓은 세원그룹 회장 김문기를 용서할 수가 없다.

법에도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수십억원의 손배·가압류와 구속, 수배, 해고까지 당해야 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라면 차라리 이런 나라에서는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해 옳지 않은 방법임을 알면서도 많은 동지들에게 욕을 먹을 각오로 죽음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나 한 사람의 죽음으로 노동탄압 없는 세상.
노동자가 고통받는 지금의 세상이 바뀌어 지기를…

세원그룹 김문기 회장, 그리고 노조파괴 전문가 장현수 사장, 김성백 이사, 정상민 이사!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차디찬 길바닥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현중이의 한을 풀기 위해 고생하는 조합원 동지들을 뒤로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나의 심정을 알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한 마디만 충고하겠소.

나 한 사람의 희생이 마지막이 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제2의, 제3의 희생은 막아야 합니다. 계속해서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 한다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들!
이 땅의 노동해방을 위해 자신들의 삶과 가정을 내팽개치면서도 악착같은 투혼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동지들을 나 죽어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동지들!
끝까지 질기게 투쟁해서 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승리하기바랍니다. 동지들의 투쟁하는 모습은 배달호 열사, 이현중 열사, 김주익 열사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동지들!
힘들고 어렵지만 기필코 우리 노동자들의 꿈과 희망인 민주노조를 사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원투쟁에 함께 하고 계신 대구본부, 대구지부 동지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합원동지들! 저의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 □□ 부탁드립니다.
해방세상에서 만납시다.
이 해 남 올림.

<사진7>유서5(가족들에게)

***유서Ⅲ**

<사랑하는 가족에게>

여보!
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한 못난 남편 만나서 15년 동안 너무나도 힘겹게 살아 왔지요?
하루 한시도 가족들에게 가장다운 가장이 되지 못했고, 늘 있으나 마나 한 말로만 가장 이였던 게 사실이지요. 15년 살아 오면서 당신한테 너무 잘못한 일들이 많아 미안하다는 말로는 용서를 받지 못할 것 같구려.
그래도 용서해 주구려. 내가 죽어도 당신 남편, △△ 아빠, □□ 아빠로 남아 있을 테니까 말이오.

여보!
나중에 △△, □□가 크면 이 아빠의 마음을 이해 할꺼야. 지금은 아직 어리니까 이 못난 아빠를 야속하게 생각하겠지. 힘들고 어렵더라도 두 아들이 있지 않소?
□□는 듬직하고 의젓해서 믿을 만 하고, △△는 개구쟁이지만 손재주도 많고 영특해서 나중에 잘 될 것 같고.
여보! 나 없더라도 우리 조합원들이 잘 챙겨 줄 꺼야.
1주일에 한번쯤은 애들 목욕부탁도 하고…

△△야! □□야!
정말 미안해… 못난 아빠 용서해 주렴.
그리고 모레가 △△ 생일인데, 같이 못해 미안하다. △△야.
아빠가 하늘 나라에서 너희들 자라는 모습 지켜볼께. 안녕.

- 못난 아빠가 -

***유서Ⅳ**

동지들께

하루종일 대구시내를 돌아다니고 먼발치서 고생하는 조합원동지들을 보고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
이 추운 날씨에도 비닐 한 장에 의지한 채 꿋꿋하게 투쟁하는 조합원 동지들이 있어서 조금은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이상 추워지기 전에 끝내야 할텐데, 걱정이다.
채 한 평도 되지 않는 독방에서 고생하고 있는 전영웅 부지회장, 권세 회계감사, 이용덕 대협부장 미안하오. 수배라는 이유로 면회 한 번 가지 못하고 동지들께 무거운 짐만 남기고 떠나는 못난 지회장을 용서하시오.

매사에 침착성을 잃지 않고 일처리를 하고 있는 구재보 사무장 동지!
정말 미안하오.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소.

사무장! 내 성격 잘 알지요?
나머지 몫은 동지들이 잘 할 것으로 믿고 편히 가겠소.
현중이의 장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나의 시신도 거두어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동지들! 사랑합니다. 나의 가족 부탁합니다.
- 2003. 10. 22
이 해 남 올림.

***유서Ⅴ**

노무현 대통령께

정말로 이 나라는 노동자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땀흘리며 살아가는 노동자들, 농민들, 영세상인들, 그리고 빈민들이 억압받고 핍박받으며 사는 나라,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 있습니까?

대한민국 헌법 1조에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다"

정말로 웃기는 얘기 아닙니까?
돈 있고 빽 있는 놈들은 수천억을 해 쳐먹고도 검찰에 출두해서 며칠 콩밥 먹고 나오면 그만이고, 가난하고 힘 없는 노동자들, 농민들, 빈민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몇 년씩 구속되고, 수배되고, 가정까지
파탄되는 지금의 이 나라 현실이 아닙니까?

대통령께서 예전에 변호사 시절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때도 있었지요?

저희 세원테크 사태와 관련하여 몇 차례 청와대 신문고에 진정을 했었지만 여지껏 묵묵부답이고요. 세원테크 불법폐기물 매립,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세원그룹의 부당내부거래 등 수 많은 사측의 불법행위들에 대해 고발하고 진정을 해 봤지만, 역시 김문기 회장은 털끗 하나 다치지 않더군요. 그런데 저희들이 2년 전에 노동조합을 만든 이후 간부들 전체가 집행유예,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를 당하지 않은 간부가 없으며, 구속 중에 있는 조합원을 해고시키고 또 해고시킨 뒤에 다시 구속시키는 정말로 기가 막힌 일들이 세원테크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바라옵건대,
이 나라의 법과 법을 집행하는 법원, 검찰, 경찰 등이 모든 국민 앞에 당당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됩니다.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합니다.
노동자들과 대화는 외면한 채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악질 기업주들에 대해서 반드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금속노조 세원테크지회 지회장 이 해 남 올림.

<사진8>유서9

***광목 천에 남긴 글**

동지들이여!
2년여를 함께 했지만 남은 건 조합원들의 고통과 한숨뿐.
이제 나머지 짐을 동지들게 남기고 먼저 갑니다.
나 하나의 죽음으로 동지들의 염원인 민주노조 사수, 노동해방이 앞당겨 진다면 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육신은 없어지지만 내 영혼만은 끝까지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동지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가자! 해방된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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