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오름학교는 강의 마감됐습니다.
*오름학교 제13강은 11월 22일~23일(금,토)에 열립니다. 곧 기사 올리겠습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무더위와 장마에 태풍까지, 자연의 온갖 심술로 괴로운 여름이지만 9월이 오면 그 기세가 눈에 띠게 꺾입니다.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맑고 가벼우며, 소쩍새가 물러난 자리엔 귀뚜라미 소리가 청아합니다. 하늘은 좀 더 높아지고 산과 들의 온갖 열매가 여물어가는 시간, 어디라도 가을의 향기와 빛으로 충만해지는 9월. 제주의 가을바람과 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을 찾아갑니다.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9월, 제12강은 <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바농오름, 물영아리오름, 병곳오름, 번널오름, 좌보미오름, 좌보미알오름, 안친오름>을 찾아갑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 제9강 <봄빛 가득, 제주 서남부 오름들>, 제10강 <제주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름들>, 제11강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에 이어, 오는 9월 제12강으로 <제주의 바람, 초원을 흔드는 바람-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으로 향합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2019년 9월, <제주의 바람, 초원을 흔드는 바람-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12강 1일차 / 9월 27일
<바농오름, 물영아리오름, 병곳오름, 번널오름>
제주 동부의 첫 오름
-바농오름
바농이라니, 이름이 참 특이하죠? 저는 듣자마자 프랑스 클로드 베리 감독의 영화 <마농의 샘>이 연상되더군요. 바농오름은 옛 제주시의 동쪽을 경계 짓던 봉개동을 벗어나며 만나는 동부 제주의 첫 오름입니다. ‘바농’이란 바늘을 뜻하는 제주어입니다. 오름에 어찌 바늘이라는 무서운 이름이 붙었을까요? 한자로는 盤凝岳(반응악) 또는 針山(침산)·針岳(침악)이라 표기한다는데, ‘바농’의 소리를 살려 붙인 이름이 반응이니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오름에 가시덤불이 많아서 그렇게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바농오름은 교래곶자왈을 품은 큰지그리오름 북쪽에 있습니다. 그 자락은 제주돌문화공원의 뒷담에 닿아 있죠. 오름의 아래쪽부터 중턱까지는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빼곡하다가 능선이 가까워질 즈음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것은 여느 오름과 비슷합니다. 바농오름엔 세 개 코스의 탐방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들머리에서 오름 둘레를 따라 반 바퀴쯤 도는 제3코스(총 길이 1472m)와 출발지에서 분화구 능선까지 이어지는 오름길인 제1코스(308m), 그리고 화구벽을 한 바퀴 도는 제2코스(576m)까지. 무척 단순한 탐방로입니다. 제1코스를 따라 능선에 올랐다가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내려서는 게 보통입니다.
정상부에 깊이가 25미터쯤인 우묵한 분화구가 있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화구벽을 따라 한 바퀴 도는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죠.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어서 능선 둘레길을 따라 풀이 무성합니다. 그래도 길이 또렷해 걷는 데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분화구 안에도 웃자란 풀과 잡목으로 가득합니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곳곳에서 조망이 트이며 제주 중산간의 묵직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보면 한라산에서 바농오름에 이르기까지 여러 오름이 중첩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도에서 짚어보니 흙붉은오름과 돌오름, 어후오름, 불칸디오름, 쌀손장오리, 물장오리, 태역장오리, 개월이오름, 절물오름, 민오름, 지그리오름, 족은지그리오름까지 열두 개나 되는군요. 개월이오름 위쪽은 모두 한라산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드나들 수가 없는 곳입니다. 이 외에도 송당리의 숱한 오름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농오름과 큰지그리오름 사이에 여인의 눈썹을 닮은 족은지그리오름이 있습니다. 함께 탐방하기에 딱 좋은 곳인데, 오름을 포함한 주변 땅이 사유지 목장이라서 방역문제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화구호
-물영아리오름
제주의 오름은 저마다 신들의 거처였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오름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당이 세워졌죠. 그 중에서도 ‘영아리’라는 이름이 붙은 오름은 좀 더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신령할 영(靈)’에 산을 뜻하는 만주어 ‘아리’가 붙은 영아리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입니다. 제주에는 영아리라는 이름이 붙은 오름이 몇 있습니다. 우리가 제주 서부 중산간의 오름을 찾았던 제4강 때 영아리를 올랐었죠. 제주 동부 중산간에도 영아리라는 이름의 오름이 있습니다. 이 오름은 정상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어서 ‘물영아리’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물영아리에서 북쪽으로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엔 ‘여문영아리’라는 재미난 이름의 오름도 있습니다. 화구호는커녕 분화구도 없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모두 남원에서 조천을 잇는 남조로 옆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해발고도 508미터, 분화구 둘레 300미터에 정상에서 화구호 바닥까지의 깊이가 40미터인 물영아리는 생물·지형·지질·경관 등의 가치가 빼어나 습지보전법이 제정된 후 지난 2000년에 전국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또 2006년에는 생태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서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세계적으로 1648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곳입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다는 영아리난초를 비롯해 물장군, 맹꽁이, 제주도룡뇽, 긴꼬리딱새, 팔색조 같은 귀한 생물의 보금자리로 알려졌습니다.
습지 안 식물들의 분포가 눈길을 끕니다. 가장자리를 따라 5~10미터 폭으론 띠 모양으로 고마리가 군락을 이루고 삽니다. 그 안쪽엔 물고추나물과 보풀, 송이고랭이 등이 섞여 삽니다. 같은 녹색이지만 고마리와는 톤이 달라서 구분이 됩니다. 오름의 가운데 가장 깊은 곳에는 풀이 보이지 않는 물웅덩이가 두세 곳 보입니다. 그곳은 어른 허리께쯤의 깊이라는데, 보통의 수생식물은 살 수가 없고 물속줄기가 긴 마름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더군요. 산정호수를 두른 분화구 안쪽은 박쥐나무, 참꽃나무, 생달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산뽕나무, 때죽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등 온갖 활엽수가 하도 푸르러서 검게 보일 만큼 울창합니다.
물이 고인 산정호수를 만나는 것은 참 놀라운 경험인 것 같습니다. 10여 년 전에 찾았던 백두산 천지가 그랬고, 한라산 백록담도 매번 신비로웠습니다. 제주의 368개 오름 중에 산정에 물웅덩이를 가진 오름은 지난 11강 때 찾았으나 비안개로 물웅덩이를 보지 못했던 금오름을 비롯해 물찻오름, 사라오름, 물장오리, 동수악, 어승생악, 원당봉, 세미소에 물영아리까지 모두 아홉 곳입니다. 이 중 비교적 쉽게, 제대로 된 물웅덩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물영아리입니다.
물영아리 습지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아래에서 분화구 능선을 향해 곧장 치고 오르는 길은 짧지만 매우 가파릅니다. 오름 자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중잣성과 나란히 뚫린 탐방로를 따라 둘러가는 길도 있습니다. 중산간의 수풀지대를 지나 전망대도 거치는 이 길은 살짝 길긴 하지만 완만하고, 숲이 쾌적하고 좋으며, 걷는 기분 나는 코스입니다.
들머리의 주차장에서 물영아리오름으로 접근하는 길 또한 멋집니다. 여름이면 산철쭉이 아름답고, 구지뽕나무와 참식나무, 말오줌때 같은 낯선 이름의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길 옆에 서 있기도 합니다. 주차장과 물영아리오름 사이에 넓은 들판이 있습니다. 노루가 풀을 뜯는 모습을 쉬 만나기도 하는 이곳은 송중기와 박보영이 주연한 <늑대소년>의 촬영지기도 합니다.
녹산로를 끼고 사이좋은 두 오름
-병곳오름과 번널오름
가시리사거리에서 유채와 벚꽃으로 유명한 녹산로를 따라 제동목장 쪽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나란히 누운 오름 두 개가 보입니다. 병곳오름과 번널오름입니다. ‘벵곳오름’이라고도 하는 병곳오름은 288미터 높이에, 오름 높이는 113미터고, 번널오름은 272미터에 오름 높이는 62미터입니다. 두 오름은 서로 400미터쯤 떨어져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물길이 지납니다. 서로 빤히 건너다보이는 두 오름이지만 서로 길이 이어져 있진 않습니다. 번널오름은 녹산로에서 바로 탐방로가 이어지고, 병곳오름은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700미터쯤 들어서야 탐방로를 만납니다.
널빤지를 펼쳐둔 모양새라서 ‘번널’이란 이름이 붙었다는데, 실제론 말안장을 닮았다고 합니다. 가벼운 산책의 느낌으로 오를 수 있는 오름으로, 봄날엔 고사리가 지천이고 가을엔 억새로 뒤덮입니다. 병곳오름은 무기고와 닮아서 ‘병고악(兵庫岳)’, 병의 주둥이를 닮아 ‘병구악(甁口岳)’으로도 부릅니다. 원래는 원형의 화구를 가졌는데, 한쪽이 무너져 내리며 말굽형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높지 않은 오름들이라 오르내림이 비교적 쉽습니다. 조금 낮은 번널오름은 타원형의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고, 병곳오름은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서야 합니다. 이해는 안 되지만, 둘 중 높이가 조금 더 낮은 번널오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성읍에 사신다는 할아버지가 초소 근무를 서고 계셨는데, 입담이 얼마나 좋으신지 청춘시절부터 파란만장하게 펼쳐졌던 당신의 무용담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다 온 기억이 납니다.
번널오름과 병곳오름은 높이가 낮아도 주변에 이렇다 할 다른 오름이 없어서 주변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갑마장이 한눈에 들어오며,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을 잇는 쫄븐갑마장길은 손바닥처럼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동쪽으로 반달모양을 한 설오름도 잘 보입니다. 두 오름의 정상엔 등받이 없는 벤치가 이 풍광을 앞에 두고 놓여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하릴없이 시간 보내기에 딱 좋습니다. 늦가을, 갑마장에 가을이 내려앉으면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명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두 오름 모두 각각 한 시간이면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제12강 2일차 / 9월 28일
<좌보미오름, 좌보미알오름, 안친오름>
제주의 바람이 만든 풍광
-좌보미오름과 좌보미알오름
서귀포시 표선면의 가장 북쪽, 오름 공화국으로 통하는 구좌읍 송당리와는 작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길가에 초승달 모양을 한 오름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온통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이 오름은 남쪽으로 트인 말발굽형 분화구를 가졌는데, 분화구가 터져나간 방향으로 꽤 높은 알오름을 세 개나 거느리고 있습니다. 근처에 옹기종기 모인 이 오름들은 각각 별개의 오름으로 봐도 될 정도로 서로 또렷하게 구분되어 있죠. 가장 높은 오름이 좌보미고, 이어지는 세 개의 오름은 좌보미알오름이라 부릅니다. 이 네 개의 오름 외에도 서쪽 기슭을 따라 무수히 많은 새끼오름[泥流丘]이 널렸습니다. 동검은이오름과 손지오름 사이에 많은 새끼오름들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진풍경이죠.
해발 342미터에 오름의 높이는 100미터쯤 되는 좌보미는 옛날엔 풀밭오름이었으나 지금은 소나무와 삼나무, 편백나무가 뒤덮어 시커멓게 보입니다. 좌보미를 제외한 알오름과 새끼오름에서는 나무가 많지 않고 대부분 초지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알오름 사이엔 가슴께가지 자란 억새가 대부분이고, 새끼오름 사이의 너른 벵디[평탄하고 너른 들판을 가리키는 제주어]를 따라선 엉겅퀴와 타래난초, 달맞이꽃, 익모초 같은 들꽃과 이름 모를 풀들이 뒤섞여 무릎께로 자라고 있습니다. 새끼오름에 올라 지나는 바람이 이 풀들을 흔들고 지나는 벵디를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진짜 제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좌보미와 알오름을 탐방하는 길은 백약이오름 입구의 왼쪽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 농로를 따라 2.1킬로미터쯤 들어선 곳에서 시작됩니다. 알오름을 지나 좌보미에 올랐다가 반대편 능선과 이어진 다른 알오름을 지나 출발지로 돌아오게 되는 코스죠. 하지만 좌보미와 그 주변 지형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이 정상적인 탐방코스를 조금 비트는 게 좋습니다. 백약이에서 들어서다가 만나는 왼쪽의 초지대로 들어서서 벵디에 흩어진 새끼오름들을 거치며 알오름으로 오르는 것이죠.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제주의 숨겨진 비경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벵디에서는 제대로 된 탐방로가 없어 때로 헤치고 길을 만들며 가야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제주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알오름에 올라 바라보는 제주 풍광은 그야말로 보물입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중산간의 자연이 고스란하고, 그 사이로 솟은 백약이와 문석이, 동검은이 같은 오름이 펼쳐놓은 산세가 정겹습니다.
초지대 반, 밭뙈기 반
-안친오름
제주의 수많은 마을 중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있는 송당리. 매년 정월 보름께에 당제가 펼쳐지는 송당본향당을 품은 당오름이 중심을 이룬 가운데 이를 호위하듯 거슨새미오름과 안돌오름, 밧돌오름, 돝오름, 높은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손지오름, 용눈이오름 등 내로라하는 제주오름이 사방으로 가득한 오름투어 1번지입니다. 송당리의 숱한 오름 중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안친오름은 11강 때 올랐던, 제주에서 가장 낮고 작은 오름인 가메오름에 버금갈 만한 규모를 가졌습니다. 오름이라기보다 언덕에 가깝죠. 가메오름이야 그나마 분화구라도 있지만 안친오름은 반은 밭뙈기고, 반은 몇 기의 무덤이 들어선 풀밭입니다.
오름은 작아도 여러 별명을 가졌습니다. 아진오름, 좌악(座岳), 좌치악(座置岳), 아친악(雅親岳) 등. 모두 북쪽으로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사람의 모양과 닮은 오름의 형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해발고도가 192미터, 둘레 924미터인 안친오름은 전체적으로 나지막합니다. 북쪽 비탈면을 따라 북쪽으로 입구가 열린 말굽형 분화구가 있고, 분화구 안쪽의 넓은 풀밭을 따라서 여러 기의 무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서쪽 비탈면은 채소를 가꾸는 밭입니다. ‘안친’이라는 이름은 ‘앉히다’에 해당하는 제주어 ‘안치다’에서 온 것으로, 오름의 모양이 나지막하게 앉힌 솥과 같아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송당리는 지형적 특성상 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대체작물로 묘목을 가꾸는 곳이 많습니다. 이런 송당리에서 최근 많은 이들이 찾는 카페가 ‘송당나무’입니다. 꽃집에서 차를 파는 카페죠. 송당나무 가는 길에 안친오름이 있습니다. 송당리 번화가에서 뚝 떨어져 외진 곳에 있습니다.
안친오름은 생각보다 근사합니다. 부드러운 오름 언덕을 따라 가득한 무청이 장관이고, 둔지봉과 돝오름, 다랑쉬오름, 손지오름, 높은오름이 빙 둘러 솟아 있습니다. 제대로 탐방로가 조성된 곳이 아니어서 한두 곳에서 철조망을 타넘어야 하지만 탁 트인 초지대를 걷는 재미가 좋습니다.
오름학교 제12강은 2019년 9월 27(금)~28(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9월 27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12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공항 출발
-바농오름
-식당으로 이동, 점심식사
-물영아리오름
-병곳오름
-번널오름
-식당으로 이동, 저녁식사 겸 뒤풀이
19:30 숙소(유채꽃프라자, 다인실)로 이동, 휴식 및 취침
<9월 28일(토)>
09:00 숙소 출발
-좌보미오름/좌보미알오름
-식당으로 이동, 점심식사
-안친오름
-공항으로 출발
15:40 공항 도착, 제12강 마무리모임, 해산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분증(항공탑승용. 반드시 지참하세요!)
*걷기 편한 등산복·등산화·배낭(풀숲에선 반드시 긴 바지! 제주의 특별한 바람에도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무릎보호대, 방수방풍의, 버프(얼굴가리개), 모자, 선글라스, 장갑, 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개인용 겁,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의 9월 기사를 찾으시면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 부회장으로 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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