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 보안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주 내로 이라크 유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은 중동사태 해결에 또다시 이중적인 기준을 보여 국제적인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안보리 결의안 통과기준은 만족, 미국만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안쪽으로 건설중인 보안장벽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의안은 팔레스타인이 초안을 작성해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는데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에 새로이 6백 가구를 건설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비난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현재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인 서안지구를 봉쇄하기 위해 60여 m의 폭과 7.5m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과 참호, 감시탑, 카레말 전기감지장치 등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파괴하고 있다.
현재 서안지구 북쪽과 예루살렘 부근에 1백50여 km는 이미 완공된 상태인데 이 장벽이 더욱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정부가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지역간 확정된 휴전선인 ‘그린라인’을 침범해 팔레스타인측 전체 영토의 2%를 빼앗아 가면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보호하고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美, “자살폭탄테러에 책임있는 무장단체 비난내용도 포함돼야”**
표결결과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10개국이 찬성해 안보리 결의안 통과기준은 만족시켰으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만이 반대표를 던져 표결 통과가 무산됐다. 앙골라, 칠레, 중국, 프랑스, 기니, 멕시코, 파키스탄, 러시아, 스페인, 시리아 등 10개국은 찬성표를 던졌으며 영국, 독일, 불가리아, 카메룬은 기권했다.
그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표결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안보리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 표결처리를 연기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 일환으로 존 네그로폰테 미국 유엔대사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의 자살공격 등 자살폭탄테러에 책임이 있는 무장단체에 대한 비난내용도 결의안에 포함돼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어 네그로폰테 유엔 대사는 “미국도 이스라엘의 보안장벽 건설에 비판적이며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과 직접 타협을 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계획에 미국도 찬성하고 있다”면서도 “유엔 결의안 통과는 이런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미 거부권 행사할 수 없는 유엔총회결의안 추진**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탱크와 헬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을 무단 진입한 데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일과 14일 잇따라 이집트에서 무기를 들여오는데 사용되는 지하 터널을 찾겠다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라파 난민촌에 탱크와 헬기를 동원 진입, 90명가량이 죽거나 다쳤으며 가옥을 부숴 1천50명가량의 팔레스타인이 집을 잃게 됐다.
한편 미국의 거부권 행사만으로 표결통과가 무산된 이후 팔레스타인 정부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1백91개국 유엔 총회 결의안 형식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유엔총회 결의안은 안보리 결의안과는 달리 국제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고 국제사회의 의지만을 보여주는 형식이어서 별다른 실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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