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2월중 내놓기로 하고 한국교육개발원에 용역을 준 '사교육비 경감' 방안에 학제 개편, 수능 점수제 폐지, 학원 강사 면허제 등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정작 교육부는 이같은 안에 대해 당장 수용하기 힘든 '중장기 안'일뿐이라는 입장이어서,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제 변화, 수능 점수제 폐지**
한국교육개발원 최상근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은 13일 '사교육비 경감 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서 수능 시험을 점수제에서 20~30개의 등급제로 전환하고,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각종 경시대회 운영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안이 들어있다.
현재의 6-3-3년제인 초중고 체제를 6-4-2년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마련해, 고등학교 단계에서 진로를 결정할 경우 굳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학원의 "준공교육화"**
또 사교육 수업료의 표준 가격제, 수업료와 부교재 결제의 카드 사용 의무화 등을 시행해 '지하 경제화'되어있는 연 4~5조원의 학원 매출을 양성화하기로 했다.
현재 면세 혜택을 받고 있는 사교육 기관에 세금을 부과해 이를 공교육 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현행 사교육 기관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경해 장기적으로는 인증제 도입을 검토하는 안도 마련됐다. 학원 교사에 대한 인증제도 실시해 장기적으로 사교육을 '준(準)공교육화'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방안을 발표하고, 14일 오후 대전광역시 교육청에서 1차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11월28일까지 5번의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점수 위주 평가제도가 사교육 발생의 원인"**
최상근 본부장은 "현재 사교육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경쟁을 유발하는 점수 위주의 평가제도와 이에 기초한 대학의 학생 선발 제도"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능 시험을 20~30개의 등급으로 나누는 방안을 고민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도 각 대학ㆍ전공ㆍ과별로 사전에 구체적인 입학 자격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적합한 전형제도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장기적으로는 장기간에 걸친 학생의 성장과정 참조자료(portfolio)를 전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에 제시한 사항은 각 항목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패키지로 실시할 때, 가장 큰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연구 단계의 아이디어일 뿐, 20년 이상 걸릴 듯"**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이 초안을 발표한 교육부는 "연구 단계의 아이디어일 뿐이라면서, 일부 사항들은 20년 이상이 걸려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행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이번에 발표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안은 교육부와 사전에 협의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5번의 공청회 과정을 거친 후 교육부의 최종안에 얼마나 수용될지도 미지수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이날 이같은 교육개발원 안을 발표한 것은 노대통령이 재신임 선언을 하면서 연말에 내놓겠다고 한 '획기적 사교육비 대책'이 무엇이냐는 언론의 빗발치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학제 개편이나, 대학입시 전형 방법의 변경 같은 것은 최소한 5년 후에나 가능하고, '성장과정 참조자료'가 실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거의 한 세대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이미 교육부는 내부적으로 "2005년까지 제도 변경은 '절대 불가' 방침을 세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 이번 안이 공청회 과정에서 널리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2005년까지 큰 변화를 도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획기적인 방안중 상당수는 12월 교육부의 최종 보고서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대로 여물지 않은 정책을 '터뜨리기 식'으로 발표한 교육부 덕에 애꿎은 학부모와 학생들만 또 한 차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