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강제 동원 판결과 일본의 수출 통제 등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다음주 열리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를 계기로 일본 수출 통제의 부당함을 적극 알릴 방침이다.
25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ARF 참석 계기에 양자회담과 5개의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환경을 강조하고 일본이 취하고 있는 수출 규제의 부당함과 철회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ARF 회의 계기에 자유 무역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된 의장성명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RF는 기본적으로 지역 안보 협의체이기 때문에 (경제 분야인 자유 무역을 강조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동아시아의 공동 번영을 가져온 중요한 행동 준칙이 자유무역이었다. 그래서 자유무역이 계속 증진돼야 한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입장을 표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RF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참석한다. 일본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ARF에 참석하는 주요 국가인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 과거부터 경제 원조를 고리로 일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정밀한 시나리오를 짜지 않는다면 도리어 일본의 외교에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아세안이든 어느 누구든 특정 국가의 편을 들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자유무역의 경우 지역 국가 모두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국제 질서를 규율하는 대원칙이다"라며 한국이 명분에서는 우위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논리를 피력하는 가운데 정부는 일본과 양자회담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당국자는 "한일 간 당면한 현안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본 역시 기본적으로 그런 입장"이라며 "아직 회담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회담)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번 ARF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올해 ARF 주최국인 태국에 최근 불참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0년 이후 북한 외무상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지난 2001년과 2003년, 2009년 이후로 이번이 네 번째다.
다만 리 외무상 대신 다른 인사가 ARF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과 2003년, 2009년에는 '본부 대사'라는 직함을 달고 외무상 외에 다른 인물이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이 리 외무상 대신 다른 인물을 보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리 외무상 대신 다른 인물을 보낸다고 해도 ARF를 계기로 북미 간 회담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날 오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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