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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 편 가르기, 더이상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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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비정규직' 편 가르기, 더이상 속지 말자

[우리도 교사입니다] 기간제교사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나

'전국 중등예비교사들의 기간제교사 정규직 무기직화 반대 집회' 기간제교사에 대해서 찾아본 내가 접한 매우 충격적인 말이었다. 나는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다. 교사가 되어, '참교육의 함성으로'라는 모토처럼 학생들과 함께 참된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처음에는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는 내용이 당황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같은 교육자가 서로 편을 갈라,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것처럼 서로 반대하고 방해한단 말인가? 그렇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해 본 결과, 이러한 상황 뒤에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었다.

적은 정규교사 TO속에서 기간제교사를 견제하는 예비교사들

시위에 나선 그들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임용고시를 합격해 정규직 공립학교 중등교사가 되기를 원하지만, 모집하는 자리에 비해 지원자 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경쟁률이 아무리 낮아도 3.5:1은 기본적으로 넘고, 인기 있는 교과목의 경우 무려 24:1을 넘기도 한다. 그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옆자리의 예비교사, 그리고 자기 지역의 예비교사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기간제교사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즉각적으로 반발에 나선 것이다. 학교에서는 정규직 교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임용고시를 통해 뽑는다고 생각했는데, 기간제교사가 정규직화 되면 그만큼 정규직 교사가 불필요해져, 당분간 몇 년 간은 임용고시를 통해 교사가 되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는 예비교사들에게 도움이 된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와 임용 정원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다. 기간제교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그 전 해에 비해서 1900명이 줄었다. 정규직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용 TO는 줄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전체 교원에서 기간제교사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에,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통해 기간제교사 제도를 폐지하지 않으면 예비교사들 또한 기간제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가 예비교사에 대한 기회 박탈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누가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OECD 평균보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많고, 교사들이 많은 업무 분량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국가는 충분한 교사를 임용하지 않고 있다. 사범대생들의 임용 합격률이 5~10%라고 한다. 또 이 안에서도 합격하고도 발령받지 못한 대기자가 4400명이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임용시험 합격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합격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합격하고도 교사가 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탓을 기간제교사들에게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총량을 제한하여 정규직-비정규직을 편 가르는 자본의 속성

사실 이러한 정규직화 반대는 기간제교사 문제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할 때마다, '무자격 인사' '부당한 고용승계' '불공정한 역차별'이라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가 존재했다. 이러한 반대의 근원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되면 그만큼 정규직이 늘어나 자신들이 받는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하나의 큰 총량,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의 총량이 있고, 그 사이에서 각자 능력에 따라 나눠 가지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분배해달라는 요청은 기각된다. 다만 경쟁을 더 열심히 하여 더 많이 가져가라는 말만 계속될 뿐이다.

기간제교사들의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기간제교사들이 자격 없고 경력도 없는 교사들이 아니다. 모든 기간제교사는 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떤 교사들은 정규직 교사들보다 경력이 뛰어나고 숙련된 교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단지 기간제라는 이유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노동력에 걸맞은 임금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간제교사도 정규직 교사와 마찬가지로 호봉제로 임금을 받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정규교사는 근무일수 1년을 채우면 호봉이 승급되지만, 기간제교사는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을 때 호봉이 정해지기 때문에, 계약기간 중에 근무일수를 채우더라도 호봉이 오르지 않는다. 이 외에도 정근수당, 연가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했을 때, 전교조는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예비교사들 또한 그러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것은 나쁜 사람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기간제교사가 정규직화가 되면 자신의 현재 이익이 침해될 수 있고, 특히 예비교사들의 경우는 자신의 미래 인생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다. "총량은 정해져 있고 많이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라는, 자본주의의 거짓말에 모두가 속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속지 말자.

예비교사와 기간제교사가 함께하여 정부에게 안정된 교직을 요구해야

예비교사와 기간제교사는 사실 공통점이 있고 공통의 꿈이 있다.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하지 않고, 능력만큼의 대우를 인정받는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참된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려면, 교사 수가 부족한 교육 현실에도 불구하고 교사를 많이 뽑지 않고 기간제교사로 채우려는 정부에 맞서야 한다. 예비교사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원자격증을 받은 만큼 교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기간제교사들은 긴 시간 동안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해왔던 만큼, 정규직 교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또한 임용고시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원래부터 교원 임용에 임용고시가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임용고시가 생긴 1991년 이전에는 교대와 국립 사범대를 졸업하면 공립학교 교사로 바로 임용되었다. 당시 사립학교 사범대 학생들은 순위고사를 보아야 했고, 이에 대해 부당함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사립 사범대 학생들도 모두 임용하는 대신 시험을 만들었다.

또한 임용시험은 현실 교육에는 불필요한 내용을 평가하기도 하고, 출제 문제에 대한 공정성 시비도 벌어진다. 정말로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에 따옴표를 친 이유는, 애초에 자격이 있는 교사들이 임용시험을 통해 경쟁하면서, 교사가 될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수험생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임용고시는 잘못된 교원수급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아닌 예비교사와 기간제교사 개개인이 뒤집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비교사와 기간제교사의 연대는 단순히 아름다운 이상이 아니라,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한 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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