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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 고려대'에서 '사람'은 누구?

고려대학교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 등 "사라진 강의를 복구하라"

# 고려대학교 정보대 컴퓨터학과의 2019년 2학기 과목 수는 지난해 2학기에 비해 8개가 줄었다. 4개의 분반으로 개설되던 '프로그래밍 언어' 과목은 1개로 통합 개설됐다. 학교는 "불필요한 분반을 줄여 강좌별 정원을 늘렸고, 1학기에 주로 열리는 과목과 2학기 과목을 구분해 2학기 수업을 위주로 개설했다"고 밝혔다.

# 고려대 문과대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황은진 문과대 비상대책위원장 "지속적인 강의 부족에 몇 차례나 강의 증설을 요구했으나 학교는 계속 강의 수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에 따르면 고려대 문과대 전공과목 26개가 줄어들었다. 가장 심각한 영어영문학과의 경우 11개의 전공과목이 줄었다.

고려대학교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와 고려대 총학생회는 24일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축소된 강의 복구와 강사 확충을 요구했다.

▲고려대학교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와 고려대 총학생회가 24일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사라진 강의를 복구하라!"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조성은)

고려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2019년 2학기 개설과목은 지난해 2학기 대비 76개 감소했다. 강사법 공대위는 영어영문학과의 경우 31%, 심리학과 26%, 컴퓨터학과 20%, 체육교육학 18%, 한국사학 13%, 경제학 12% 수업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이 줄어들고, 수업의 질이 하락하리라고 강사법 공대위는 우려했다.

앞서 고려대는 지난 7월 18일, 2019학년도 2학기 개설과목을 공시했다.

이진우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대학 당국은 '강사법 시행에 따라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어 최대한 강사를 줄인 후 (제도가) 안정되면 다시 강사를 고용하겠다'고 밝혔다"며 "그 사이에 침해받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누가 보장하느냐"고 대학의 행태를 비판했다. 또 "지난 30여 년간 비정규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견딘 강사를 위해 만든 것이 강사법"이라며 "강사들이 차별받지 않고 합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강사법을 온전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은진 문과대 비대위원장도 "우리는 학교를 후원하기 위해 등록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며 "학교는 강사법에 따른 재정 부족을 핑계 삼지 말고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학교에서도 일어난다고 집회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박여찬 연세대 강사법 공대위원장은 "연세대학교 역시 선택교양과목만 100개 넘게 줄어들었다"며 "한 두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대학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태경 고려대 강사법 공동대책위원회 간사는 "지난해 대비 전국 사립대학에서 평균 40개의 강의가 줄었다"고 말했다.

강사들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박지용 고려대 비정규직교수협의회 실무대표는 "작년 11월 고려대학교 당국은 강사법 개정을 앞두고 강사채용 최소화라는 방침이 담긴 대외비 문건을 각 학과에 배포했다"며 "이는 불안정한 신분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려 온 강사에게 교원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실현하려는 사회적 합의를 선제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또 "당국과 함께 논의할 것을 수차례 호소했지만 학교는 번번이 우리의 요구에 불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가 각 학과에 대외비로 보낸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 문건을 <뉴시스>에서 보도한 바 있다. 문건을 보도한 해당 보도를 보면 '시간강사 채용 극소화'를 목표로 △과목 수를 최대한 줄이고 △수업을 전임교원과 겸임교수, 외국인 교수, 명예교수에게 맡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각 학과에 요구했다.

강태경 위원장은 "1차 강사 공채 이후 정부가 대학의 꼼수를 막기 위해 BK21+ 평가 지표에 '강사고용안정' 항목을 추가하기로 하자 강사 채용이 다소 늘어났으나,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그러한 채용은) 강사법을 성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부 지원 사업의 재정적 득실을 얻고자 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BK21+ 사업은 정부가 대학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박사 이상의 연구원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가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3월 신임 총장이 취임하면서 '사람 고대'를 내걸었다"며 "'사람 중심 고려대'가 말하는 '사람'에 학생들과 강사들이 배제된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사들과 학생들은 △소규모·세미나식 강의 증설 △비정규직교수협의회 대표성 인정 △강사법 입법 취지에 맞는 강사의 고용 안정 및 처우개선 노력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한편 강사법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의 자살을 계기로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11년 제정돼 8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8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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