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부안대책위가 대화 기구 구성을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정부와 부안 주민 사이에 위도 핵폐기물처리장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고건 국무총리-대책위, "대화 기구 구성 전격 합의"**
3일 낮 고건 국무총리는 부안대책위의 문규현 신부, 김인경 원불교 교무, 수경 스님,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고영조 부안대책위 대변인 등 대책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고 부안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기구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날 고 총리는 "대화는 조건 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해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고 총리는 "부안 핵폐기장 유치를 전제로 한 일체의 행정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정부는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절차를 인정할 것"을, 대책위는 "부안 문제의 원점 재검토"를 내세웠으나, 이날 회의에서 우선 양측이 한발씩 물러선 상태에서 "'백지화'나 '전면 추진' 같은 전제 없이 조건 없는 대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회의에서 '부안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었으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양측이 다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정부 대표 2인, 대책위 2인, 그리고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가 추천하는 중재인 1인으로 대화기구를 구성키로 했으며, 빠르면 다음 주 첫 회의를 갖기로 했다.
***대책위, "대화 기구 구성 '협상과 타협' 아니다"**
대책위는 부안 주민들에게 3일 밤 대화기구 구성을 알리며, "이번 대화기구 구성은 절대 '협상과 타협'이 아니다"라며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지만 한시라도 대화가 '시간끌기'나 '물타기'로 변질된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학생들의 등교 거부 투쟁은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정할 계획이며, 주민들의 촛불 시위는 대화 기구 구성과 관계없이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안 군민들은 대화 기구 소식을 전해 듣고,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에 환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인터넷신문 참소리에 따르면 주민들은 "70일이 넘는 촛불시위, 40일에 이르는 등교 거부투쟁을 해온 우리들에게 정부가 조그만 배려를 한 것 같고, 대화의 물고를 뜬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지화 수순 밟기로 봐야"**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대화 기구 구성이 사실상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를 백지화하기 위한 일종의 '수순 밟기'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5인의 대회기구에 정부측 인사는 2명으로 국한된 반면, 핵폐기장 반대를 주장하는 대책위 2명과 대책위와 마찬가지인 환경운동연합 추천인사 1명이 포함돼 반대론자가 다수를 차지한 대목은 정부가 사실상 핵폐기장 반대로 입장을 정한 게 아니냐는 강한 관측을 낳고 있다.
또 부안 군민들의 두 달이 넘게 진행된 반대 투쟁과 여론의 악화에 겹쳐,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무당적'에 따른 정치권의 지각 변동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더 이상 위도 핵폐기물처리장을 강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대부분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10월2일 국정과제회의에서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위도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쉽지 않다. 각각의 이해가 달라......"라면서 매번 강행 입장을 밝힌 모습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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