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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국의 패권은 오래 못간다"

[21세기를 위한 사상강좌] 토다 키요시-김종철 교수 대담

"정치적으로 고이즈미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난 9월29일 녹색평론 등이 주최한 <21세기를 위한 연속 사상강좌>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일본의 대표적 환경-평화운동가인 나가사키 대학의 토다 키요시 교수(환경과학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파병과 현재의 파병 움직임에 대해서 단호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현재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이 미국에 예속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일본 등 동북아의 미국에 대한 예속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노무현 정권의 최근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얘기다.

***"미국 패권은 21세기 후반을 기다리지 않고 붕괴할 것"**

토다 교수는 "환경과 평화의 세기를 위하여"란 발제와 김종철 선생과 한 대담에서 시종일관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단호하게 "미국의 패권은 21세기 후반을 기다리지 않고 붕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다 교수는 20세기 문명의 세 가지 큰 문제로 "환경파괴의 자원 낭비의 문명"과 "불평등과 빈곤",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화"를 꼽으면서, 그 정점에 미국의 패권주의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WTO, IMF, 세계은행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다 교수는 향후 10년 안에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화될 가능성은 아주 미약하지만, 현재 전세계인의 원성을 사고 있는 미국의 정책은 일종의 "폭주"라고 지적했다.

토다 교수는 이라크 침략 전쟁과 같은 국제 정책이나 교토 의정서 거부와 같은 환경 정책, 농업의 기업화로 특징지어지는 농업 정책 등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미국 기업에게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악재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모순들이 축적된 뒤에도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환경·평화·평등"의 세계는 민중의 손으로 이뤄내는 것**

토다 교수는 21세기 벽두에도 계속되고 있는 여러 가지 20세기의 문제를 극복하고 "환경·평화·평등"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환경보전과 환경정의", "평등과 글로벌한 정의", "탈군사화"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부터 향후 10~20년 간 전세계 민중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세계사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발제와 대담중 여러 차례에 걸쳐 전세계 민중의 힘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심포지움을 주최한 김종철 영남대 영문학과 교수와 토다 교수의 대담 전문.

***김종철-토다 교수 대담**

김종철: 한국에 두 번째로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서 한국을 둘러보면서 특별히 느낀 것이 있는가? (토다 키요시는 1999년에 한국에 온 적이 있다.)

토다: 4년 전 1999년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다. 한국이 아시아의 공업 선진국으로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4년 전에 비해서 자동차가 더 많아진 것 같다. 한국의 대기오염이 멕시코시티만큼이나 심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서울에도 포장마차가 많던데, 지금 살고 있는 나가사키에도 포장마차가 많아 낯익은 풍경이었다. 내가 둘러본 서울이나 대구는 나가사키보다는 훨씬 큰 대규모 도시다. 나가사키에는 전차가 있는데, 서울이나 대구에는 그것이 없는 것도 큰 차이라면 차이였다.

김종철: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에 대한 신념 때문인가, 나가사키가 특별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조건이기 때문인가?

토다: 이런 나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환경오염을 방지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아직 어머니 배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운전면허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나가사키는 대도시에서 거의 보기 어려운 도로를 달리는 전차가 남아있는 규모가 작은 도시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은 환경이다. 내 직장인 나가사키 대학은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나가사키 외부로 나갈 때는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충분하다.

김종철: 겨울에 난방도 하지 않고 옷을 두껍게 입고 보낸다고 들었다. 심각한 에너지 문제를 위한 개인적인 실천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월급은 어디다 쓰는지 궁금하다. (웃음)

토다: (웃음) 1932년생인 어머니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연금을 받지 못하고 생활하고 계신다. 또 어머니가 계시는 도쿄는 물가가 비싸서 생활하기가 더욱 어렵다. 내 월급의 상당 부분은 어머니를 도와주는 데 쓰고 있다.

(일본의 대학 교수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박봉이다. 1956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토다 키요시는 현재 나가사키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서 살고 있다. 토다와 교류가 깊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토다의 좁은 집은 온갖 종류의 책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전해주었다. 토다가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토다가 받는 월급의 상당 부분은 책값으로도 쓰일 것이다.)

***이라크의 열화우라늄탄 오염 영원히 지속될 것**

김종철: 대학에 몸담고 있지만 시민운동과 같은 실천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실천들을 함께 하고 있는가?

토다: 25년 전인 학생 시절부터 핵과 원폭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나가사키는 전력의 50%를 핵발전소에서 공급받고 있는 형편이다. 나가사키에도 작지만 반핵단체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관여하고 있다.

또 나가사키는 피폭 경험이 있는 도시다. 최근에는 이라크전과 관련해서 열화우라늄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에 대한 사진전과 강연회 등을 개최해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특히 바스라와 바그다드 등에 피해자들이 많아, 그곳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그런 의사들도 백혈병에 걸리는 사례가 있는데, 나가사키에 그런 의사들이 직접 와서 강연을 하도록 주선하고 나는 통역을 맡기도 한다.

이밖에도 나가사키 수원지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시화호나 새만금 간척지는 굉장히 유명한데, 일본에서도 그 정도로 유명한 이사하야 만이란 곳이 있다. 부당한 공사를 계획에서 시행하는 것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

김종철: 청년 시절부터 사회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졸업하자마자 소비자 운동에 참가해 19년 동안, 직접 활동가로 여러 가지 일에 관여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환경·평화와 관련한 풀뿌리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기 인생을 그런 방향으로 바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시민과학자로 살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이상 녹색평론사)의 저자로 저명한 반핵 운동가인 다카기 진자브로는 대학 교수를 박차고 나와, 반핵·시민운동가로 살게된 계기를 젊은 시절 일본 원자력 공사에서 근무하면서 태평양 바다 밑 방사능 잔류 조사를 한 경험을 들고 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20세기 후반 들어서 놀랄 만한 정도로 방사능이 많이 쌓인 사실을 발견하고 시민과학자로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토다: 다카기 진자브로처럼 하나의 큰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관련을 맺었던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대학 시절 수의학을 전공하면서 생물학을 공부했던 것이다. 그 때 원자력과 화학 물질 등 근대 과학기술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크게 세 가지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원자력 문제를 들 수 있겠다. 특히 최근에는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이라크 오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열화우라늄에 의한 오염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는 생물학과 생태학이다. 인간과 동물 또 식물 사이의 관계가 내 관심사다. 야생동물 남획·동물 실험·인간이 자연계를 지배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인가 등에 대한 관심이다. 김종철 선생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일 녹색당의 창립 멤버였던 저명한 생태주의자 루돌프 바로의 고민과 상통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담배의 문제다. 담배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환경에도 안 좋다. 보고에 의하면 세계에서 매년 4백90만명의 인간이 죽는다고 한다. 담배 연기에는 일종의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이 포함되어 있다. 폴로늄은 우라늄 등과 비슷한 정도로 해롭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환경·평화 운동가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김종철: 토다 선생은 담배를 전혀 피워 본 적이 없어서 흡연자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 같다. (웃음) 토다 선생의 지적에 따르면 담배는 세계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전세계에서 벌채되는 산림의 80%가 담배 건조용으로 사용된다. 담배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줘서 고맙다.

담배를 포함해 커피, 설탕 등은 대표적인 기호 식품들이다. 토다 선생은 담배에 주목했지만 나는 설탕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당뇨는 물론이고 뇌신경 이상의 대부분이 설탕에서 온다는 정보가 있다. 설탕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설탕 문제를 빨리 거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토다: 설탕 문제는 미국적 식생활의 문제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미국적 식생활은 고기, (동물성)지방, 설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이나 한국도 미국적 식생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담배로 연간 40만명이 사망하고, 비만으로 30만명이 사망한다. 비만을 일으키는 데는 고기·지방·설탕의 과다섭취에 그 원인이 있다. 설탕은 특히 신체·정신의 질병에 악영향을 미친다. 담배, 설탕과 같은 기호품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두기에는 그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 커졌다.

나는 담배는 피워본 적이 없고 술도 많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스스로 주의를 해야겠다. (웃음)

***한국과 일본의 이라크전 협조, 대단히 유감**

김종철: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의 식생활이 미국화되는 것이 청소년 범죄와 긴밀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본에서는 청소년 범죄가 이미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일본의 기성세대 일부 보수 인사들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오히려 자식을 키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환경과 식생활이 청소년 범죄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치·군사·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미국에 강하게 예속되어 있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장래가 암울하다.

토다: 청소년들의 식생활이 미국화되었다는 논의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패트병 증후군'이란 말이 나왔다. 패트병에 든 콜라나 주스를 아이들이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을 빗댄 말이다.

설탕은 체중 1kg당 1g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패트병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통상 이보다 5~10배를 먹고 있다. 그런 잘못된 식생활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도 큰 악영향을 줄 것이다. 또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게 되면 고기·(동물성)지방 등을 과다섭취 하는 등 잘못된 식생활이 몸에 배게 된다.

일본에서는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애니메이션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드래곤 볼>은 대표적 예이다. 이처럼 폭력 문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많이 있다. 만약 일본도 미국처럼 총기 소지가 자유롭다면, '총기 난사'와 같은 심각한 범죄가 생기는 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고이즈미 정부가 '유사법안'을 만들어 자위대를 외국에 파병하려고 하려는 시도들도 결국 일본에서의 폭력 문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하나의 표시일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폭력 문화는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미국에 옆에 있는 캐나다도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자유다. 하지만 총기 범죄는 미국보다 훨씬 낮다. 이것은 미국의 군사 행동을 캐나다가 추종하지 않는 것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한국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협조하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본에서는 일부 인사들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법안을 강화하는 '엄벌주의'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회 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선진국중에서 사형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가 논의되는 것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 당시에는 고문 등을 통해 거짓 자백을 얻는 일이 많았다. 지금 일본에서 고문은 없어졌지만, 강요에 의한 거짓 자백은 여전히 많이 보고가 되고 있다. 청소년 범죄의 경우도 거짓 자백에 의한 억울한 경우가 꽤 많다. '엄벌주의'는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 청소년 범죄는 식생활·사회적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다.

***고이즈미보다 민주적인 노무현정권, 왜 이라크에 파병하나**

김종철: 새로운 책인 <환경학과 평화학>에서는 관심이 환경을 넘어 평화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자행하는 침략 전쟁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일본과 한국은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적 예속 상태로, 둘 다 심각한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저런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일본과 한국의 저항 세력의 힘에 달려 있다. 하지만 평화헌법이 요동치는 일본의 불안한 상황이나, 민주 정부가 들어선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기득권층의 영향력이 감소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볼 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많은 이들은 이 현재의 문제의 근원적 원인을 한국의 경우에는 친일 부역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데서 찾고, 일본의 경우에는 천황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범재판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토다: 전후 일본 전범재판은 두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하나는 천황을 피고로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소련과 대립하는 냉전 상태에서 일본의 안정을 위해서는 천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미국의 의도가 그 원인이었다.

다른 하나는 요즘 유행하는 대량살상무기가 폐기가 안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논의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라크에 대해서, 대량살상무기를 실제로 가지고 있고 그것을 사용한 적도 있는 미국'이 이라크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그것을 사용한다는 점에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것은 동경 재판에서 이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못한 데까지 그 연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문제가 됐던 대량살상무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핵, 생물 무기, 화학 무기. 결과적으로 이 셋 모두 다 재판을 받지 않았다. 핵무기의 경우에는 그것을 사용한 미국이 승리자였기 때문에 당연히 거론되지 않았다.

그리고 생물 무기와 화학 무기는 애초에 고소장에는 올라왔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둘 다 고소장에서 빠지고 만다. 한국의 독립기념관에도 전시되어 있고, 중국의 박물관에 그 자세한 실상이 소개되어 있는 731 부대 등 생물 무기에 대한 재판은 미국이 그 연구 결과를 사용하고 싶은 의도 때문에 결국 고소장에서 빠지고 말았다.

일본은 중국에서 전쟁중에 화학 무기도 사용했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 때문에 삭제되고 말았다. 미국은 화학 무기가 논란이 될 경우, 결국 핵무기가 언급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결과적으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대량살상무기는 사실상 용인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적인 무기인 열화우라늄탄이나 접속탄을 전쟁에서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넓게 보면 아까도 언급한 일본과 미국에서 사형 제도가 온존하는 현실이나, 거짓 자백에 의한 범죄자가 미국에서 아주 많은 것과도 연결된다.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는 이라크 민중이 8천명이 폭격으로 죽는 것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못 느낄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얘기를 돌려 미군 기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50여년 전 미국은 소련과 대적하기 위해서 일본과 한국을 점령하고 예속적 상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일본과 한국에 대규모 미군 기지를 설치했다. 미군 기지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각종 범죄와 환경오염의 근원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년에 여학생 두 명이 미군에 의해 살해된 적이 있다. 미군은 구조적으로 한국에서 범죄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 고이즈미 정권은 미국의 예속 상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언론의 역할도 크다. 일본 언론은 크게 두 가지 실수를 하고 있다. 하나는 천황을 높이고 부정적 보도를 삼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대단히 공격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일본은 북한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우경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고이즈미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폭주하는 미국을 추종하는 한국과 일본**

김종철: 1948년에 이미 미 국무성의 조지 캐넌은 "세계 인구의 6.3%를 차지하는 미국이 세계의 부의 50%를 필요로 한다"면서, "미국이 세계에 대해 이타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감상적이다. 미국은 언제나 무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일미 안보조약·한미 군사 조약을 통해 현재 일본과 미국은 사실상 미국의 예속 상태다. 한국에서는 이런 현실을 볼 때, "국익을 고려해 '현실적 노선'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것은 언론에 의해 '현실주의적 원리'로 포장되고 있다. 이미 <들어라 양키들아>의 저자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한 사회학자 C. W. 밀스는 이것을 '미치광이 현실주의'라고 수십년전에 지적한 바 있지만, 여전히 이것은 가장 지배적인 원리로 군림하고 있다.

세계 평화·환경·남북 격차의 가장 큰 장애물을 미국의 패권주의와 그것을 유지시키는 WTO·IMF라고 생각하는 데는 토다 선생도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미국의 패권주의를 약화시킬지가 항상 고민인데, 토다 선생은 <환경학과 평화학>에서 평소 선생의 저술 태도에 비춰 이례적으로 "미국의 패권은 21세기 후반을 기다리지 않고 붕괴할 것이다"라고 단정짓고 있다. 이런 단정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가?

토다: 지금은 2003년이고 2051년이면 제 나이가 90이 넘는다. 내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웃음) 이런 내 예측은 김종철 선생도 말씀하셨던 '집단적 자살'과 통하는 것이다. 또 밀스가 '미치광이 현실주의'라고 말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미국이 현재 행하는 많은 조치들은 대개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된 단기적인 것들이다. 특히 자살적·자멸적 정책이 많다고 생각한다. 교토 의정서를 거부한 것만 해도 그렇다. 단기적으로는 교토 의정서를 거부하는 것이 미국 회사에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기온이나 지구 온난화에서 미국 기업들도 결국 자유로울 수 없다.

단적인 예로 현재 미국 기업의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미국은 세계 최초의 자동차 국가로서 전국의 도로가 매우 노후화되어 있다. 이런 도로들의 유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전력 소비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전력 소비국이지만 그 시스템은 취약하기만 하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대규모 정전 사태는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농업 생산력이 세계 수위인 나라다. 하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미국의 농업은 지하수 고갈, 표토의 유출, 농략과 화학비료의 과용, 유전자조작 작물(GMO)의 남용 등으로 장기적으로 큰 불안을 안고 있다.

일본에서 이 문제는 농림수산성 관리였던 시누하라가 1982년에 최초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 1년간 체제한 뒤, 장기적으로 미국 농업이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이를 대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고 '미국 농업의 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또 미국 정책은 많은 나라로부터 원망을 사고 있다. 김종철 선생은 WTO나 IMF를 언급했다. UN같은 국제기구에서는 모든 나라가 한 표의 권리를 갖는다. 세계에 약 2백여개의 나라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한 나라는 단지 0.5%의 권리만을 갖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UN에도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들이 더 큰 권리를 갖고 있듯이, WTO나 IMF 또 세계은행 역시 의사결정 과정의 힘이 불평등하다. 세계은행의 경우에 과거에 미국은 약 52%의 의사결정권을 가졌다. 지금은 약 18%의 결정권을 갖고 있고, 일본은 약 8%이다. 이것은 어느 쪽이든 0.5%보다는 대단히 큰 권한이다.

이렇게 의사결정 과정의 독점, 자원의 독점, 부의 독점, 이라크 침략 전쟁과 같은 무력 사용 등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일으키고 있는 각종 물의들은 세계 민중의 원성을 사고 그런 체제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10년 안에 미국의 헤게모니가 급격히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열거한 모순이 축적된 뒤에도 미국이 여전히 세계의 헤게모니를 쥘까? 그 가능성은 아주 약하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미국 정부나 기득권자들도 점차 불안을 느끼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여러 가지 행태는 일종의 '폭주'다. 미국의 지배층인 군사·에너지 산업·네오콘 등 신보수주의자들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란 얘기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폭주'하는 미국을 일본과 한국이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불안 요인 중 하나는 심각한 자원 낭비다. 알루미늄 소비만 놓고 볼 때, 1996년 1년간 1인당 알루미늄 소비는 세계 평균이 3kg이었고, 인도는 1kg, 중국 2kg이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20kg이었고, 환경 선진국인 독일은 17kg, 한국은 15kg이다. 미국을 한국과 일본이 바짝 쫓아가는 형국인 것이다.

***한국, 농업에 더 많은 힘 기울여야**

김종철: 미국이 망하기 전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먼저 망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석유 자원 분석가들은 석유 생산량이 2010년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그 이후에는 생산량이 줄어 석유값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 문명사회가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 상태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또 일부에서는 미국의 농업이 지속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식량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낮은 식량자급률을 우려에 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권력자나 경제계, 기업 관계자들은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이런 식량 위기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토다: 일본에도 생명공학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많은 GMO가 개발되고 또 재배되고 있다. 특히 제초제 내성, 살충제 내성을 갖도록 조작된 GMO는 실용화 단계이다. 이런 GMO를 사용하면 단기적으로 수확량은 증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초제 내성 GMO는 장기적으로 농약 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또 살충제 내성 GMO는 살충제 오염을 심각하게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GMO를 개발해 재배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확량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 기업들은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처럼 GMO는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서 확신에 찬 전망이 힘든 상황이다.

농업과 공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꼭 필요하다. 세계 선진국은 공업 발전에 치중하면서 농업도 공업화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거나, GMO 재배가 그 단적인 예이다. 앞으로 농업은 농업 중심적·농업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3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농업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민중의 머릿수와 연대가 저항의 원천**

김종철: 작년에 작고한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에 맞서 싸운 이에나가 사부로 교수는 대일본주의가 아니라 소일본주의를 주장했다. 또 현직 일본 관리인 시누하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일본이 '순환적 사회'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솔직히 농업이 공업화 되는 것은, 농업도 일종의 화폐의 순환 과정중 하나로 보는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본주의를 그대로 두고서는 농업 중심사회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의 많은 양심적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현재 관성의 법칙대로 '현실의 포로'가 되어 있다. 다른 길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의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단순소박한 생활'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하면 이 국면에서 벗어날 것인가? 토다 선생이 생각하는 전략과 이행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토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농업은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김종철 선생의 말에 동의한다. 현재 농업은 단기적 수지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생명공학 기업인 미국의 몬산토사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몬산토사는 GMO를 만들고 있는데, 종종 몬산토사의 GMO는 그 종자나 화분이 근처의 농민의 밭에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몬산토사는 이렇게 옮겨간 GMO에 대해서도 자기 소유권을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곤 한다. 소송을 걸거나 심지어 몬산토사 직원들이 함부로 농민들의 밭에 들어가 자기네 GMO가 재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래서 '몬산토 폴리스'라고 하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몬산토사의 행태는 미국의 중동 정책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대기업의 횡포에 저항하는 전세계 민중들의 단결과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체제 유지에 기여하는 WTO, IMF,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대규모 집회나 세계사회포럼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인도에서는 농민들의 대규모 저항이 몬산토사의 횡포에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전세계 민중들의 저항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돈과 군대가 그 힘이지만, 민중들은 머릿수와 연대가 저항의 원천이다. 이것이야말로 유일하고 또 가장 위력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월든 벨로의 책(De-Globalization)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김종철: 일본에서 그런 민중연대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토다: 일본의 농민운동은 생활협동조합 운동과 시민운동으로 발전하고, 서로 연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발도상국의 농민들이 연대해서 WTO 등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약한 움직임이다.

***젊은층의 '교양 저하' 심각**

김종철: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마지막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강고한 국가, 전문가, 자본을 뚫는 전략으로 민중연대를 한 방안으로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것을 해낼지 과제로 남는 것 같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같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여기서 잠깐 화제를 돌려보자. 현재 일본이나 한국 대학생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학생들이 책을 안 읽는 데 있다는 지적이 양국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창비 간)의 저자인 시카고 대학의 일본학 교수 노마 필드는 최근 산케이지에 '전쟁과 교양'이란 글을 기고했다. 복잡한 논의를 단순화해 요약해보면 "현재 세계가 구조적 폭력·위기 상황에 빠진 것은 교양 계층의 몰락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독서의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수의 출판사가 부도가 나고, 책을 안 읽는 대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에둘러가는 논리일 수 있지만, 현재의 세계의 구조적인 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교양과 지적인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감성에 호소하는 현재의 대중문화 속에서 이런 능력을 쌓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일본의 후지타 쇼조는 '군사 전체주의'에서 '상품 전체주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갖고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현 위기를 타개할 탈출구와 전략이 생기지 않을까?

토다: 최근 일본에서도 '탈활자'가 자주 얘기된다. 노마 필드나 후치다 쇼즈의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현재의 '상품 전체주의' 시기에 교양의 저하 현상이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책을 안 산다. 내가 학교 다닐 적만 해도 교과서를 안 사는 사람은 없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어떻게 교과서를 안 사고 학점을 받을까?'를 고민하기도 한다고 한다. (웃음) 또 만화는 보지만 책은 안 읽는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과도기로서 훌륭하고 좋은 만화나 영상 자료를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조엘 안드레아스가 지은 <전쟁중독>(창해 간)이란 만화는 미국의 침략 전쟁의 본질을 아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 좋은 책이다. 또 스티브 잼백(Steve Jambeck)의 <Star Wars Returns>란 다큐멘터리는 미국이 추진하는 MD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런 자료들을 통해서 책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또 교양을 쌓을 가능성도 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현재 세계를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교양으로는 역사와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교양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을 잘 알아야 한다. 많은 학생들은 11세기 십자군 전쟁에서 4만여명의 중동인들이 십자군에 의해 학살된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현재의 중동 문제는 그런 역사적 연원 속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교양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꼭 가져야 할 것이다. 다카기 진자브로의 활동도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교양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두 가지 교양이 우선적으로 갖춰진다면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한 독자적 사고와 행동이 가능할 것이다.

***강좌 후기**

199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토다는 처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대담자인 김종철 선생은 10여년이나 연배가 위인 데다, 사상적 깊이와 그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을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결코 만만한 대담 상대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담이 진행되면서 토다는 특유의 박학다식하고 치밀하면서 날카로운 통찰들을 쏟아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유로운 대담에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두 석학은 식생활, 교육, 환경, 국제정치, 사회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많은 고민들을 주고받았다.

특히 더 돋보이는 것은 청중들이었다. 대부분 학생들로 구성된 청중들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강연장을 빼곡히 채우고 진지하게 김종철 선생과 토다의 대담을 경청했다. 이것은 그 자체로 '희망적인 모습'이었다.

김종철 선생은 처음 여는 말에서 토다의 양해를 구한 뒤, "원래 첫 강연자가 삼보일배의 주인공인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으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문규현 신부가 핵폐기물처리장을 둘러싼 부안의 반대 운동을 이끌게 되면서 강좌를 성사시킬 수 없게 되어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말해주는 일이어서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21세기를 위한 연속 사상강좌>의 두 번째 강연자는 <오래된 미래>의 저자이자 저명한 문명 비평가이자 반세계화 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르-호지이다. 주최측은 10월28일에 영남대에서 열리는 이 강연회가 "빨리 오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할 수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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