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가 실마리가 안 보이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의 해임을 30일 정식으로 건의하고 나섰다.
특히 이날 시민사회단체들은 윤장관 해임 결의를 원내 최대정당인 한나라당 앞에서 해, 노무현대통령의 민주당 탈당후 달라진 정국기상을 실감케 했다.
***"국정 혼란 부추기는 윤 산자 장관 해임하라"**
녹색연합ㆍ환경운동연합ㆍ참여연대ㆍ민주노동당ㆍ민변ㆍ부안군민대책위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반핵국민행동은 9월30일 오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국정 혼란 부추기는 윤진식 산자장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반핵국민행동은 윤 산자 장관의 '해임 요구 건의서'에서 "핵폐기장 설치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고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윤 장관은 책임있는 국정 수행을 뒤로하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국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반핵국민행동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KAIST 용역 결과를 임의로 조작ㆍ은폐한 사실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자부가 오히려 해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핵국민행동은 윤 산자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이유로 다음 다섯 가지를 들었다.
▲군의회의 반대 결정과 지역 주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폐기장 선정을 강행
▲부실한 지질조사와 엉터리 부지적합 평가를 근거로 부지를 선정
▲법을 고쳐서라도 현금보상을 하겠다고 언급했다가 말을 바꾼 것
▲위도에 대통령 별장을 짓겠다고 발언
▲한수원의 KAIST 용역 보고서 은폐ㆍ조작에 대한 책임.
***위도 핵폐기장, 한나라-민주 '제2 공조' 가능성**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국회의 김두관 행자장관 해임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보면서 정치판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따가운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하고 국민을 기만한 윤 장관이야말로 국회가 해임을 추진해야 할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반핵국민행동은 기자 회견후 국회의장과 4당 대표에게 '해임 요구 건의서'를 제출했다.
국회가 윤진식 산자 장관의 해임안을 의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김두관 행자 장관 해임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국민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자위 의원들을 비롯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이 "부안 사태는 백지화후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윤 산자 장관의 해임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부안 지역구 의원인 민주당의 정균환 전 총무는 일찌감치 위도 핵폐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위도 핵폐기장의 유치결정 과정 등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한나라-민주간의 위도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제2 공조'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수원, "녹색연합 고발 고려"**
한편 KAIST의 용역 보고서를 조작ㆍ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수원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녹색연합에 대해서 법적인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국감과는 별도로 해명 자료를 배포해, "KAIST 용역 보고서를 한수원은 조작ㆍ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녹색연합에 대한 법적 대응을 언급했다. 이런 한수원의 해명과 엄포에 대해서 녹색연합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반박했다.
녹색연합과 김성조 의원은 한수원이 KAIST 용역 보고서에 대해서 계속 말 바꾸기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7월에는 "그런 보고서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반복하다가, 9월초 국감이 다가오자, 김성조ㆍ안영근 의원에게 "존재하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25일 국감 당일에도 "보고서를 폐기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다가, 의원들의 거센 추궁 끝에 "원본이 1부 남아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녹색연합 등은 한수원이 "KAIST의 용역 보고서는 부실 보고서로 판단되며, 현재 추진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용역을 맡았던 교수들은 KAIST와 서울대, 경희대 등에서 재직중인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었으며, 실제로 학계에서도 사용후 핵연료를 별도 부지에 보관하는 현재 추진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KAIST 연구 용역에 참가했던 모 교수는 2002년 8월1일자 모 일간지 칼럼에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내 부지에 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밝힌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녹색연합 등은 "KAIST 용역 보고서는 주민 수용성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 보고서로 판단했다"는 해명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현재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미 '발전소 주변지역 법률안'에 의거해 지원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 부지별로 저장하는 방안에 지역 지원금이 추가로 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수원이 녹색연합을 고발할 경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거부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녹색연합은 국감 일정에 맞춰 모든 보도자료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과 공동으로 내왔기 때문이다.
녹색연합과 김성조 의원은 한수원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이 모든 사태의 정점에 서 있는 윤 산자 장관의 자진 사퇴를 다시 건의했다. 부안 사태는 오는 10일 산자부에 대한 종합 국감에서 또 한 차례 거세게 추궁될 예정이다. 수세에 몰린 한수원과 윤 산자 장관의 대응을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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