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이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 왜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가? 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가?
● 각종 계획에서 세운 목표를 달성할 생각이 있는가? 그 목표는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가? 각 부문에 얼마만큼의 투자를 언제까지 해야 하고, 어떤 활동을 통해 줄여 나가야 하며, 그럴 경우 어떤 효과가 있는가?
●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가? 그 동안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나타나고 양질의 많은 일자리가 생기는가?
● 우리나라 산업/수송/가정상업/공공기타 각 부문의 에너지 소비/온실가스 배출의 양과 증가율은 문제없는가? 이대로 쭉 이렇게 써도 괜찮은가? 지금처럼 전기와 열을 쓰고 필요하면 발전소 만들면 되는가? 폭염과 혹한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더 많은 IT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빠르게, 더 많이 늘어남이 당연한가?
● 이런 문제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따라서 에너지를 제일 많이 쓰고 온실가스를 많이 뿜는 산업 부문이 해야 할 일이지, 나머지 부문은 할 일이 없으며, 나머지 부문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되는가? 폭염에 살아남으려면 이제 에어컨 사용이 필수가 될 텐데, 그 때 산업 부문은 에너지를 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무슨 소리! 산업 부문이 일자리를 만들고 나라를 먹여 살리니까 에너지를 많이 쓰는 건 당연하고, 에너지는 계속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에너지와 온실가스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가? 우리나라는 더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더 쓰고 더 뿜는 게 당연한가? 쓰던 대로 뿜던 대로 지내도 되니 노력이나 투자는 필요 없는가? 나중에 누군가가 놀라운 기술을 들고 나타나서 한 번에 알아서 줄일 것이니 지금 신경 쓸 필요가 없는가?
왜 더 늦기 전이라고 했는가? 바로 온실가스배출량이 7억 톤을 돌파했기 때문에
2010년 폭염·한파, 철강생산 증가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9.8%(6000만 톤) 증가하였다. 이 소식을 알렸던 2013년 2월 27일자 환경부 보도자료는 '목표대로 2015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과 사회적 인식 전환 등을 통해 전력 수요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5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가 그 때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사정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2017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배출량이 7억 톤을 넘겼다. 2018년 배출량은 7억2000만 톤 이상이라고 한다. 등수로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7위이다.
그런데, 에너지 기업 BP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곧 독일을 추월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16배인 독일보다 우리가 전기를 많이 만들어 쓰고 온실가스를 많이 뿜게 되는 것이다. 면적, 인구, 국제적 지위 등 다른 면에서도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되는 독일을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부문에서 만은 앞서게 되는 것이다.
왜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운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계획은 계획일 뿐 지키려 하지 말자'라는 선언문(mission statement)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워 놓고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지 않고, 때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다음 계획을 세울 때까지 손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에너지기본계획
2008년 8월의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에너지 수요·공급의 중장기 전략 수립'이 목표 중 하나였다. 그 내용은 (수요) 기술개발, 시설투자 등을 통한 효율 향상과 에너지 절약으로 에너지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가에너지 효율을 47% 향상하고, 에너지원 단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2030년 BAU대비 총 수요량 12.4% 감축)하고, 에너지 저소비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1차 에너지 소비는 2020년 288.0백만 석유환산톤(toe), 2030년 300.4백만toe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였다.
2014년 1월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중점과제 ①을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으로 하고, '35년 에너지 수요의 13%, 전력 수요의 15% 절감'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한 부문별 수요 관리 강화 대책으로 산업 부문에서 (에너지 다소비업체) 목표관리제 등을 통해 '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BAU대비 18.5%)를 기준으로 에너지소비 절감'을 내세웠다.
2019년 6월 수립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 소비 구조 혁신'을 중점과제 – 1 로 삼고,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을 소비 구조 혁신 중심으로 전환하여, 소비 효율은 2017년도 대비 38% 개선하고, 수요는 2040년 BAU대비 18.6%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부문별 수요 관리를 강화하고 수요 관리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그 동안의 온실가스감축로드맵
2014년 1월 발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하 2020온실가스로드맵)은 2020년 국가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776.1백만 톤CO2) 대비 30% 감축으로, 감축 후 목표배출량을 543.0백만 톤CO2로 설정했다. 수송 부문에서 배출전망치 대비 34.3%를 감축하고, 건물 부문에서 26.9%, 산업 부문에서 18.5%를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 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 등을 운영하고, 온실가스 감축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추진하며, 다배출 사업장의 에너지 이용 효율화를 위한 기반 기술 상용화가 주요 추진 과제로 선정되었다.
그림1 국가 배출전망치(BAU) 및 감축목표 달성 시나리오
출처: 2020온실가스감축로드맵
2018년 9월 발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2030년 국가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851백만 톤CO2)대비 37% 감축으로, 감축 후 목표 배출량을 536.0백만 톤CO2로 설정했다. 수송 부문에서 배출 전망치 대비 29.3%를 감축하고, 건물 부문에서 32.7%, 산업 부문에서 20.5%를 감축하기로 했다.
현실
우리는 현재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걸까?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부는 1차 에너지 소비를 '20년 288.0백만toe, '30년 300.4백만toe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계획하였다. 그러나 실제 소비량은 '15년에 287.5백만 toe를, '17년에 302.1백만 toe(예상)에 달해 '20년 목표를 '15년에, '30년 목표를 '17년에 각각 달성해 버리고 말았다. 즉, 2020년의 목표소비량을 2015년에 채우고, 2030년에 가서야 채울 것으로 예상한 소비량에는 무려 13년이나 일찍 이르게 된 것이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25년 에너지 소비량이 226.7백만toe로 정점을 찍는 것으로 설정해 수요를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실제 최종 에너지 소비량은 233.9백만toe에 달했다.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한 수요 정점은 2017년에 이미 넘겨 버린 상황이다. 소비량이 계속 늘어나는 사정을 볼 때 정점을 찍을 수는 있는지 큰 의문이 든다.
표1. 1차에너지 및 최종에너지 소비량 추세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연보>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2020로드맵에서 정한 감축경로를 따라 움직이기는커녕, 계속 증가 일로에 있어 앞서 말한 것처럼 2017년 7억 톤을 돌파하고 2018년 7.2억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2. 국가 온실가스 배출 현황
출처: 2018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언론의 역할이 중요
시간이 걸리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맨 앞에서 제기한 질문에 머리를 맞대고 답을 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산업, 수송, 건물, 공공 모든 부문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일이 자기 일이며,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데에 수긍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언론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물어야 할 것을 집요하게 묻고, 디테일을 따지고, 방향을 제시하고, 큰 그림을 그려주고, 방향에서 벗어나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하는 것이 에너지, 온실가스, 기후위기 문제에 대처하는 언론의 바른 역할이다.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길 기대해 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