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소녀가 작년 8월 시작한 1인 시위가 '나비 효과'가 되어 전지구적으로 현상이 되고 있다. 나비효과란 기상학에서 사용한 혼돈 이론의 개념으로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브라질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 8월 어느 금요일, 15세 중학생 소녀 중학생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kolstrejk för klimatet)'이란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러한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자, 그녀의 행동에 공감하는 동료 학생이 참여하면서 그해 11월에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단체가 결성되었다. 동시에 전세계에 들불 처럼 퍼져나가지 시작했다. 급기야 2019년 3월 15일 금요일 전세계 약 110개 국가에서 140만 명이 참여하는 동시다발적 하루 동맹휴학이 조직되었고, 5월 24일 금요일 하루 동맹휴학에는 125개 국가에서 150만 명 이상이 참여하였다. 이른바 기후운동에 '나비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약 10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는데 장소는 국회가 아닌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이었다.
그레타는 올해 4월 유럽의회에서 초청받아 '지금 집에 불이 났어요!'란 주제로 기후위기에 대해 연설했고, 미 <타임>지 5월 표지 인물로 선정되었다. 유럽의회 선거 기간 중인 5월 24일 두 번째 동맹휴업 영향으로 독일 녹색당은 5년 전 선거의 2배인 22% 득표로 급부상하였다.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의 한 나비의 날개 짓이 주변 나라 독일의 선거에서 정치적 태풍을 야기한 것이다. 선거권이 없는 10대의 조직적인 운동이 기성세대의 정치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올해 6월 이 운동은 국제앰네스티가 수여하는 양심대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노르웨이 국회의회 추천으로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자 명단에도 올랐다.
그레타 툰베리 현상은 환경운동으로 분류되지만 인권운동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청소년이 인권 보호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지구적 인권문제 해결의 주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강조하는 참여의 권리이다. 동맹휴학에 참여한 청소년은 자신들이 '미래 세대'가 아니라 바로 현세대이고 '현재의 기후위기가 지속되면 '멸종위기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였다. 아동을 학교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려는 기성세대에 대해 오늘 날 10대는 학교 울타리에 안주할 수 없는 현실의 근본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기후위기를 인권의 총체적 위기로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와 '기후 제노사이드(Genocide)'가 대표적이다.
최근 라오스를 방문한 필립 알스턴 유엔 극심한 빈곤과 인권 특별보고관은 '기후 아파르트헤이트' 개념을 사용해서 기후위기로 빈부격차가 국가 내 뿐 만이 아니라 국가 간에도 더욱 악화되고 고통받는 빈곤층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작년 10월 송도에서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는 현 지구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 기후변화 1.5도 억제선이 20여 년 안에 무너질 수 있다면서 '기후 제노사이드'가 임박했음을 경고했다.
아파르트헤이트와 제노사이드는 대규모 인권침해의 대명사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과거 남아공에서 합법적으로 자행된 악명높은 제도화된 조직적 인종차별과 분리정책을 말한다. 이를 대항해서 조직된 국제적 인권운동의 결과로 1965년 역사상 처음으로 채택된 인종차별철폐협약이다.
제노사이드는 전쟁과 무력 갈등과 연관된 무고한 민간인 대량 학살을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의미하는 홀로코스트는 현대 제노사이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도 제노사이드는 계속 발생해서 1994년 르완다와 1999년 코소보에서도 발생했다.
한편 인권의 범주를 확대해서 생태와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규범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노력 또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남미 국가 에쿠아도르는 2008년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를 명시한 헌법을 채택하였다. 자연의 권리는 사람 중심의 환경권 프레임을 뛰어 넘는다. 권리는 인간의 독점물이 아닌 것이다. 자연에는 동식물과 토양 등 지구생태계 전체가 해당한다. 한국에서는 과거 2003년 경남 천성산 도룡뇽 사건이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에는 주권국가 간의 협정에 기반한 국제법을 넘어 지구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홀로세(Holocene),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와 같은 지질학 개념이 인권과 환경 담론에 등장했다. 환경과 인권운동 모두 개별 환경파괴 사건을 넘어 지구생태계 전체를 전일적(Holistic) 관점에서 다루게 된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그레타의 1인시위로 촉발된 나비효과는 기존의 환경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으로 구획화된 사회운동의 경계를 허무는 효과를 발휘했다. 유엔도 예외가 아니다. 유엔은 올해 9월 21일 국제 평화의 날 주제를 '평화를 위한 기후행동'으로 정했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이었던 작년은 평화권이 주제였다. 그리고 이틀 후인 9월 23일 유엔은 기후변화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유엔은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를 넘어 평화에 대한 전지구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조응해서 국제 시민사회단체는 9월 21부터 27일까지 한주간 전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후위기, 평화, 불평등을 공동의 주제로 대규모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9월 20일 금요일 그레타 툰베리 포함 전세계 수백만의 청소년이 다시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이날은 유엔 국제평화의 날 전날이다. 이번에는 한국에서도 좀더 많은 청소년이 평화의 나비가 되어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지방 의회 건물을 둘러싸는 현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인권학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한 <휴먼 라이츠 브리핑>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인권과 관련 있는 여러 학문의 최신 동향과 연구자들의 성찰을 독자들과 나누려 합니다. 그것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인권담론이 풍부해지고, 인권현안을 깊은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시각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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