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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혈액백 입찰 담합 확인…77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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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혈액백 입찰 담합 확인…77억 과징금

공정위, 녹십자MS·태창산업에 과징금...시민단체 "적십자사는 빠진 반쪽 조사"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900억 원 규모의 혈액백 입찰에서 담합을 한 2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77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됐다.

공정위는 17일 "대한적십자사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발주한 3건의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7대3의 비율로 예정수량을 나누고 투찰가를 합의한 녹십자MS와 태창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76억9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녹십자MS와 당시 실무책임자였던 현 임원 1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녹십자MS-태창산업, 담합 통해 908억 매출 올려

이들 업체는 2011년 적십자사가 최저가를 써낸 1개 업체만 선정하던 이전 구매방식을 바꿔 다수 업체에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입찰제를 도입하자, 가격경쟁으로 인한 단가인하를 피하기 위해 물량과 가격을 사전 담합하기로 했다.

국내 혈액관리의 약 90%를 독점하고 있는 적십자사는 한해 200만여 개, 150~160억 원어치의 혈액백을 구매하고 있다.

녹십자MS와 태창산업은 사전에 합의한 7대3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2011년 입찰에서는 전국 15개 혈액원을 각각 9곳, 6곳으로 나눠 응찰했고, 2013년과 2015년 입찰에서도 참여 지역이 겹치지 않도록 각각 10곳, 5곳에 들어갔다.

3건의 입찰 물량 외에 13회의 구매도 기존 계약이 그대로 연장되면서 담합의 효과가 이어졌고, 이들 업체가 담합을 통해 올린 매출은 908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태창산업이 담합에서 이탈해 녹십자가 100% 수주한 2018년 입찰에선 낙찰가격이 종전의 3분의 2 수준에서 결정됐다며, 담합을 통해 결과적으로 1.5배 가격상승 효과가 발생해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부담액이 이들 업체의 사익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국민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혈액백 구매 입찰에서 장기간 진행된 담합 행위를 적발하여 엄중제재한 것"이라며 "혈액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환자들의 호주머니와 건강보험 예산을 가로챈 악성 담합을 적발하여 엄벌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나 적십자사와 혈액백 독과점 공급사 녹십자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권한이 없어 조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적십자사 빠진 공정위 조사는 반쪽짜리"

한편,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런 결정은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작년에 공정위에 혈액백 담합을 신고한 것과 아울러 2018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의 결과물로 나온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 내용은 담합 실체를 재차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매번 입찰 때마다 수차례 입찰규정까지 바꾸면서 특정 업체를 위해 오랜 기간 담합 조건과 토양을 제공한 핵심인 대한적십자사가 정작 조사결과에는 빠져 있다"며 공정위 조사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동근 의원이 지적했듯이 적십자사는 특정 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입찰조건을 변경한 정황이 확인된 바 있다"며 "이번 담합으로 적발된 두 업체 말고는 이 시장에 다른 업체가 진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누가 보아도 적십자사가 주도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공정위 조사결과에 결론은 있는데 담합 과정과 그를 주도한 사람들은 모두 빠져 있다"며 "이런 담합은 업체 일개 직원이 혼자서 그 오랜 세월 주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고발당한 녹십자MS 직원이 내부적으로 죄를 혼자 모두 뒤집어썼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이번 조사가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런 문제 등으로 공정위 조사가 "반쪽 짜리에 불과하다"며 "공정위가 업체와 그 직원을 고발한다 했으니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 간다. 검찰은 공정위가 엉성하게 그린 그림을 완성시키고 공공의 정의를 세우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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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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