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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 연쇄 폭발사건의 교훈으로 한국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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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 연쇄 폭발사건의 교훈으로 한국을 보다

대만 재난안전전문가 "대형 재난,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

"세월호가 한국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사람들은 무엇을 기억할까요? 희생자 또는 생존자, 그 가족들, 특히 희생된 학생들과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 홍 웬링 대만 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대형 재난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한국사회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 사회 차원에서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게 진상조사를 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동시에 이미 일어난 사고를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고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또 이 사고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사회 전체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그러한 고민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6일, 서울시 중구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대만 재난안전전문가 홍 웬링 대만 가오슝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왕 저핑 교수의 집담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3개월 후 대만 가오슝에서 일어난 가스관 폭발 사고에서 드러난 재난 관리 문제를 비교하고, 참사 후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발제를 맡은 홍 웬링 교수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를 두고 "'재난 이후'라는 더 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재난 이후, 공학 교육과 공학 윤리의 문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및 (해상사건의 경우) 해상문화와 해상사건에 대한 대중의 이해의 문제 등의 여러 관점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큰 참사들은 복잡한 양상으로 이뤄져있다"면서도 "가장먼저 물리적 사실, 과학적 사실을 조사하지만 그것을 다 안다고 해서 전체 참사를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16일 서울시 중구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대만 재난안전전문가 방문 집담회를 개최했다. ⓒ프레시안(조성은)

세월호 참사와 꼭 닮은 대만의 가오슝 가스관 연쇄 폭발 사건

2014년 한국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3개월 뒤, 대만은 가스관 연쇄 폭발이라는 대형 재난을 겪었다. 땅 속에 묻혀 있던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면서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보도를 종합해보면, 폭발이 일어나기 3시간 쯤 전부터 시민이 이상한 냄새를 맡고 신고를 했다.

신고 후 1시간 40분이 훌쩍 지나서야 현지 독성물질 재해 대응팀이 도착했다. 그러나 대응팀은 무슨 가스가 어디에서 새는지 알지 못해 허둥댔고 그러는 사이 폭발이 시작됐다. 총 8번의 연쇄폭발이었다. 주민 대피조치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도로가 꺼지고 불길이 치솟았다. 차량이 건물 3층 높이까지 날아갔다. 총 3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가오슝 가스관 폭발 사건은 초기에 대처를 잘못해서 대형 재난으로 번졌다는 점 등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점이 많다. 홍 교수는 "세월호는 무리한 증개축으로 침몰의 위험을 안고 있었던 배다"며 "가오슝의 가스관은 처음 설계 당시부터 땅 속에 있어야 할 가스관의 일부가 하수도에 설치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게다가 가스관에 대한 취합 자료는 25년 동안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조사 결과 당시 가스관을 관리하던 인력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않았다"며 "가스관의 압력이 급격히 낮아지면 가스가 샌다는 것을 눈치 채고 대처해야 하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도 제대로 대처를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스관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폭발 후에도 무엇이 폭발했는지 몰라서 잔여물을 검사해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대형 재난은 결국 소통의 문제

홍 교수는 가오슝 폭발사고를 비롯한 대형 재난을 소통(Communication), 학술(Academic), 회복(Reconstruction), 교육(Education) 등 4가지로 관점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중 가장 크게 할애한 부분이 바로 '소통'이다. "대형 재난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홍 교수는 "가오슝 가스관 연쇄 폭발 사건의 경우 관계부처 간 협업이 전혀 되지 않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며 관리에 미숙했던 인력에 대해서도 "결국 내부 소통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가 떠오른 대목이다. 선장과 선원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말없이 도망갔다. '대통령은 7시간'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홍 교수는 "우리가 알게 된 것을 더 많은 사람들, 시민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해양 전문가뿐만 아니라 철학자나 윤리학자, 역사학자, 소통과 통신을 다루는 연구자들의 법 등 과학기술과 사회과학을 망라하는 분야를 언급했다.

홍 교수는 "대중이 이런 복잡한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를 예시로 들었다. 홍 교수는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후 100년이 더 지났지만 최근까지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2012년엔 타이타닉 호 탑승객들의 행동 패턴에 대한 논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선해양기술과는 관련이 없는 분야다.

홍 교수는 그러면서 가오슝 사고 이후 대만 청년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홍 교수는 "가오슝 사고 이후 가스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며 "IT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해커톤 행사가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며칠밤을 새워 빠르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세월호 세대가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할지도 또다른 문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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