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강행할 경우 북미 간 진행되고 있는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1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판문점 조미 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미 사이 실무협상이 일정에 오르고 있는 때에 미국은 최고위급에서 한 공약을 어기고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 '동맹 19-2'를 벌려놓으려 하고 있다"며 "만일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최근 조미 실무협상 개최와 관련하여 이러저러한 여론들이 국제적으로 난무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 실무협상 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서도 오는 8월로 예정돼있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CPX)을 거론하며 "6.12 조미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에 대한 위반이며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합동 군사 연습 중지는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에서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 조미 수뇌상봉때에도 우리 외무상과 미 국무장관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거듭 확약한 문제"라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변인은 "우리가 핵 시험과 대륙간 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하기로 한 것이나 미국이 합동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어디까지나 조미 관계개선을 지향하여 한 공약이지 그 무슨 지면에 새겨넣은 법률화된 문건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조미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하여 이미 취한 중대조치들에 이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인도주의적 조치들도 취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은 판문점 조미 수뇌상봉이 있은 때로부터 한달도 못되어 최고위급에서 직접 중지하기로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기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미국과 한 공약에 남아있어야 할 명분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타방은 지키지도 않고 유념조차 하지 않는데 지킨다고 하여 득이 될 것도 없는 판에 일방만 그것을 계속 지켜야 할 의무나 법이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북미 실무협상의 준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입장을 표명하면서 당장 실무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왔지만, 북미 간 실무협상은 지난 6월 30일 양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 사안을 가지고 실무협상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미 간 실무협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협상을 통해 군사 훈련 중지를 받아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실제 한미 간 훈련이 이어진다면 북한이 미국과 협상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간 회담 때도 미국이 훈련 중지를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이 사안을 향후 미국과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로 판단하고 이후 대응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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