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뜻을 받들겠다고 하는 것이 다 옳은 것이 아니듯, 그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 다 옳은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로 인해 촉발된 열정과 그로 인해 확인된 한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곧 밀어닥칠 지방선거는 그의 삶과 죽음을 다시 단선적으로 규정하게 만들 수 있지만 벌써 일 년, 이제는 좀 더 차분해져도 좋을 때이다.
2008년 정규 1집 [Catch The Moment]를 발표하고 홍대 앞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팝밴드 시티 엠(City. M)이 이 노래 <기억해요 영원히>를 보내온 것은 <프레시안>에 레볼루송 연재를 막 시작하려던 시점이었다. 당연히 가장 먼저 소개해도 좋았을 곡이었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곡을 쓰고 싶다는 뮤지션들이 몇몇 있다 보니 곡 소개 순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초기에 보내온 곡을 연재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소개하게 되었다. 이 점, 지면을 빌어 시티 엠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다.
▲ 2008년 정규 1집 [Catch The Moment]를 발표하고 홍대 앞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팝밴드 시티 엠(City. M). ⓒ시티 엠 |
그리하여 여성 보컬 황진영의 달콤한 목소리로 불리는 노래는 간소한 반주의 잔잔한 어쿠스틱 팝처럼 담백하지만 기존의 민중 음악이나 인디 음악과는 확실히 다른 스타일을 구축한다. 진지해야만 할 정치적 경험을 로맨스처럼 담아낸 것이 지나치게 순진한 태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이라는 것의 딱딱한 고정관념을 말랑말랑한 멜로의 어법으로 대치한 것은 팝 밴드가 자신의 어법과 취향을 지키며 현실을 발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태도일 수 있다. 오히려 이 같은 어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말하는 노래가 나왔다는 것이 이제 음악과 정치가 만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더 주의 깊게 주목해야 할 지점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한다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그와 나눈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이 아닐까.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겠다는 다짐, 그것은 단지 노무현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픔이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가 남긴 숙제와 그가 남긴 실패를 우리 삶의 중심으로 밀고 나갈 때, 그는 비로소 자유롭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를 영원히 기억해야 할 가치와 의무가 있다.
<기억해요 영원히> 그대 품에 안겨 있을래요 지금 나를 느끼나요 아무 말도 필요없죠 당신과 나 사이에는 혼자 있겠다고 말하지 말아요 맘에 없는 그런 말 그냥 웃어줘요 힘이 들어도 나도 그럴께요 음음 오늘 이런 날은 당신이 더욱 생각나요 그대 빈자리에는 아무것도 채울 수가 없네요 오늘을 기억해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멈출 수 없어요 당신과 한 약속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게 힘을 줘요 오늘 이런 날은 당신이 더욱 그리워요 그대 빈자리에는 아무것도 채울 수가 없네요 이젠 편히 쉬어요 무거운 짐을 내려놔요 나도 잠시 여기서 머물 뿐이지요 그대처럼요 하지만 기억해요 영원히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