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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나라, 이라크 파병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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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한나라, 이라크 파병 '눈치보기'

정부 일각서 '파병 불가피론', 한나라당 "정부 대응 본 뒤..."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요구가 하반기 정국의 최대 폭풍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병문제가 지난 3월 이라크전때의 비전투병 파병때 두차례 국회표결이 무산될 정도로 뜨거운 진통을 겪었던 이슈인 데다가, 이번에는 미국이 수천명의 전투병을 보내달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이번 파병 요구는 이라크 늪에 빠져 미군 피해가 급증하고 전비 부담이 늘자, 미국 부시정부가 이를 우리나라에게 전가하기 위한 '용병' 성격이 짙어 향후 커다란 정치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일각에서는 '추가파병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고,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이를 '노무현 정부 몫'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커다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파병 절대불가", 한나라당 "정부 대응 지켜본 뒤..."**

지난 3월 이라크파병때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민주당의 다수 의원은 '이라크 파병 불가'를 천명하기 시작했다.

김근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신당파 의원 5명은 12일 미국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요청과 관련, "이라크 전쟁이 명분없는 침략행위였다는 것이 드러난 데다 이러한 파병은 장기적인 국익에 도움이 안되고 신당의 창당 취지에도 맞지 않기때문에 신당과 국회 차원에서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김성호 배기선 이미경 허운나 의원 등 반전평화모임의 의원 5명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소의 경제적 실리때문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도덕적 자부심을 잃게 하고 한반도 평화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우리 5인은 그동안 대북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오면서 이라크 전쟁과 대북송금사건 특검제에 반대하는 등 입장을 같이 해왔다"면서 "특히 최근 이라크 파병요청과 관련, 파병찬성 움직임이 있기때문에 신당파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이날 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의 장영달 국회 국방위원장도 이에 앞서 9일 미국의 한국군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과 관련, "이라크 파병이 평화유지활동(PKO)에 필요하다는 유엔논의를 통해서라면 몰라도, 유엔의 요청이 없는 파병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파병 결정 여부를 정부 몫으로 떠넘기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2일 미국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13일부터 시작되는 미국방문 기간중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와 관련해 미국측의 협조요청이 있더라도 일단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당론을 모아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렬 대표는 또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한국정책을 입안하는 미국 조야인사들과 만나 야당 대표로서 최근 한총련 학생들의 반미시위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한나라당 입장은 일단 파병 여부의 결정을 정부에게 떠넘긴 뒤 여론 추이를 보아가며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원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답지 못하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정가에서는 지난 3월 파병때 한나라당이 결국 파병에 적극 찬동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관측하고 있다.

***정부 신중론속 일각선 '파병 불가피론' 흘러나와**

정부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공병이나 의료 부대와 달리 전투병 파병은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닌 만큼 추석 연휴 이후 국민의 여론을 검토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한미 동맹관계와 최근 북핵협상,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만큼 늦어도 올 연말 이전에 가부간의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정부에서는 특히 오는 10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의 방한때 추가 파병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럼즈펠드 방한이 파병여부를 결정지을 중대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내 친(親) 펜타곤(미 국방부)파로 알려진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과 국방부 등 일각에서는 북핵협상을 순탄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선 미국측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파병 불가피론'이 흘러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추가파병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10일 이라크에 파병된 서희부대 정광춘 부대장(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노고를 치하해 주목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통화에서 "내일이 추석인데 고생이 많다"고 안부를 묻고 현지 기후와 장병들의 건강상태 등에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현지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제2진과 교대될 10월까지 안전에 유의하며 건강한 몸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고 "함께 파병돼 있는 제마부대에도 안부를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건군 55주년을 맞아 내달 1일 대규모로 치러지는 국군의 날 행사에 주한미군이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12일 "내달 1일 열리는 국군의 날 행사에 주한미군이 처음으로 참여키로 했다"며 "이는 올해가 한미동맹 5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연합작전을 펼치는 한미간 우의를 기념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10대가 선도 비행하는 51대의 우리 육.해.공군 헬기의 뒤를 이어 축하비행을 하고 미군 고공강하요원 6명이 86명의 우리 특전사, 해병대 요원들과 함께 3만피트 상공에서 동반 강하할 예정이다.

***독일-인도 "이라크 파병 못한다"**

이같은 국내 일각의 미묘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추가파병 요구에 대해 냉랭한 대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0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미국의 독일군 파병 요구를 재차 거부하며 대신에 이라크 경찰에 대한 훈련을 독일이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예산 심의가 시작된 의회에 출석, 독일군을 이라크에 결코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군 병력 증파가 이라크 치안 상황 개선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시된다며, 그 대신 파키스탄에서의 경험을 살려 이라크 경찰 훈련을 맡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공영 ARD방송은 이와 관련, 슈뢰더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오는 23일 15개월 만에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로 양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표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12일 합의했다고 보도해 회담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의 파병요구를 받은 인도도 카슈미르 지역에서 빈발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이라크에 지원군을 파병할 여유가 없다고 익명의 인도 국방부 관계자가 12일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힌두스탄 타임스 등 인도의 유력 언론들도 이날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유엔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인도는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인도는 그동안 이라크 재건 및 치안 유지를 위해 병력을 파견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대해 유엔의 승인이 있으면 파병 문제를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인도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크리스티나 로카 미 국무부 차관보가 3일간의 인도방문 일정을 마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인도 언론들은 "집권 힌두국민당(BJP)이 이라크에 지원군을 파병했다가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내년 10월에 있을 총선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이 같은 방침을 세웠다고 추정했다.

이같은 인도의 결정은 적국인 파키스탄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1만병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일본에 파병-전비부담 압박**

미국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도 조심스런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반기에 약 1천명 규모의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가 이를 내년이후로 미룬 일본은 미국의 압력이 거세자, 현지 안전상황 등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자위대 장교 10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다음주중 이라크에 파견한다고 교도 통신이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12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일본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 주둔군의 평화유지 활동을 돕기 위해 자위대를 파병하는 대신에 보급품 공급을 돕기 위해 군 수송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방위청 간부들은 우선 지상군 파병에 앞서 `C-130' 군수송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군수송기 지원시기는 11월 일본 총선이 끝난 이후가 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미쓰타케 고이치 방위청 대변인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일본에 대한 파병 압력외에 지난주 워싱턴 미-일 고위급 회담에서 이라크 재건작업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을 간접적으로 일본에 요청했다고 일본 정부 소식통들이 9일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열린 다케우치 유키오 일본 외무차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무부 부장관간 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라크 재건비용의 많은 부분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파병요구에 응한 나라는 영국,파키스탄, 태국 세나라뿐**

한편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유엔 결의안에 따라 다국적군이 편성된다 하더라도 대규모 병력을 기대하기란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여 주목된다.

럼즈펠드 장관은 11일 내셔날 프레스 클럽에서 행한 연설후 일문일답에서 "유엔의 추가 결의안에 따라 많은 추가 병력이 파병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럼즈펠드의 발언은 미국이 세계각국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응하는 나라는 현재까지 영국, 파키스탄, 태국 세 나라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전때 파병했던 헝가리 등까지도 미국의 추가파병 요구에 공식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을 정도로, 미국의 파병요구는 국제사회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야기하자 브리안 휘트먼 대변인은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미국 행정부가 추가 다국적군의 파병을 유도하는데 있어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내셔날 프레스클럽 오찬 연설도중 한 여성으로부터 "당신의 외교정책은 거짓말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라크 전쟁은 불공정하고 불법"이라는 야유를 받아 30초간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과연 한국정부가 국제적 기류와 상반되는 '제2 월남전 파병'의 길을 선택할지, 향후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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