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7시 청계광장에는 300여 명의 경찰이 3미터 간격으로 촘촘히 들어서 있었다. 미리 도착한 30여 명의 중소상인들은 이들을 피해 분수대 주변에 모였지만 그 주위에도 바로 경찰을 투입해 공간을 메웠다. "사람도 얼마 없는데 어디까지 막으려고 하나"라며 중소상인들이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7시 20분경 50여 명으로 불어난 중소상인들은 경찰을 피해 분수대에서 50미터 떨어진 모전교에서 촛불 문화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촛불이 켜지자마자 경찰이 달려들었다. 단식으로 몸이 쇠약해진 상인 대표들까지 몸싸움에 휘말렸다. 경찰 무전에서는 연이어 "촛불 회수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에워쌓인 상인들은 난간에 매달려 버텼다. 다리 난간이 낮아 자칫하면 청계천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촛불 문화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중소상인들이 항의했지만 경찰은 7시 35분경 촛불을 압수하고 상인들을 다리에서 몰아냈다. 인근의 시민들까지 나서서 경찰의 대응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차도에서 물러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중소상인들은 애초 이곳에서 1시간 가량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자진 해산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서울 종로 조계사로 이동해 8시부터 9시까지 못다한 문화제를 재개했다.
중소상인 측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23일 다시 촛불 문화제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 2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를 촉구하는 중소상인들이 촛불 문화제를 열려고 하자 경찰들이 달려들어 저지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중소상인·이정희 의원, 상생법 개정안 발의
중소상인들은 거리에서 단식과 촛불 문화제로 맞서던 2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본회의를 열었지만 SSM 규제의 핵심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심사하지 않았다. 이로써 2월 임시국회에서 유통법 처리는 물 건너간 셈이지만 중소상인들은 야당 의원과 함께 관련법안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중소상인 단체 및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23일 가맹점 방식의 '편법 SSM'도 사업조정제도에 포함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해로 접어들면서 대형 유통기업들이 사업조정 신청으로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진 SSM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개장하면서 법망을 피해가고 있지만 중소기업청은 가맹 사업은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가맹사업자가 대규모점포를 운영하는 대기업일 경우 가맹점에 대해서 중소기업청에 사전 조사를 신청할 수 있고, 사업조정에 따른 권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 중기청장이 이행을 명령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달 중소기업청이 가맹 SSM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반려한 것과 관련해 중소상인들은 23일 중기청의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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