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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어쩌다 죽음의 호수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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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어쩌다 죽음의 호수가 됐나

[함께 사는 길] 새만금사업 28년, 갯벌 대신 우리가 얻은 것은?

"저 교각 위에 따개비 보이세요? 원래 이 높이까지 바닷물이 들고 났던 거예요."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다리이자 만경강을 가로질러 김제와 군산을 이어주던 새창이다리 교각에 따개비들이 하얗게 붙어있다. 지금 다리 아래 수심은 50센티미터가 될까 싶을 정도로 낮지만 따개비들은 그보다 4미터나 더 위에 붙어 있다. 바다가 막힐 줄 몰랐던 따개비들이 바다를 기다리다 그대로 화석처럼 하얗게 굳어버린 것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만경강 2킬로미터까지 그 물이 올라갔어요." 착잡한 표정으로 주용기 씨는 한참이나 말라붙은 따개비를 바라봤다. 전북대 전임연구원인 그는 오랫동안 새만금 현장 곳곳을 조사하며 새만금의 변화를 기록해왔다. 새만금 공사가 진행된 지 28년,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새만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5월 그와 함께 새만금 일대를 둘러보았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새만금간척사업. Ⓒ함께사는길(이성수)

생합은 사라지고 썩은 뻘만 가득

만경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만나는 항구, 심포항이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빠지면 광대한 갯벌이 드러나고 게서 잡힌 생합이 전국적 지명도를 가졌을 정도로 갯벌의 생산성이 높은 곳이었다. 방조제가 들어선 후 갯벌도 생합도 사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저수지가 생겼다. 항구엔 여러 척의 배들이 정박해있다. 그 배들 대부분이 펌프를 이용한 패류 채취선이다. 저수지 바닥에 물을 쏴서 뻘 속에 있던 조개 등을 떠오르게 만들어 그물로 건지는 방식으로 어업을 한다. 그마저도 조업한 지 오래된 듯 곳곳이 녹 쓸고 낡았다.

▲ 심포항에 정박해있던 배의 닻을 내렸다 올리자 시커먼 뻘들이 악취를 내며 딸려 올라왔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한쪽에서는 정화활동이 한창이다. 바다의 날을 앞두고 김제시가 벌인 행사다. '바다를 살립시다’란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매고 주차장 곳곳 쓰레기를 줍는 그들의 모습이 어딘지 어색하다. "저런다고 바다가 살려져?"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홍석민 씨가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뻘이 다 썩었어요. 물도 완전 녹물인데 요새 갑문을 열었나, 그나마 좀 좋아진 거예요." 그가 확인시켜주겠다며 갑자기 정박해 있던 배에 닻을 내렸다가 올렸다. 그러자 닻에 시커먼 뻘이 딸려 올라왔다. "방조제 막히기 전부터 여기서 어업을 했어요. 91년에 외지에 잠깐 나갔다 살다가 96년에 다시 들어왔어요. 난 보상도 못 받았어요. 그래도 그때만 해도 어업이 낫더라고요. 생합이 많이 잡혔죠. 반지락만 잡아도 하루도 몇백만 원씩 벌었는데. 4공구 물막이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유지는 했는데 4공구 막고 나서부터는 급격히 안 좋아졌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심포항 한쪽엔 낡은 어구들이 쌓여 있다. 박인원 씨는 "예전에 어장에서 썼던 건데 사용할 데가 없으니 이리 둔 거예요. 사업단에서 보기 싫다고 정리해달라고 하는데 난 못하겠다고 했어요. 이거 처리하려면 폐기물이라고 킬로에 300원씩 달라는데 다 처리하려면 몇백 만 원이에요. 남의 속도 모르고 니들이 치우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심포항에서 조업하던 그는 이제 방조제 밖에 선박을 두고 어업을 하고 있다. "김제에 바다가 없잖아요. 김제 어민들이 어디 가서 설 자리가 없어요"라며 씁쓸해했다. 그곳 상황도 예전과 다르다고 한다. "신시도 배수갑문에서 가력도 쪽으로 그물을 내면 썩은 뻘이 묻어 올라오는데 냄새가 나요. 전어랑 숭어를 잡는데 잡아도 냄새가 나니 사주질 않아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새만금 보상받지 않았냐는 말 들으면 기가 막혀요. 일시불도 아니고 1500만 원씩 세 번 받았어요. 그래도 저거 막고 나면 어민들에게 땅 주고 농사라도 시켜준다고 해서 우린 좋은 배 폐선장까지 갖다주고 허가권도 반납했어요. 근데 어민들한텐 농지도 임대해주지 않아요. 어민들만 죽어 나가고 있어요."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은 해수유통이다. "지난번에 갑문에서 고기 잡다가 사람이 셋이나 죽었어요. 그 사고 뒤로는 해수유통도 잘 안 하려고 해요. 또 공사에 방해될까 봐 아주 조금만 빼고 닫아요. 그건 해수유통이 아니죠. 해수만 유통되면 바랄 게 없죠. 여긴 다시 살아날 거예요." 그의 기대감에는 삶의 지주를 잃은 허기가 섞여 있었다.

▲ 방조제가 막힌 후 심포항에는 물고기가 사라졌다. 펌프배까지 동원해 어업을 이어가려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지 배는 녹 쓸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소금 뿌리는 데 살아? 죽지"

부안군 하서면 해창갯벌은 매립된 지 오래다. 반들반들 윤이 나던 갯벌은 사라지고 듬성듬성 잡초만 무성하다. 새만금갯벌을 지켜달라며 세운 장승들이 이곳이 예전에 갯벌이었음을 호소하듯 여전히 해창갯벌을 지키고 서 있다. 그 옆으로 장승 두 개가 새로 들어섰다. 지난 3월 부안 주민들이 갯벌과 바다를 염원하며 세운 '개양할미바다지킴이'와 '변산신령산들지킴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관광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한동안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유치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의 소리가 나온다.

길을 따라 광활한 풀밭이 이어진다. 관광단지니 농업단지니 하는 구획은 의미가 없었다. 계화도 앞 갯벌도 황무지로 변한 지 오래다. 농업용지로 계획된 이곳은 2010년에 매립이 완료됐다. "저기에 날초라고 있었어, 까만 조개. 다리가 이리 빠지는데 반나절만 갔다 오면 20, 30킬로 잡았거든. 게도 잡고 동죽 잡고 바지락 잡고 백합 잡고 별거 다 잡았어. 죽합 잡으면 남자들 하루에 돈 10만 원씩 벌었어. 갯벌 나가서 아이들 대학, 장가 다 보냈지." 김희자(가명) 씨는 계화도로 시집와서 마을 앞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엄청 반대했지. 아들하고 싸워 재판하고 형제끼리 염병하고. 근데 찬성하는 사람들이 우두머리(이장)를 흔드니 안 되더라고. 그땐 이장들이 마을 일 보느라고 주민들 나무 도장을 다 갖고 있었거든. 어느 날은 이장이 이만한 보따리를 열더니 꾹꾹 찍더라고. 뭐냐고 하니깐 아무 상관 없다면서 찍더라고." 그 문건이 보상을 받고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였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밥그릇을 빼앗았으면 농지라도 줘야지. 처음에 주민들한테 준다고도 했어. 헌데 주긴 뭘 줘." 김 씨는 바로 앞 매립지를 볼 때면 복장이 터진다. 생계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은 도로가 풀을 뜯거나 시험장 인부로 나간다. 김 씨도 일주일에 한 번 시험장에서 일을 한다. "옥수수도 심고 감자도 심고 꽃도 심고 안 심는 거 없어요. 식물 박사들은 '몇 센티 간격으로 심어라. 깊이는 어떻게 하라' 입으로 말하고 우리가 다 심었지." 새만금 간척지 내 농업 시험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북대 등이 새만금 간척지 내 시험포에서 각종 작물을 시험 재배 중이다. 잘 자라느냐고 묻자, "소금을 얼마 뿌리라고 하는데 그게 살아?"라고 도리어 묻는다. 김 씨는 또 다른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먼지가 엄청 날려. 아침에 집을 싹 닦고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면 또 쌓여있어. 어떤 날은 숨쉬기도 힘들 정도야." 주민들을 먹여 살려주던 갯벌은 이제 먼지 제조장으로 전락했다.

▲ 아직 매립공사가 진행 중인 3공구에 갯벌이 남아있어 도요물떼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갯벌 대신 우리가 얻은 것은?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 일반산업단지 예정지에는 분양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1공구, 2공구는 이미 매립이 완료됐지만 입주한 업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2010년부터 전라북도와 군산시, 농어촌공사 등이 임대료 100퍼센트 감면에 100년 장기 임대 등 각종 인센티브와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2018년 현재 5개 업체만 입주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업단지를 위한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다. 1, 2공구 옆 3공구에 덤프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쉴 새 없이 드나든다. 공사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거대한 호스가 바다에서 매립지로 연결되어 있다. 방조제 안쪽을 준설해 그 준설토를 매립토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매립토를 구하기 힘들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공사장 끝에 다다르니 바다다. 그곳에 아직 갯벌이 남아있었다. 휴식 중인 뒷부리도요, 좀도요도 보였다. 호주에서 찾아온 쇠제비갈매기도 새만금 매립지와 갯벌을 오간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조사에 따르면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한 17종의 멸종위기 조류가 이곳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이곳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28년 동안, 대체 우리는 이 바다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 김종주 새만금도민회의 공동대표. ⓒ함께사는길(이성수)

"내측뿐 아니라 외해도 병들었다"

결국 전북도민들이 일어났다. 전북도민들과 전북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8월 새만금도민회의를 출범시키고 새만금 해수유통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4월 9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사업으로 인한 수산업 피해에 대해 조사하고 전면 해수유통으로 새만금 바다를 살리고 여기에 발맞추어 재생에너지 생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새만금 바다에서 양식업을 했고 현재 새만금도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주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어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는?

새만금에 대해 안 좋은 소리라도 내면 새만금사업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업이 늦어지는 것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그래서 '그럼, 한 번 해볼 때까지 해봐' 하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있다. 또 새만금사업으로 한꺼번에 (물고기 등이) 다 죽었으면 반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이 진행되는 그 긴 세월 동안 천천히 사라졌다. 젊은 사람도 다 빠져나가고 공동체도 무너졌다. 천천히 병 들어가니 대응할 수도 없었다. 그런 데다가 중간 중간 정치인들이 찾아와 '새만금에 몇조 원의 돈을 가져와서 사업을 한다' 하고 그 수익이 전라북도 도민들에게 돌아갈 것처럼 말을 하니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도 있었다. 근데 실제 들여다보니 대부분의 돈은 지역경제와는 상관없이 대기업이 가져가더라. 참다못해 지난해 김제, 부안, 익산 등 전북 도민들이 모였다. 해수유통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 구분 없이 다 들어와 새만금에 대해 논의를 해보자고 만든 자리였는데 다들 해수유통만이 답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 새만금 방조제 이후 현장에서 본 바다 생태계 변화는?

생합하면 심포, 하재하면 노랑조개라 할 정도로 새만금 곳곳에 패류가 많았다. 고창, 부안, 김제, 군산까지 바지락이 어마어마했다. 조개만 잡아도 자식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 장자도 앞에 꽃새우 잡는 배가 300척 정도 있었는데 그 배들이 다 없어졌다. 새만금 내측 갯벌이 바지락 등 패류나 대하, 중하 등이 산란하던 곳이었는데 그곳이 없어졌으니 사라졌다. 까나리, 흰배도라치, 실치 등 다 없어졌다. 작은 물고기를 먹는 광어나 농어 등도 먹을 게 없으니 다른 데로 간다. 전에 군산하면 박대, 서대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 자원이 다 없어졌다. 어느 한 종의 변화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변했다.

- 어민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새만금 내측에도 어업을 하긴 한다. 배수갑문을 열면 바닷물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때 물고기가 올라온다. 그걸 잡아서 생계를 잇는 것이다. 배수갑문을 열 때뿐이고 닫으면 들어왔던 물고기도 다 죽는다. 외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군산지역에서 김 양식을 하는데 한 해 생산량이 약 1800망 정도다. 연수익이 600억 원 정도 됐다. 2009년 배수갑문이 완전히 막히기 전의 이야기다. 그때만 해도 수질이 양호하다 보니 괜찮았다. 또 김 같은 해조류는 만경강과 동진강에서 내려오는 유기물을 먹고 자란다. 근데 배수갑문으로 막혀 유기물이 내려오지 않으니 해조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병이 왔다. 김은 황백화 현상이 오면서 생산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다들 부도 직전이다. 다른 수산업으로 변경하고 싶어도 새만금 방조제가 막고 있는 한 이곳에선 불가능하다. 군산, 부안, 김제 3개 시군지역어민과 주민들의 경제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다. 물고기나 패류를 잡아서 가공공장에 갖다줬는데 지금은 가공하는 공장도 문을 닫았고 일자리도 사라졌다.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수산산업에 악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뿐인가. 예전에는 서울에서 생합 먹으러 심포도 오고 회 먹으러 부안 왔다가 격포 채석강까지 들렀다 갔다. 새만금 저리 망가져서 누가 회를 먹으러 오겠나. 관광사업까지 다 망해버렸다.

- 도민들이 바라는 새만금사업의 해법은?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 이미 기업 유치도 실패하고 농지도 실패했다. 이제는 명품도시니 스마트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2023년에는 잼버리 대회를 연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창피 떨 일 있나. 방조제 만들어 썩은 물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이 이렇게 무식한 짓을 하고 있다고 자랑하겠다는 꼴이다. 현장에서 보면 물이 녹물이다. 적조라고 하는데 일 년 열두 달 다 적조인가. 이미 도민들은 새만금 물이 썩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또한 더 이상 매립은 안 된다. 현재 매립을 한 공간도 50년, 아니 100년 안에도 기업들 유치 다 못한다. 지금 매립한 곳이라도 먼저 기업 유치해보고 용지가 부족하다면 그때 매립해도 늦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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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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