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 훼손사건에 대한 노무현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각정파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민주당은 노대통령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극우논객인 조갑제 월간조선대표를 비롯한 자민련 등은 색깔공세까지 펴며 원색적으로 노대통령을 비난하며 유감표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예상밖으로 노대통령의 유감표명을 비난하지 않는 '온건'한 논평을 내놓았고, 유감표명 철회도 요구하지 않았다. 문제의 유니버시아드대회가 텃밭인 대구에서 열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U대회와 남북경협 활성화 계기되길"**
민주당의 문석호 대변인은 19일 노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관련한 논평에서 "자신의 주장이나 의사를 표현할 때 극단적인 방법은 자제돼야 하고 상대가 우방국이든 아니든, 도를 넘는 행동은 결코 성숙한 자세가 아니며 더욱이 상대국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행동은 국제적 관례로 볼 때도 예의에 어긋난다"며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유감표명은 남북관계의 현실과 한반도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내린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어 "(노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당장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앞으로 있을 경협등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지금은 분열된 국론을 모으고, 국민이 화합하여 지혜를 한 곳에 모아야 할 때"라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경우든 안보불안은 국가적으로나 국민 모두에게 불행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외로 '온건'한 반응**
한나라당은 19일 박진 대변인을 통해 "대구 유니버이사드 대회를 남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대통령의 의지는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건의 근본적 책임은 동맹국의 국기가 백주에 불타고 불법폭력 시위대가 미군 장갑차를 점령하는 등의 극심한 이념갈등을 묵인.방치한 노무현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국내 이념갈등에 대해선 별반 대책도 사과도 하지 않은 노대통령이 북한의 사죄요구에 쫓기듯 유감표명과 재발방지를 지시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반미시위와 한총련의 불법폭력 시위 등 이념갈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그에 반발하는 일부 단체들의 절박한 의사표현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따라서 "노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엄중대처 등을 통해 이념갈등을 해소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며 "북한도 남남갈등을 불러 일으키려는 일체의 선전선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념문제가 걸린 다른 사안때와 달리 주요 당직자들이 언급을 회피하고 박 대변인 논평 역시 다른 우익세력들의 논평에 비해 예상외로 `온건'해 주목을 끌었다. 이는 북한이 전날 한나라당을 '파쇼분자'라고 신랄히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대응이다.
정가에서는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북한 불참시 썰렁해질 것을 우려한 데다가, 북한을 계속 자극할 경우 향후 반통일세력으로 몰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자민련, "유감표명 철회하라"**
반면에 정통보수를 자처하는 자민련의 유운영 대변인은 19일 '노대통령은 유감표명을 즉각 철회하라'는 논평을 통해 "노대통령이 8.15 국민대회에서의 인공기 훼손에 대해 북측에 유감표명을 한 것은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민의를 저버린 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며 "노대통령의 유감표명은 결국 북측의 남측 길들이기 전술에 우리측이 무릎을 꿇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민련은 "도대체 우리 정부가 북측에 대해 사과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북측의 불참선언은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남측의 길들이기 전술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함으로써 북측의 간교한 전술에 넘어가지 말았어여 했다"고 비난했다.
자민련은 이어 "통일부장관도 아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측에 유감표명을 한 것은 대통령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북측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 경솔한 처사"라며 따라서 "노대통령은 유감표명을 즉각 철회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조갑제, "노무현, 적장 김정일의 공갈에 굴복"**
대표적 극우논객인 월간조선의 조갑제 대표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적장(敵將) 김정일의 공갈에 굴복한 노무현'이라는 논평을 통해 노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대표는 "김정일의 공갈에 노무현 대통령이 굴복했다. 그는 애국단체가 주적의 깃발을 태운 것이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성조기를 태우는 것에 대한 유감 표명과 같은 차원의 사과라고 말했다. 동맹국의 국기와 반란군의 깃발을 같이 취급하는 논리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는 의심의 여지 없이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과 가치관을 수호할 의지와 논리가 없다. 그가 통일 방해자 모택동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대한민국이 분열정권이라고 말하고,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미국 편에 서지 않고 말리겠다고 한 것이 다 그의 본심이다"라고 노대통령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했다.
조대표는 또 "그는 대한민국 편도 아니고 헌법 편도 아니고 동맹국 편도 아니고 국민 편도 아니다. 그는 한 마디로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자존심과 국익을 지키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헌법상의 주적에 대해서 다수 국민들이 분노를 표시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했으니 군인들이 왜 주적에게 총을 겨누어야 하는지 헷갈리게 생겼다. 자존심과 애국심이 없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들은 살 길을 따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유감 표명을 자발적으로 한는 것과 강요된 상황에서 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강요된 유감표명은 굴복이다. 적장(敵將)에게 굴복하는 국군통수권자를 가진 국민과 국군의 처지가 난감하다"고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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