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처리 59일 만에 국회가 큰 틀에서 정상화를 이뤘다. 정국의 뇌관이었던 정개특위·사개특위는 활동 기한을 두 달 연장해 추가 논의 시한을 확보했다. 자유한국당도 본회의·예결특위를 제외한 상임위 전면 등원을 선언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개특위·사개특위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안게 됐다.
민주·한국·바른미래 3당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4개 항의 '원 포인트'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 내용은 △정개·사개특위 활동 기한을 8월 31일까지 연장하고 △특위 위원장은 교섭단체가 맡되 의석수 순에 따라 1개씩 맡으며 △정개특위 정수를 19명(현행 18명)으로 늘리고 한국당에 1석을 추가로 준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 구성은 현행 민주당 8 : 한국당 6 : 바른미래 2 : 비교섭단체(평화당·정의당) 2 에서 '한국당 7'로 바뀌게 되고,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심 위원장 측은 "민주·한국당이 '심상정 해고'에 합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야 3당은 정개특위 외에 사개특위도 현행 18명에서 19명으로 위원 1명을 늘리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사개특위는 현행 민주당 8 : 한국당 7 : 바른미래 2 : 비교섭단체 1의 비율에서 비교섭단체 몫 1석을 늘리는 내용이다. 늘어나는 위원이 교섭단체 3당 몫이 아니기에 3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이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마지막 승자"라며 한국당을 치켜세우고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국회 정상화로 나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더 큰 합의로 나가는 계기로 받아들이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날치기 패스트트랙 정국의 실마리를 풀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민주주의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교섭단체 3당 합의 내용대로 정개·사개특위 연장안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는 상임위 4곳(운영위·기재위·행안위·여가위)의 위원장 재선출도 이뤄졌다. 단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는 상임위들과 예결특위 위원장은 한국당 내 추가 논의를 거쳐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선거개혁이냐 공수처냐…민주당의 선택은?
다만 당초 이날 중 확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개·사개특위 위원장 배분 문제는 결론이 미뤄졌다.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는 이 문제가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나경원 원내대표)라고 한다. 나 원내대표는 "1당인 민주당의 결정에 따라 우리 당은 나머지를 가져가기로 했다"며 "민주당 내에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당은 (정개·사개특위 중) 특별한 선호는 없다"며 "기울어졌던 균형을 맞춰 날치기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심상정 위원장 '해고'에 정의당이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정의당은 비교섭단체"라며 "이것이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아쉬움이 있겠지만 국회 전체 질서에 따라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몫인 예결특위 위원장 선거가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기간(한국당의 후보 선출과, 선출 후 공고 기간 3일 소요) 동안 시간을 갖고 의원총회를 거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결정은 7월 1주 중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대의나, 탄핵과 패스트트랙을 함께 치른 '여야 4당 연대'의 측면에서 보면 정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사개특위 역시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 특히 공수처법을 다루는 위원회라는 점에서 고민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상정 위원장의 소속 정당인 정의당은 이번 합의에 대해 이미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내줄 경우 '4당 연대'에 결정적인 금이 갈 우려도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합의 발표 후 의원총회에서 "이번 합의는 과정도 절차도 잘못됐다"고 유감을 표하고 "정개특위에서 합의된 내용을 수포로 돌리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어떤 기도도 절대 용납돼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합의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어느 위원장을 가져갈 것인지는 7월초 의총을 통해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것”이라면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수석부대표는 '그렇다고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예단하지 말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총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는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의원이 심 위원장과 정의당의 항의 배경에 대해 "위원장직은 꼭 유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합의문에 '교섭단체가 위원장을 하나씩 맡는다'는 부분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의총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의총에서는 정개·사개특위 중 어느 위원회 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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