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회 '늑장 부리기'에 죽어가는 석면 피해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회 '늑장 부리기'에 죽어가는 석면 피해자"

충남 홍성·보령 석면 광산 주민, '석면피해구제법' 제정 촉구

"나는 사형 선고를 받은 몸이다. 죽을 날만 기다린다. 국회가 만든다던 법이 자꾸 연기돼 자포자기 상태다. 몇 푼이라도 보상을 받아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함을 덜어보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안 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주민 최모 씨. 인근 재개발 지역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석면에 오랫동안 노출돼온 그는 현재 치명적인 석면 질환인 악성중피종을 앓고 있다. 2009년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했었던 그는 "석면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리면 산업 재해로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공장 밖에서 살다 석면에 노출돼 병에 걸리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석면피해구제법안'이 노동 관계법 등 여타 정치적 사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로 공중에 뜬 채 제정이 미뤄지면서, 석면 피해자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있다. 당장 지난 1월 29일 15년 동안 인천에서 일용직 건설 노동을 하던 민모 씨가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고, 석면 광산이 있던 충청남도 홍성과 보령 주민들 사이에서도 최근 폐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석면 피해자'들이 석면피해구제법의 조속한 제정과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와 충남 홍성, 보령 등 석면 광산 지역 피해 주민들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법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했다.

▲ 18일 오전 석면 광산 지역 주민들이 석면피해구제법의 조속한 제정과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프레시안(선명수)

가까스로 법안 통과됐지만…"시행 시기 너무 늦어"

석면 광산에서 일하거나 직업적으로 석면 제품을 다루다 관련 질환에 걸리면,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석면 관련 직업에 종사한 적이 없는 석면 공장 지역 주민들은 병에 걸리더라고 아무런 보상과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석면 노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악성중피종의 경우, 항암제 치료 등 적지 않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석면 피해자들의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환경성 석면 노출'로 인한 대책의 필요성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급기야 지난해 1월 충남 홍성과 보령 지역 주민들에게서 석면 질환이 공식적으로 검진된 후, 석면피해구제법안이 국회의원 81명에 의해 지난해 1월 처음 발의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해 2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두 차례나 연기된 후에서야 연말 임시국회에서 가까스로 환노위를 통과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가 열리지 못해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여야의 만장일치로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법안이 법 효력을 '제정 1년 뒤'로 명시하고 있어 석면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이날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석면 암 환자들의 잔여 생존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 효력을 제정 1년 뒤로 해 놓은 것은 지나치게 늦다"며 "일본은 석면 공장 지역 주민들에게서 다수의 석면 질환이 나타난 '구보타 쇼크'를 겪은 후 불과 9개월 만에 피해구제법을 제정하고, 제정 3개월 만에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조적이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요양 급여 지급 시기가 '발병한 날'이 아닌' 신청한 날'로 되어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석면피해구제법안에는 석면 피해자의 의료비에 대해 '요양 급여'를 지급하고, 관련 경비 지원으로 '요양 생활 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지급 시기를 '석면 피해 인정 신청을 한 날'로 명시해 놨다.

스즈키 활동가는 "지급 대상자로 확정되면 병이 발병한 날부터 요양 급여가 지급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산재의 경우도 그렇고, 일본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최근 법을 개정해 지급 시기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국회 '늑장'에 석면 피해자 죽어간다…조속히 법 제정해야"

이날 석면 광산 지역 피해 주민들은 이 같은 내용을 보완한 석면피해구제법안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충청남도 보령시 주민 심모 씨는 "어머니, 동생, 나까지 가족 3명이 석면폐증에 걸렸다"며 "가장 바라는 것이 돈 걱정 없는 치료인데, 국회에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 마음 놓고 치료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홍성군 석면 광산에서 일한 적 있는 석면폐암 환자 정모 씨는 "지난해 석면 광산 인근 주민들에 대한 확대 조사 과정에서 10여 명의 폐암 환자가 진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계 당국과 병원은 쉬쉬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 사망해 버리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며 공개적인 석면 관련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