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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막가파'식 북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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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막가파'식 북한 보도

[기고] 언론자유와 '오보·왜곡'은 명백히 다르다

1920년 3월 5일에 창간된 <조선일보>는 한국사회에 현존하는 언론매체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신문은 판매부수와 영향력에서도 '1등'이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그런 '자산'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극우·수구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동의하겠지만 자신이 진취적이거나 합리적 사고를 한다고 믿는 이들은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이다. 왜 그럴까? 간략히 말하면 <조선일보>는 진실, 공정, 객관성, 균형 같은 언론자유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관련 보도와 논설에서 <조선일보>는 막가파 식 행태를 서슴지 않아 왔다. 그 고질병이 최근에 또 도졌다. 이 신문은 지난 5월 31일자 1면에 올린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익명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근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남한 정부 관계자가 "하노이 회담 이후 김여정의 행적이 포착되지 않는다. 김정은이 근신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국책 연구소 관계자'의 말이라며 "하노이 회담 관련자들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라고 '해석'을 달았다.

그런 <조선일보>가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안 된 6월 26일자 5면에 '김여정 위상, 최룡해 급으로 격상'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는 '국정원'을 인용해 "김여정에 대한 역할 조정이 있어서 무게가 올라간 것 같다"며 "사진을 보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있다"고 '해설'을 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왜 '근신 처분'을 받았는지도 밝히지 못한 <조선일보>가 느닷없이 김여정이 김정은에 이어 북한의 '제2인자 군(群)'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야말로 그 신문의 막가파 식 행태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증거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실상에 관해 <조선일보>가 오보나 왜곡된 기사를 내보낸 역사는 뿌리가 오래고 깊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986년 11월 16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에 대서특필된 '김일성 총 맞아 피살'이다. 부제목은 이렇다. "휴전선 방송, '열차 타고 가다 총격 받았다' / '전방 북괴군 영내에 일제히 반기(半旗) 올려' / '군부 중심 심각한 권력투쟁 진행 중인 듯'"

주석 김일성의 1인 지배체제가 절대적이던 북한에서 최전방 휴전선의 '인민군 방송'이 어떻게 그런 내용을 남쪽으로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조선일보>가 순진해서 그런 내용을 보도했을까, 아니면 있지도 않은 사실을 악의적으로 조작했던 것일까?

<조선일보>는 2013년에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이 '음란물 제작' 혐의로 체포되어 총살당했다고 보도했는데, 순전한 오보 아니면 '작문'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북한에 관한 한, <조선일보>의 오보와 왜곡을 막거나 응징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이 거의 없다. 국가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소위원회가 있지만, 누군가가 <조선일보>의 기사에 관한 심의를 요청해도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려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선일보>는 내년 3월 5일 창간 100주년을 맞는다. 일제강점기에 '민족지' 구실을 한 짧은 역사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겨레를 착취하고 억압한 일제의 왕(이른바 '천황')에게 최상의 찬사를 열심히 바친 <조선일보>가 얼마나 요란하게 '백돌 잔치'를 벌일지는 훤히 보이는 일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기관지나 다름없는 기사와 논설을 마구잡이로 내보낸 '흑역사'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 사죄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진보적 언론인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조선·동아일보가 한 세기 동안 보인 반민족·반역사적 행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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