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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 모면, 앞길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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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위기' 모면, 앞길은 첩첩산중

중국 중재로 '2차 3자회담' 개최키로

중국의 중재로 북한과 미국이 한차례 더 3자회담을 가진 뒤 회담형식을 다자회담으로 확대키로 잠정합의했다. 이로써 '한반도 8월 위기'는 일단 넘기게 됐으나, 북핵해법을 둘러싼 북-미간 이견은 여전하고 미국 강경파들은 김정일 정권 붕괴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돌입해 앞으로도 한반도 위기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이 부부장, 부시에게 급파**

지난 12~15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특사로 파견해 극적 돌파구를 마련했던 중국정부는 17일 오후 다이 부부장을 미국에 보내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과 북핵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쿵취앤(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다이 부부장이 이날 미국을 방문, 이틀간 워싱턴에 머물면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북한 핵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쿵 대변인은 "다이 부부장의 방미는 지난 16일 이뤄진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파월 장관간 전화통화에서 합의됐다"고 덧붙였다. 쿵 대변인은 "북핵위기의 해법으로 북-미간의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 틀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쿵 대변인은 이에 앞서 16일 다이 부부장의 평양 방문이 "중요하고 유익했으며 다이 부부장이 평양측과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의미있는 논평을 한 바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17일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양자 회담 원칙을 철회했고, 그 대신 미국도 회담에 한국과 일본을 포함시키려는 종전 방침을 거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을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CNN은 "다이빙궈 부부장이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며, 이번 회담에서는 베이징 3자 회담 2차 회담 개최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은 워싱턴발 기사를 통해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참여한 가운데 핵 프로그램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중국 정부가 북한이 제2차 3자 회담에 참가할 준비가 돼 있음을 미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북한측 입장은 파월 미 국무장관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16일 가진 장시간의 전화통화에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고위관리가 3자회담 개최를 못박은 것은 처음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미국, "3자회담후 5자회담이라면 수용가능"**

파월 장관은 16일 워싱턴에서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후 공동회견에서 특히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어젯밤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대단히 가까운 장래에 외교해법 통로를 따라 어떤 진전이 있는 것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미국은 외교해법 모색을 위해 한반도 지역내 우방들과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차관도 16일 일본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 "3자회담으로 시작해 5자회담으로 확대되는 방안이 있다면 우리는 이에 대한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 8월중 회담개최를 희망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뉴욕 기자회견에서 "나는 중국을 위시한 그 지역 정부들이 다자회담으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사국들이 진심에서 만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할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긴박한 외교분위기를 고려할 때 북한과 미국은 중국의 중재로 3자회담을 이르면 8월초 재개한 뒤 추후 5자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다이빙궈 외교부부장을 평양에 파견하면서 "8월상순까지 회담이 재개되지 못하면 한반도에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8월 위기설'을 북한에 통고하며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이번 2차 3자회담 개최 합의는 일단 '8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절충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매파의 반발**

하지만 2차 3자회담이 열리더라도 과연 북핵위기가 조속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파월 국무장관 등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는 대화를 통한 북핵위기 해소에 적극적인 반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위시한 공화당내 강경파들은 '김정일정권 붕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는 부시대통령의 내년도 대선을 위한 '정치적 선택'도 큰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미국 정부가 대북 압력의 일환으로 탈북자 수천명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리처드 루가(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도 17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정부가 정책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 절박한 북한 주민들이 계속 북한을 탈출할 것이 분명하다"며 탈북자의 미국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이것이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유발한다면 그것은 북한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거나 1989년 동독 체제의 와해로 이어진 동독 주민들의 탈출 처럼 평양 정권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제안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평양의 반대 또는 솔직히 말해 그 지역의 우리 동반자와 동맹국들로부터 반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행동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제는 미국이 이런 문제들을 선도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부시의 지지율 급락도 변수**

또하나 변수는 부시대통령 지지율의 급락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12일 공동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시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라크전 발발직전의 지지율 57%에 근접한 59%로 급락해 '전쟁 프리미엄'이 소멸됐음을 보여줬다. 이는 이라크전후 76%까지 급등했던 지지율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며, 한달 전 정기여론조사때와 비교하더라도 7%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이같은 지지율 급락은 이라크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좋아지지 않고 있는 데다가, 이라크 종전후에도 이이라크 비정규군의 게릴라 항전으로 미군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부시의 지지율 급락은 북핵문제 해결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연합통신에 따르면, 일간 `코메르산트'지(紙) 평론가인 보리스 볼혼스키는 17일 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 "2004년 11월 미 대선에서 부시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전쟁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소수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승리 이후 인기가 치솟았다"면서 "그러나 그 인기는 1년여를 주기로 사그라지기 때문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또 한번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이에 따라 금년말이나 내년 초 다시 전쟁을 일으킬 태세"라며 "그 희생양은 아마도 북한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만만치 않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미국이 한반도 주변국들을 상대로 외교적 설득 작업을 벌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일단 회담재개에 합의함으로써 '8월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으나,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인 게 한반도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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