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압력으로 일본의 이란 유전개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이 지난 2000년부터 국가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이란 아자데간 유전개발사업에 대해 미국이 "이란은 '악의 축' 국가"라는 이유로 사업중지를 공식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자세 친미외교를 펼쳐온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의 거센 비난여론에 직면하는 등,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일 압박**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가토 료조 주미일본대사를 불러 "이란의 핵개발 의혹은 미국 안보 정책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일본기업 컨소시엄이 추진중인 이란 아자데간 유전개발 사업을 중지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일 보도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최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위협을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때에 새로운 유전사업거래가 성사된다면 이는 정말로 ‘매우 불행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또한 그는 "미국 법은 이란의 에너지분야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고이즈미 총리는 "이란 아자데간 유전개발 사업계획을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하도록 경제산업성에 지시했다"고 무라타 세이지 경산성 차관이 2일 밝혔다. 교도통신은 4일 미국의 압력을 받아들이고 함에 따라 이란 유전개발 사업은 앞으로 수년간 순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에 대해 "이란이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 무기를 개발해오고 있으며 국제적인 테러지원을 하고 있다"며 "일본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사업은 국제사회가 취해온 제재 조치 등의 노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사업 백지화를 압박해 왔다. "특히 일본기업들이 지금과 같이 미묘한 시기에 이란과 새로운 거래를 시작할 경우 이란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었다.
결국 고이즈미 총리는 이같은 미국 압력에 굴복, 사업중단을 지시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고개 숙인 고이즈미 총리**
이같은 굴복으로 인해 고이즈미 총리는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수입 원유의 5분의 4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중동석유 수입선의 다변화는 국가 경제안보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미국'이라는 일본 정부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암초에 걸린 것이다.
아자데간 유전은 지난 98년 발견된 유전으로 추정 매장량은 2백60억 배럴에 달해 개발비로만 20억달러가 소요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일본은 특히 2000년 채굴권 확보에 실패한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을 대신할 유전으로 아자데간 유전을 꼽고서 에너지 안보 확보차원에서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에는 평양 방문으로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다가 미국의 반대로 좌절한 데 이어, 이번에는 부시가 또다른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란에서의 석유개발마저 좌절하기에 이르렀다. 부시에 대한 저자세 외교의 반대급부가 고이즈미의 정치적 좌절로 귀결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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