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앞잡이’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유럽연합(EU) 순번 의장직을 맡은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3일(현지시간) 결국 유감표명을 함으로써 독일과 이탈리아간 외교 갈등이 일단은 진정국면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는 국내에서도 부패문제와 독재적 정치행태로 비판을 받고 있어 앞으로 반년간 순번의장직 수행이 원활할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슐츠 의원은 나치 앞잡이“**
2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유럽의회 순번 의장 취임 연설 도중에 독일출신 유럽 사회민주당 소속 마르틴 슐츠 의원이 자신을 마피아에 비유하면서 “억만장자인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탈리아 국내에서 벌어진 자신의 이익 등과 관련한 각종 부패 분쟁을 다른 EU 회원국들에게 수출하고 있다”며 비난하자, 슐츠 의원에 대해 “나치 시대를 그린 영화 속의 나치 강제수용소 카포 역할에 완벽히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맞받아치면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카포는 나치가 피수용자 중에서 선발, 다른 수감자들을 감독케 한 나치 부역자를 가리킨다.
베를루스코니의 이 발언을 접한 유럽의회는 발칵 뒤집혔다. 의회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사민당 사무총장은 "독일에서는 반어법이라 하더라도 나치에 비유하는 것은 농담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슈뢰더 독일 총리는 3일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전화통화를 가진 뒤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면서 "더 이상 발언을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언 파문은 잠잠해지더라도 앞으로 6개월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순번 의장직 수행이 순조로울 것 같지는 않다. 유럽 내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의장직 수행자체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국내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슐츠 의원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해 마피아라고 비난한 것이나 녹색당 의원들이 취임연설식장에서 “유럽에는 마피아 대부가 필요없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피켓시위를 한 것은 모두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이탈리아 국내문제와 연관이 깊다.
***이탈리아 우파정당, 총리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특권법안 날치기 통과**
극우 정치인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동안 무수한 부패스캔들과 마피아 연루 혐의가 있었지만 이탈리아 언론재벌 총수로서의 힘과 자본을 이용하여 총리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그가 임기 6개월간의 순번의장직에 오르자 유럽언론의 비난이 한층 거세졌다.
독일 유력지 ‘베를리너 차이퉁’도 그가 순회의장에 임명된 뒤 “그는 우리가 악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자 13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부정회계, 위증, 부패, 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된 떳떳치 못한 사업가”라고 맹비난했다.
이러한 비난과 아울러 지난 6월에는 연립정권내 우파 정당들의 도움으로 총리에 대한 형사 처벌 면책권을 부여받는 법률을 날치기 통과시켜 지금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부패 스캔들에 대한 기소를 막아 국내외로부터 독재정치라는 상당한 비난을 받아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민영방송 등 자신의 방대한 사업과 관련, 지난 1994년부처 여러차례 재판을 받아왔지만 재임 중의 행정수반 등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재판을 동결시키는 이번 법안으로 인해 탈세와 분식회계, 법관 매수 등의 혐의로 제기된 소송이 중지되게 된 것이다.
한편 그는 최근 법원에 출석해 자신은 다수의 지지를 얻어 선출되었기 때문에 더 우월한 지위를 누려도 된다는 발언을 해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 소유 언론의 힘을 등에 업고 부패스캔들에 대한 면책특권까지 얻어낸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6개월간의 유럽연합은 이번 기간에 유럽연합헌법을 최종 완성하고 유럽연합 확대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으로 있어 앞으로의 행로가 제대로 진행될지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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