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조만간 취업과 퇴직시 나이제한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됐다.
***“70세 이전 강제퇴직 조치는 불법”**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페트리샤 휴이트 통상산업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방침에 따라서 영국에서 일반화돼 있는 나이에 따른 취직과 퇴직시 불이익 관행을 폐지할 법안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고용과 취업훈련 등에 있어 나이제한을 금지하는 지침을 마련하여 2006년 10월까지 각국이 도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영국이 마련한 이번 법안도 그 이전에 발효될 예정이다.
휴이트 장관은 “나이제한은 고용현장에 남아있는 합법적인 차별의 ‘마지막 성채’”라면서 이번 법안에 따라서 “나이에 따른 해고는 불법이고 취직이나 퇴직시 나이 제한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정부는 중년의 잠재노동력이 나이제한으로 인해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하면서 매년 이로 인한 손실분이 1백60억 파운드(약 32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무퇴직연령제는 폐지되며 나이제한을 차별 수단으로 이용하는 고용주들은 성별이나 인종으로 인해 차별하는 고용주들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처벌을 받게 된다. 아울러 70세 이전에는 나이로 인해 퇴직을 강요받지 않으며 원하는 시기까지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휴이트 장관은 일자리를 단지 젊은 사람들에게만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직장에서 쫒겨나는 50대, 40대 사람들이 있는 현실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령제한의 한도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각계의 반응은 다양했다.
존 크리드랜드 영국산업연맹(CBI) 사무차장은 “나이제한에 대해 보다 분명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전의 어떠한 차별보다도 나이로 인한 차별을 규정하기는 더 어려운 문제”라고 우려했다.
반면 노조지도자들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국노동조합회의(TUC) 위원장은 “이 법안이 은퇴한 국민들에게 연금지급을 늦추거나 금액을 낮추는 방법으로 이용되어선 안되며 노동자들이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더 오래 일하도록 만들어서도 안된다”며 경계했다.
노조의 일부 주장처럼 이번 법안에 대해서 영국의 연금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연금을 지급하는 나이를 늦춤으로서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연금제도에 숨통을 트이게 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것이다. 지난 60년대 말 이후로 실제로 50세 이상의 인구 가운데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연금재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서 영국 노동당 대변인도 “정부는 이 법안을 이용해서 은근슬쩍 연금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에 대해 휴이트 장관은 “이 법안은 사람들이 70세 이상까지 일하도록 강제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취직이나 퇴직시의 나이제한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연령을 이유로 한 중년 직장인들의 조기퇴직문제도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다.
이와 관련하여‘사오정’이나 ‘오륙도’, ‘육이오’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45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과 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놈이라는 오륙도, 62세까지 직장에 남아있으면 오적(五賊)이라는 이들 신조어는 현재 한국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한국사회에서는 서구 선진국보다도 장년실업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한창 가정의 경제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가장이 직장을 잃게 됨으로써 중산층의 위기와 가족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중장년층의 조기퇴직은 사회적으로도 인적자원 낭비와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문제를 야기한다.
한국에서도 이제 장년층조기퇴직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회적 해결책을 찾을 시기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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