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지난주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가맹 1·2호를 개장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 대상이 아닌 가맹점이 실제로 등장함에 따라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6일 서울 광진 중곡동과 경기 양주 삼숭동에 '홈플러스 상생 프랜차이즈' 첫 점포를 동시에 개장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점포는 원래 설 연휴가 지난 후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설 대목을 앞두고 가맹점주들이 영업을 시작하기를 원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중소상인들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SSM을 가맹점으로 운영하겠다며 가맹점주를 모집해 왔지만 중소상인들은 SSM 입점으로 '골목 상권'이 입는 피해는 달라질 게 없다며 개장을 막아왔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이 SSM 가맹점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의 '변종 SSM' 개점 추진이 탄력을 받았다.
중소상인들은 지금까지 'SSM 가맹점'이 사업조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홈플러스가 처음 가맹사업을 추진한 지역도 인천에서 상인들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던 부평 갈산점 등 사업조정 신청 지역이 대부분이었다는 점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번에 가맹점으로 문을 연 중곡2점과 삼숭점 역시 각각 지난해 8월과 12월 사업조정 신청이 접수돼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진 지역이다. 이들 점포에 앞서 가맹점으로 전환한 인천 갈산점과 수원 호매실점 등은 상인들이 밤생농성도 불사하며 개장을 막아냈지만, 상대적으로 여력이 취약한 중곡점과 삼숭점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홈플러스가 사업조정 대상 매장을 중심으로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저항이 거센 곳을 피해 차례차례 개장하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곡2점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던 전국슈퍼마켓연합회 관계자는 "이 곳 상인들도 억울한 마음이 많다"며 "하지만 설 대목에 영업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탓에 개장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가맹점 개장 사실을 밝히며 해당 점포에서 반경 400미터 이내에 슈퍼마켓이 없어서 상권 침해 논란이 적다고 밝힌 점도 상인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국슈퍼마켓연합 관계자는 "애초 중곡2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할 때 반경 400미터 이내의 슈퍼를 대상으로 서명을 받았다"며 "홈플러스의 발언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이에 대해 "반경 400미터 이내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면서 고객의 '원스톱 쇼핑'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동일한 점포가 없다는 취지"였다며 "실제로 점포 주위에 있는 슈퍼는 신선품 등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 15평 이내의 영세 슈퍼들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SSM이 규모를 막론하고 중소상인들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해명은 옹색하다.
홈플러스는 또 해당 점포의 가맹점주가 지역 내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이들이라는 점을 밝히며 상생 협력의 취지를 살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중소상인들은 이 역시 의심가는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슈퍼마켓연합회 관계자는 "삼숭점의 경우 가맹점주가 SSM이 들어오던 자리에서 기존에 슈퍼를 운영하던 사람"이라며 "마치 다른 점포에서 영업을 하다가 가맹점을 신청한 것처럼 꾸미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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