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중진 국회의원이 26일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최근 와세다(早稻田)대 등 몇몇 대학 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진 집단 성폭행에 대해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식의 옹호발언을 해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발언은 유치원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가 참석한 모임에서 나온 것으로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적 인식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으며 일본 사회의 성윤리에 대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프로포즈를 못하니 집단 성폭행?"**
27일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 등 일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오타 세이치(太田誠一) 자민당 행정개혁추진위원장은 가고시마(鹿兒島) 시내에서 최근 집단성폭행에 관한 주제로 열린 전일본 사립유아원 연합회 규슈(九州)지부 주최 공개토론회에서 "(집단성폭행을 한 사람은) 아직 건강하기에 괜찮다. 정상에 가까운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일본에서는 와세다(早稻田)대, 가쿠슈인(學習院)대, 니혼(日本)대 등 명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도쿄의 록봉기 술집에서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이 범행에 가담한 한 학생이 다니고 있는 가쿠슈인대는 일본 황족들이 대부분 졸업한 명문이어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오타 중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한 토론중 청소년 범죄가 나날이 잔학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남자들 사이에 (여자에게) 프로포즈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에 대해 사회자가 "프로포즈를 못하니까 집단 성폭행한 것이란 말인가"라고 묻자, 오타 의원은 "이런 얘기를 하면 화내시겠지만 아직 건강하다는 것이니까 괜찮다"고 대답했다.
공개토론회를 마치고 나서 오타 의원은 마이니치 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발언부분만 발췌하면 매우 경솔한 발언이라는 말을 들어도 도리가 없다"면서 "성폭행이라는 것은 중대한 범죄여서 엄하게 벌을 줘야 한다는 말을 추가하려 했으나 주제가 바뀌어 끼어들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8백여명의 유치원생 학부모들이 참석한 회의였기에 오타 의원의 상식이하의 발언은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지도층의 성도덕문제 잇따라 제기돼**
이러한 사회 지도층 인사의 성도덕에 대한 불감증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사회 지도층 인사인 일부 대학 교수들에 의한 끊임없는 성폭행 문제와 성차별 발언으로 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에선 교수들의 잇따른 성추문으로 진통이 계속되자 대학 교수들이 스스로 교수사회의 자성과 학교당국의 엄정한 처리를 당부하는 대자보를 붙여 한국 대학사회의 성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교수 성폭력 토론회'를 열어 일부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들을 공개했다. 이 토론회에서 제시된 사례에는 "여학생이 재학 중에 시집가면 A학점, 졸업 후 바로 시집가면 B학점, 졸업 후 취직하면 C, 대학원에 가면 F다"(문과대)라는 발언들이 있어 지도층 인사들의 성문제 불감증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사회를 선도해야 할 사회지도층의 성도덕 불감증에 도리어 일반국민들이 우울해 하는 '역전현상'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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