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의 마감됐습니다.
*9월 오름학교는 9월 27(금)~28(토)일 열립니다. 곧 기사 올리겠습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7월은 대자연의 생장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시기로, 꽃 또한 연중 가장 많이 피어나는 때입니다. 더우면서도 바람이 시원하고, 한층 더 깊고 짙어진 푸름으로 가득하죠. 7월엔 이 꽃시절을 기다린 제주의 오름을 찾아갑니다. 모두 제주의 서남부에 걸친 오름들로, 하나같이 신비롭고 보석 같은 곳입니다.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7월, 제11강은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가메오름·누운오름·당산봉·수월봉&지질트레일·저지오름·금오름>을 찾아갑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 제9강 <봄빛 가득, 제주 서남부 오름들>, 제10강 <제주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름들>에 이어 오는 7월 제11강으로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로 향합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2019년 7월,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11강 1일차 / 7월 12일(금)
<가메오름, 누운오름, 당산봉, 수월봉>
제주 오름 중 가장 낮고 신비로워
-가메오름
‘가메’는 가마솥을 말하는 제주어로, 작고 아담한 분화구를 가진 오름 모양이 가마솥을 닮아서 붙은 이름입니다. 수많은 제주의 오름 중에서 가장 낮다니, 얼마나 낮을까요? 해발고도는 140.5m로 결코 낮지 않습니다만, 차를 세우고 정상까지 오르는데 단 1분이면 됩니다. 오름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깝습니다. 직접 올라보면 작은 둔덕이나 텔레토비 동산 같은 느낌입니다. 작은 만큼 귀엽기도 하고요. 요렇게 작은 오름이지만 오름의 특징인 제대로 된 분화구도 가졌습니다. 오름 능선에서의 조망 또한 빼어나 여느 오름에 대도 빠지는 게 없습니다.
오름 능선엔 봄날이면 산자고와 할미꽃, 봄구슬붕이, 자주괴불주머니, 개불알풀, 개별꽃 같은 우리 풀꽃이 빈틈없이 피어납니다. 꽃으로 가득한 능선에서 제주의 서쪽 오름들이 잘 보입니다. 특히 이웃한 이달봉과 새별오름이 손에 잡힐 듯하고, 그 너머로 바리매와 족은바리메, 큰노꼬메, 족은노꼬메가 겹쳐진 가운데 그 뒤로 한라산이 우뚝한 멋진 풍광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오름 능선을 한 바퀴 도는데 채 10분이 안 걸리는 가메오름은 온통 억새로 가득 덮였습니다. 그래서 10월쯤의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 찾으면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여름날, 신록으로 뒤덮인 억새오름도 뒤질 게 없습니다. 능선에 서면 가운데 움푹 패인 분화구가 또렷하며, 그 주변으로 동그랗게 능선이 발달해 있습니다.
북쪽 능선에 서면 바로 아래로 널따란 밭이 보이는데, 그 가운데 오름 분화구 같은 습지가 있습니다. 이 또한 장관입니다. 습지를 둘러 갈대 같은 습지 식물이 자라서 주변 밭과 구분을 시켜줍니다. 습지 안과 밖에서 자라는 풀이 모두 달라 구분이 잘 됩니다. 습지는 사철 늘 물이 차 있거나 습해서 겨울에도 푸른 풀이 자라고 있더군요. 밭의 작물 상태에 따라서 습지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낮지만 커다란 분화구가 뚜렷해
-누운오름
가메오름 바로 앞, 길 건너에 이웃처럼 마주한 낮은 언덕이 ‘누운오름’입니다. 야트막한 능선이 이어지는 이 오름은 소가 한가로이 누운 모습을 닮아서 붙은 이름입니다. 높이에 비해 둥글게 펼쳐진 분화구가 꽤 넓습니다. 분화구 안쪽은 온통 채소밭입니다. 그동안 무나 메밀, 감자농사 짓는 걸 봤습니다. 분화구 안으로 널찍한 농로도 나 있을 정도입니다. 해발고도가 407m지만 오름 자체의 높이는 50m를 살짝 넘는 정도입니다. 실제 오르는 높이는 30m가 안 되니 아주 낮은 편이죠. 그러나 누운오름이 보여주는 감동은 아주 높고 큽니다.
가메오름보다는 훨씬 높으나 이 오름도 손꼽을 만큼 낮아서 길에서 분화구 능선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습니다. 처음 오른 봉우리에서 널따란 밭뙈기를 품은 오름 전체가 가늠되며, 그 풍광 또한 장관입니다. 서남쪽 오름 능선 너머론 다음 날 오를 금오름과 제8강 때 올랐던 비양도도 잘 보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좀 전에 올랐던 가메오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작고 앙증맞은 분화구 모습이 참 정감 가는 풍광입니다. 누가 부러 흙을 퍼 날라 만든 듯 신비롭죠. 가메오름에서 감탄하면서 본 풍광인 이달봉과 새별오름, 바리메, 노꼬메오름이 겹쳐진 가운데 한라산이 배경을 이룬 제주가 더 또렷하게 다가오고, 북돌아진오름과 당오름, 정물오름 등 그동안 우리가 올랐던 오름이 모두 잘 보입니다.
누운오름은 처음 오른 봉우리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걸으면 됩니다. 오름 안, 밭 가운데엔 작은 알오름이 솟았는데, 한 부분이 푹 꺼져 있습니다. 아래에 숨어 있던 동굴이 내려앉으며 함몰된 듯했습니다.
누운오름 능선은 낮고 완만해 둘러보기가 아주 쉽습니다. 평지를 걷듯 쉬엄쉬엄,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룰루랄라 걷기에 그만입니다. 천천히 가도 20분이면 남쪽의 정상에 닿고, 여기서 잠시 내려서면 절반지점인 분화구 안의 농로를 만납니다. 예서 나머지 절반의 분화구 능선도 길이 있을 듯한데, 전 가보진 못했습니다. 이번에 가면 찾아서 다 같이 가보시죠!
상상한 그 이상의 감동, 당산봉
-당산봉과 제주올레 12코스(부분)
당산봉은 겉으로 볼 적엔 바닷가에 솟은 고만고만한 바위산 정도의 느낌입니다. 그러나 막상 올라보면 곧 그 거대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바다를 뚫고 솟은 커다란 덩치를 가진 오름으로, 해발고도는 148m에 불과하나 오름 자체의 높이도 거의 같습니다. 바다에 접해 있기 때문이죠. 옛날에 이곳에 ‘차귀당’이라는 당이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당오름’과 같은 의미입니다.
전체적으로 남동쪽과 바다에 접한 서쪽은 절벽지대를 이루고, 북쪽은 말굽형 분화구가 열리며 낮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커다랗게 둥근 오름 분화구 안엔 알오름이 솟아 있습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바다 속에서 분출된 후 육지로 솟은 다음 그 안에서 또 화산체가 생겨난 이중분출의 화산체죠. 제9강 때 올랐던 송악산이 대표적인 이중분출의 화산체고, 곧 오를 두산봉도 그렇습니다. 이곳 당산봉은 송악산처럼 해안가에 솟은 터라 바닷물에 의한 침식이 진행중이어서 원래의 모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산봉 서쪽 앞바다엔 수려한 자태의 차귀도가 손에 잡힐 듯 떠 있고, 남쪽엔 유명한 수월봉이, 북쪽엔 강총각과 고처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오는 절부암(節婦岩)으로 이름 난 용수리 포구가 있습니다. 수월봉과의 사이엔 제주를 대표하는 널따란 평야의 곡창지대가 장관이죠.
북동쪽 능선 바깥쪽에 제석신(帝釋神)에게 제를 지내던 큰 바위인 ‘제석머리’가 있고, 그 기슭에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를 지냈던 이 형상이 미신이라며 섬 안의 모든 당을 불태울 때 사라진 ‘차귀당’ 터도 있다는데, 아직 확인은 못했습니다.
당산봉 들머리는 두 곳입니다. 북쪽 절부암이 있는 용수포구에서 제주올레 12코스를 따라 오르거나 고산초등학교에서 자구내포구로 들어서다가 ‘섬풍경펜션’과 ‘카페 바람과 언덕’이 있는 곳으로 들어서면 됩니다.
섬풍경펜션 뒤로 난 산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능선 안부에 닿습니다. 여기서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왼쪽의 철조망이 둘러쳐진 건물이 있는 곳은 조선시대의 주요 통신수단인 ‘당산봉수대’ 터고, 당산봉 정상은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올라야 합니다. 이 능선을 걷는 내내 감동적인 조망이 펼쳐집니다. 여러 섬으로 이뤄진 차귀도와 섬을 마주한 자구내포구가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선 곳엔 수월봉이 서 있습니다. 그 사이에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지대는 제주에서 손꼽히는 농경지입니다. 밭뙈기가 가물거리는 곳에 펑퍼짐한 오름 하나가 서 있는데, 제주올레 12코스가 지나는 농남봉(97m)입니다.
길이 평탄해지는 정상부 능선에 닿으면 근사한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제주에서 손꼽을 만한 명소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 하나만으로도 당산봉 트레킹은 충분한 보상을 받을 정도입니다.
전망대를 지나면서 길은 거의 평지에 가깝고, 곧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을 만납니다. 주변으로 독특한 형태의 화산암이 노출되어 눈길을 끄는 정상에서는 동남쪽의 고산리 마을이 눈길을 끕니다. 알록달록한 지붕을 한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고산리는 제주만의 독특한 마을 풍광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화구 안으로 시선을 돌리니 당산봉의 거대한 규모가 가늠됩니다. 생각보다 커다란 분화구 가운데 알오름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진행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서니 분화구 안쪽의 농경지를 만납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길이 이어지며, 얼마 후 제주올레 12코스가 지나는 해안을 만나게 됩니다. 파도가 오랜 세월에 걸쳐 당산봉의 화구벽을 깎아내며 만든 해안은 거칠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바다에서 배를 타고 보면 이 해안절벽을 따라 시커먼 아가리를 드러낸, 무시무시한 외관을 한 동굴이 다섯 개나 있다는데, 길을 걸으면서는 볼 수가 없네요.
제주올레 12코스가 지나는, 해안을 낀 이 길(당산봉의 서쪽 화구벽)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능선을 걷는 동안 차귀도는 두 개의 섬으로 보였다가 세 개인가 싶더니 나중엔 도무지 몇 개로 이뤄졌는지 파악도 안 되게 계속 모습을 바꿉니다. 아무래도 모두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입니다.
제주의 해 지는 풍광
-수월봉과 엉알길, 지질트레일
제주도 동쪽의 끝이 해가 뜨는 성산 일출봉이라면 서쪽 끝은 바다에 달빛이 물드는 수월봉입니다. 그래서 제주의 산꾼들은 일출봉 바닷가에 발을 담근 후 먼 길을 걷고 또 걸어 한라산을 넘고 다시 걸어서 이곳 수월봉에 이르러 바다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제주 동서종주’의 거룩한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최북단의 서우봉에서 한라산을 넘어 최남단의 송악산까지 가는 ‘제주 남북종주’와 함께 제주의 건각들이 의식처럼 치르는, 제주를 대표하는 종주길입니다. ‘동서종주’는 120km에 이르는 대장정으로, 3박 4일은 족히 걸리는 코스죠. 저도 15년 전에 한 번 걸었는데,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월봉(水月峰)’이라는 이름과 관련해서는 ‘물 위에 뜬 달’과 같고 ‘석양에 물든 반달’과 같은 모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엔 ‘고산(高山)’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제주인들은 예로부터 ‘노꼬물오름(또는 노꼬ᄆᆞ루)’이라고 했습니다. 바닷가의 절벽 틈에서 ‘노꼬물’이라는 샘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벼랑에서 물이 떨어져 내린다고 ‘물ᄂᆞ리오름’이라고도 불렀습니다.
당오름에서 남쪽으로 1km쯤 거리인 수월봉은 해발고도가 78m에 불과하나 광활한 고산평야의 끝, 바닷가에 바투 서 있어서 높이에 비해 돌출되어 보입니다. 옛날,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던 수월봉 정상엔 육각지붕의 수월정이 있고, 제주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명소로 알려져 해질녘엔 많은 이들이 찾습니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몇 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깝죠. 해지는 풍광 속에 차귀도가 있어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수월봉의 가장 큰 매력은 깎아지른 해안절벽 풍광입니다. 이 절벽(해식애)엔 화산탄과 화산재가 뒤섞이며 쌓인 아름다운 지층이 해안을 따라 길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 길은 ‘수월봉 지질공원 지오트레일’ 코스로, 2011년부터 매년 트레일 행사가 펼쳐집니다. 코스 중간엔 일본군이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며 파놓은 갱도진지도 있습니다. 자살특공용 보트와 탄약을 보관하던 곳이랍니다.
당산봉 트레킹이 생각보다 길어서 수월봉 지질트레일과 엉알길을 걷는 시간이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웬만하면 모두 둘러보려고 합니다.
제11강 2일차 / 7월 13일(토)
<저지오름과 곳자왈, 금오름>
새둥지를 닮은 새오름, 닥ᄆᆞᆯ오름
-저지오름
제주 서남쪽 한경면의 중산간 벌판에 있는 저지오름은 해발고도 239m, 오름 자체의 높이가 100m에 불과하지만 그 존재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깔때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를 가진 오름으로, 분화구 둘레가 800m에 화구의 깊이는 62m로 꽤 깊습니다. 금오름에 올라서 보면 사다리꼴을 한 안정적인 산세의 저지오름이 잘 보입니다. 그 뒤로 당산봉과 수월봉이 저지오름의 양쪽 끝에 걸려 있는 재밌는 모습도 볼 수 있죠.
‘저지오름[楮旨岳]’이란 이름은 오름 동쪽의 마을 이름이 ‘저지’로 정해지며 자연스레 생긴 이름입니다. 예전엔 ‘닥ᄆᆞᆯ오름’으로 불렸습니다. 저지의 옛 이름이 ‘닥ᄆᆞ루’였다는데, 닥나무[楮]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지금도 저지리엔 ‘닥마루’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있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저지리와 저지오름을 ‘닥ᄆᆞ루’와 ‘닥ᄆᆞᆯ오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달리 ‘새오름’이란 이름도 가졌습니다. 오름 형태가 새둥지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구 안의 울창한 숲은 수많은 새의 보금자리입니다.
옛날엔 제주 초가집의 지붕을 덮던 띠(새)가 많이 자라던 곳이었다는데, 조림을 해서 바깥은 대부분 소나무가, 분화구 안쪽은 해송과 상산 등 낙엽송과 상록수, 칡덩굴 덩이 뒤엉켜 있습니다.
저지오름은 탐방로가 조성된 대부분의 오름과 마찬가지로 오름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과 능선을 한 바퀴 도는 길도 있습니다. 둘레길은 1.55km며, 원형의 능선은 800m쯤입니다. 능선을 돌다보면 산방산과 바굼지오름, 금오름, 돌오름, 대병악과 소병악 등이 잘 보입니다. 분화구 안으로 내려서는 길도 있습니다. 분화구의 중간쯤, 길이 끝나는 곳에 전망대가 있어서 분화구 내부를 살펴보기 좋습니다.
가장 작은 산상호수를 가진 오름
-작은 백록담, 금오름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 정상에 물웅덩이를 가진 것은 극히 드뭅니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진달래밭대피소로 오르다가 만나는 사라오름과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깃든 제주시 봉개동의 물장오리, 남원읍에서 조천읍을 잇는 남조로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물영아리, 분화구 안에 ‘문강사’라는 절이 자리한 제주시 삼양동의 원당오름, 1년에 한 번만 개방되는 사려니숲 안에 있는 물찻오름 등 아홉 곳뿐입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제주 서부의 금오름입니다.
제주시 한림읍의 벵디못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인 중산간의 작은 마을 금악리가 있습니다. 금오름은 이 마을의 남동쪽에 완만한 사다리꼴을 하고 서 있죠. 그 모양이 마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떠올리게 합니다. 비양도와 빼닮은 모양입니다. 산기슭의 밭이 끝난 곳부터 정상부까지는 온통 해송으로 빼곡한데, 정상부에 완만하고 너른 초지대에 물웅덩이까지 있다니, 신비롭기 그지없는 오름입니다.
차로 오르기보다 걸어서 올라야 제맛!
‘금오름’이라니, 이름만으로는 갑(甲)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금은동의 그 금(金)이 아니더군요. 정확한 유래는 확인할 길 없으나 조선시대에 제작된 고지도에 오름 자락의 마을인 금악리를 ‘黑岳(흑악)’ 또는 ‘黑岳村(흑악촌)’이라 표기하고 있다하니, 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때 ‘검은오름’이 변해 금(今)오름이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금오름이 금악리의 뒷산이지만 오름 들머리는 마을에서 한창로를 따라 동남쪽으로 1.3킬로미터 간 후 왼쪽길로 들어선 곳에 있습니다. 오름 입구에 꽤 너른 주차장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죠.
금오름은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유일한 오름’으로 익히 알려진 곳입니다. 특히 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소개된 후 사람들이 몰리며 한때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풀렸습니다. 그러나 건강과 오름의 환경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아무래도 걷는 편이 좋겠습니다. 오름의 해발고도가 427.5미터지만 오름 자체의 높이는 178미터에 불과하며,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출발하자마자 양쪽으로 작은 물웅덩이가 보입니다. 오른쪽은 ‘생이못’이라는 재밌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자주 마르는 못이어서 생이(새)나 먹을 정도의 물 또는 새가 많이 모여들어 먹던 물이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왼쪽은 가축용으로 부러 판 것입니다.
금악담, 백록담에 견줄만하다
콘크리트 포장도를 따라 조금 가면 왼쪽으로 ‘희망의 숲길’이라는 탐방로가 나옵니다. 한 나무에 ‘올라가는 길 620m’라고 적힌 이정표가 걸려 있죠. 해송이 빼곡한 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지며, 통나무계단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망이 트일 때마다 문도지오름과 모슬봉, 저지오름, 남송악, 산방산, 한라산 백록담도 보여 걸음이 즐겁습니다.
이윽고 닿은 정상부 능선.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광이 눈앞 가득 펼쳐져 있습니다. 남쪽과 북쪽이 높고 동서가 낮은 화구벽은 정상인 남쪽 일부를 제외하곤 온통 풀밭입니다. 분화구 복판에는 물웅덩이가 있어서 전체 모양이 백록담을 축소시켜 놓은 것 같죠. 타원형인 물웅덩이는 동쪽이나 서쪽 능선에서 더 잘 보입니다. ‘금악담(今岳潭)’이라는 이름도 가졌습니다. 백록담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어지간한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화구벽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가 너무 정겹습니다. 누구랑 걸어도 기분 좋을 것 같은 오솔길이 꿈길인 양 아름답게 이어집니다. 또 바람이 좋습니다. 오름을 걷다가 만난 제주의 바람은 질린 적이 없는데요, 분화구 안의 숱한 억새를 훑고 지나온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는 한라산으로 올라갑니다.
북쪽 능선에 서면 서부 제주 대부분이 가늠됩니다. 한라산부터 노로오름과 노꼬메오름, 바리메오름, 새별오름, 이달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으로도 내로라하는 숱한 오름들이 날 좀 봐달라며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악리가 여기서는 손바닥 보듯 훤합니다. 푸릇푸릇한 밭뙈기들 사이로 낮고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한없이 정겨운 풍광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 너머 서쪽 끝으로 아득한 비양도….
능선 가운데 놓인 평상 하나, 이보다 값비싼 평상이 이 땅에 존재할까 싶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앉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듭니다.
오름학교 제11강은 2019년 7월 12(금)~13(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7월 12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교통편 예약은 빠를수록 혜택이 많다고 하니 참고하시고,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11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공항 출발
-가메오름 탐방
-누운오름 탐방
-식당 이동, 점심식사
-당산봉 탐방
-당산봉 탐방 마침, 수월봉 지질트레일
-수월봉 지질트레일 마침, 수월봉 탐방
-저녁식사 겸 뒤풀이
20:00 숙소로 이동 후 휴식, 취침(새마을금고제주연수원, 다인실)
<7월 13일(토)>
09:00 아침식사 후 출발
-저지오름 탐방
-저지오름 탐방 마침, 식당 이동
-점심식사
-금오름 탐방
-금오름 탐방 마침, 제주공항으로 출발
15:30 제주공항 도착, 제11강 마무리모임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분증(항공탑승용. 반드시 지참하세요!)
*걷기 편한 등산복·등산화·배낭(풀숲에선 반드시 긴 바지! 제주의 특별한 바람에도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무릎보호대, 방수방풍의, 버프(얼굴가리개), 모자, 선글라스, 장갑, 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개인용 겁,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의 7월 기사를 찾으시면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 부회장으로 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20년 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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