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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위상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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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위상 흔들리나

과학기술정책 표류에 청와대 직접 나서

최근 기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자문회의)를 명실상부한 대통령 정책자문기구로 개편하는 작업을 청와대가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기술 정책 결정의 총괄부서로 자부해온 '과학기술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과학기술정책 표류에 청와대 직접 나서**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는 헌법상 유사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자문회의 위원장으로 하고,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기획예산처 등 과학기술 정책 관련 주요 부처의 장관들을 정부위원으로 구성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국가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추진 주체로 만드는 개편안을 추진중이다.

자문회의 사무국은 사실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이 담당할 예정이어서, 결국 자문회의 위상 강화는 "청와대가 직접 과학기술 정책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실은 앞으로 '이공계 공직 진출' 등 이공계 위기에 대응해 적극적 역할을 할 예정이고, 또 최근 신기술 아이템을 선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등 과학기술 정책 결정과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 정책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되어있다. 1년에 3번 개최되는 국과위는 최근까지 형식적인 기능만 담당해 왔기 때문에, 실제로 정책 구상과 집행은 국과위의 간사 부처인 과기부와 다른 과학기술 정책 관련 부처인 산자부, 정통부, 교육부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 시야의 정책 추진, 업무 중복 및 경쟁과 같은 일이 다반사로 발생했고, 국과위는 조정과 최종 결정 기능을 하기보다는 부처간 갈등이 표출되는 장으로 기능해왔다.

이번 신기술 아이템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은 이런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일부만을 담당하는 과기부가 단지 국과위 간사부처라는 이유로 국과위 틀 안에서 이를 조율하려 하자 산자부와 정통부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 관계자의 얘기가 이해가 되는 맥락이다.

애초 정부는 이달 말 예정된 국과위에서 신기술 아이템과 주무부처를 확정지어 연말까지 세부지침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현 상황에서는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그 결과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이 넘도록 과학기술 정책의 큰 가닥을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때문에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신기술 아이템 선정 과정의 잡음이나 과학기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의 위상이 강화된 것을 '부처간 알력 싸움'이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과 과기부의 대립'으로 파악하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기존 과학기술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보아야 정확하다는 것이다.

***과학기술부, 외국에는 거의 없어**

다른 나라의 과학기술 정책 결정 과정은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일단 가장 두드러진 것은 우리나라처럼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한다"는 인상을 주는 '과학기술부'에 해당하는 부처를 주요 선진국에서 보기 힘들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선진국이라 불릴 만한 일본과 독일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과기부는 없다.

미국의 경우 과기부 대신 연방정부 차원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가 매주 과학기술 정책을 최종적으로 심의하고 조정하는 회의를 여는 등 실질적인 최고 결정기구로 기능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정책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백악관내 상설조직인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존재한다. 즉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은 OSTP가 NSTC에 대해서 방향 제시 및 전반적 행정 지원을 하면서 결정되는 것이다. 대신 국립과학재단(NSF), 국립항공우주국(NASA) 등이 순수 연구개발 지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조정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에는 NSTC 내에서 관련 부처와 논의를 하는 식이다.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을 대학이 담당하는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아예 과기부 기능의 상당 부분이 교육부와 결합되어 있다. 미국의 NSF의 중요한 기능이 미국 대학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점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과기부쪽에서는 "이런 외국의 예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시킬 수 없다"고 반박하지만 최근 청와대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 신설, 자문회의 위상 강화 등은 결국 국내에도 미국의 OSTP와 같은 기구를 두겠다는 방향이다. 이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 과학기술 관련 부처나 행정 조직의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기부는 자문회의 위상 강화 등의 움직임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 과기부 실무자는 "자문회의 위상 강화 등의 움직임에 대해 내부에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청와대 안대로 간다면 국과위나 과기부의 기능과 상당 부분 겹칠 뿐만 아니라, 기존 과학기술 행정시스템의 혼선도 예상된다"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젠 과기부가 말할 때"**

그러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의 한 관계자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과 박호군 과기부 장관 사이에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큰 틀에 대한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 일부 과기부 관료들이 국가 과학기술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정부 부처 혁신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정책 시스템에 대해서도 조만간 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젠 과기부가 답할 때"라고 얘기한다. 어차피 국가 과학기술 정책 시스템의 보완과 개혁이 필요하다면 "과기부가 앞장서서 한국 현실에 가장 맞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제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미국식의 방향이 꼭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박호군 장관은 '과기부 지키기'에 몰두하기보다는 과기부 내부 관료들을 설득하면서 국가 과학기술 정책 시스템의 개혁을 이끌어낸다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청와대가 내놓은 카드에 과기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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