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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가 '해병대 지옥훈련' 가는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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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가 '해병대 지옥훈련' 가는 사연은?

청와대, 산자부의 독자 행보에 위기감 팽배

과학기술부가 7월 초에 5급 이상 과반수를 두 조로 나눠 해병대 지옥훈련을 실시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원 정신교육 위해 해병대 훈련?**

13일 과기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기부는 직원 단합 프로그램을 제안하라는 박호군 장관의 지시에 의해 5급 이상 과반수를 7월초에 두 조로 나눠 해병대 훈련을 시키기로 했다.

직원들의 해병대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염기수 총무과 계장은 1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장관님이 보기에 직원들이 경직되고 도전 정신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 내부 단합과 정신 교육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훈련 계획을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과기부 내에서 다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난데없는 해병대 훈련은 최근 과기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국가 과학기술 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불만의 소리다.

***과기부 난항**

현재 과기부는 적잖이 초조해보인다.

과기부는 우선 노무현 정부가 국정지표 중 하나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내세우고 취임한 지 1백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과학기술계 안팎의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회문제화된 '이공계 위기' 현안과 맞물려 과기부가 당장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높은 기대 여론을 의식할 때, 이런 과학기술계 주변의 비판은 과기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가 독자적으로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대목도 과기부를 한층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처음으로 임명한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중심으로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을 강화, 부처간 과학기술 정책의 실질적 조정 기능을 담당케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 토론마당에 '이공계 살리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받습니다'란 게시판을 만들어 현장 과학기술자와 학생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응해 과기부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과기부 주도의 기획위원회를 만들고 임관 삼성 종합기술원 회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일부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들은 "과기부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자칫 과기부의 영역 지키기에 그칠 것이 우려된다"면서 "국가 과학기술 정책에서 부처간 협력과 조정 기능을 강조하는 기관통합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놓고 과기부와 다른 부처들이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기부와 산자부의 힘겨루기**

실제로 '포스트반도체'를 둘러싼 최근 과기부와 산자부의 힘겨루기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할 미래 아이템의 윤곽을 그리는 중요한 일을 과기부와 산자부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는 지난 5월 22일 차세대성장발굴기획사업단을 가동하고 전문가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0여개의 미래 아이템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은 며칠 후 과기부 주도의 공청회에서 50개의 미래 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또 만나게 되었다. 최종 단계에서는 결국 하나로 통일될 수밖에 없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이 진행 과정에서는 두 개로 존재해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조정 기능을 맡을 예정이지만, 산자부가 기존에 확보했던 자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과기부 역시 조정 테이블에 참여하기보다는 영향력을 더 확대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현장과학기술자 합의 끌어내야**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과기부 5급 이상의 해병대 훈련은 결국 위기의식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게 과기부 내부의 지적이다. 지난 98년 과기부로 승격된 이후 조직개편 때마다 나왔던 '과기부 발전적 폐지' 논의에 대한 압박감 외에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위기의식을 높이면서, 해병대 훈련이라는 정신교육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과기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69.1% 증액해 요청, 기획예산처 등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기존의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에 대한 투자 외에도 산자부와 중복 투자라고 지적받고 있는 '포스트 반도체' 아이템 개발이나 전세계적으로 사양화되고 있는 원자력 연구사업에 대한 지원 증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과기부가 참여정부의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중추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해병대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현장 과학기술자와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미래지향적인 합리적 운용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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