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키나와(沖繩)에 주둔중인 미군이 10대 일본 여성을 강간한 사건이 또다시 터져 일본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군 해병대 소령의 오키나와 거주 필리핀계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터진 지 6개월만에 동일한 범죄가 터진 데 대한 분노다.
12일 아사히 신문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새벽 미군 해병대 상병(21)이 오키나와 긴다케초의 음식점에 친구들과 함께 있던 여성(19)을 밖으로 끌고가 얼굴을 때린 부상을 입힌 뒤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오키나와 경찰은 12일 캠프 한센 소속의 미군병사를 강간치상 혐의로 조사했으며, 곧 문제의 미군 병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미국측에 신병 인도를 정식 요구할 방침이다.
이 사건이 터지자 오키나와현의 이나미네 게이이치 지사는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 사건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태다'며 "일-미 지위협정(SOFA) 개정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진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나미네 지사가 사건재발을 막기 위한 근원적 대책으로 SOFA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현행 SOFA만 갖고서는 계속 빈발하는 미군의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995년 오키나와 주둔 미군 3명이 12살짜리 일본소녀를 집단강간한 사건을 계기로, 미군은 살인과 강간에 대해선 기소전이라도 일본측이 신병요청을 해올 경우 이를 '호의적으로 고려'하기로 일부 규정을 개선했다. 그러나 그후 미군이 미군 범죄자의 신병을 건네준 것은 2001년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강간사건 등 2건에 불과하다.
미군은 지난해 12월 미군 해병대 소령의 필리핀계 여성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신병인도를 거부했다. 이에 오키나와의 시민단체들은 물론, 오키나와의 이나미네 지사까지 앞장서 미군측에 SOFA 개정을 촉구해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또 강간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일본내에서는 SOFA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3일 오전 각료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미군의 기강 확립을 촉구했다.
앞서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 대사는 12일 오후 다케우치 유키오 일본 외무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피해자의 고통과 이번 사건이 일본 국민에게 끼친 우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신속히 사과했다. 이에 대해 다케우치 차관은 "만약 사실이라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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