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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도 SOFA 개정운동 불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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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도 SOFA 개정운동 불붙다

오키나와 지방정부ㆍ시민단체 등 '근원적 개정' 요구

주일미군에 의한 필리핀계 여성 성폭행 미수사건이 발생한 일본에서도 일-미 주둔군지위협정(일-미SOFA) 개정을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됐다.

***일본언론, 오만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

주일미군의 셰이 부사령관은 5일 밤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군기지 인근에서 필리핀계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오키나와 경찰청에 의해 체포장이 발부된 미군 해병대 마이클 브라운(39) 소령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일본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회신을 일본 외무성에 보내왔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1995년의 협약에 근거해 기소전 신병 인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하면서 "회신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측은 그 대신 "증거인멸 방지를 포함해 수사에는 전면적인 협조를 계속하겠다"고 전해왔다고 외무성은 덧붙였다.

도쿄의 주일 미대사관도 이날 밤 신병 인도 거부이유와 관련, "미-일간 합의에는 미국인 용의자의 신병을 미국측이 확보할 수 있는 관행이 포함돼 있으며, 이번 사건은 이 관행을 벗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1995년의 주일미군 3명이 12살난 일본 초등학생을 집단강간한 사건을 계기로 일부 개선된 일미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르면, 미국에게는 일본 검찰이 정식 기소하기 전에는 범죄 혐의가 있는 미군의 신병을 반드시 인도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그러나 "1995년 미-일 지위협정 운용 개선후 일본측이 요구한 용의자의 기소전 신병인도를 미국측이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측의 오만한 대응을 비판했다.

브라운 소령은 현재 오키나와 소재 부대에 머물며 평상시대로 복무하고 있으며 부대 내부와 오키나와현 경찰청에서 3차례 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시민단체와 오키나와 지사, SOFA 개정 요구**

이번 성폭행 미수 사건과 미군의 오만한 대응을 계기로 일본에서도 불평등한 일-미 SOFA협정을 근원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운동이 시작됐다.

오키나와 평화운동 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5일 저녁 이번 사건을 저지른 주일미군이 머물고 있는 오키나와 미군 캠프 코트니의 정문 앞에서 성폭행 기도를 비판하는 항의집회를 가졌다. 이날 시민들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인권을 경시하는 일-미 지위협정을 근원적으로 개정하라"는 항의결의를 채택했다.

오키나와 현의 이나미네 게이이치 지사도 이에 앞서 4일 호소다 히로유키 오키나와ㆍ북방 담당상을 방문해 성폭행 미수 미군소령의 신병인도를 강력히 촉구하는 동시에, "일-미 지위협정의 운용 개선만 갖고는 문제를 풀기가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제에 일-미 지위협정을 개정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호소다 담당상은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은 고위층 군인에 의한 사건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일-미 지위협정 개정 요구에 대해선 "사건의 상황을 자세히 조사하고 싶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위협정의 운용 개선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키나와 언론,한국의 SOFA개정운동 비상한 관심**

그러나 이같은 일본정부 수뇌부의 개정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키나와에서는 또다시 SOFA 개정 운동이 거세게 불 것으로 일본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류쿠신보(琉球新報) 등 오키나와 지역언론들은 한국에서 여중생 압사사건을 계기로 불붙은 SOFA 개정 운동 상황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의 개정 운동이 오키나와에서의 SOFA 개정운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민단체들과 일본 시민단체들 간의 SOFA 개정을 위한 '국제연대'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일-미SOFA 개정운동이 현재 4만7천여명에 달하는 오키나와 주둔 미군 철수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오키나와 차탄 지방의회는 주둔미군의 범죄가 잇따르자 지난해 2월 15일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의 완전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었다. 22명의 지방의원들로 구성된 이 의회는 결의안에서 "우리는 마을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미 해병대가 오키나와에서 전원 철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지방의회가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키나와가 한국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 이유**

오키나와가 이처럼 우리나라의 SOFA개정 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일-미SOFA개정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1972년 미군주둔 이래 주둔미군들로부터 숱한 피해를 입어왔기 때문이다. 공식집계된 오키나와 주민 피해사건만 4천7백여건에 달한다. 특히 1995년 사건은 충격이 대단했다.

1995년 9월 4일 저녁 8시 30분경, 초등학교 4학년생인 12살의 한 일본인 여자아이가 오키나와 미군 기지 근처인 동네안의 한 가게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소녀는 자동차를 탄 미군 세명에게 유괴돼, 손, 눈, 그리고 입이 테이프로 묶인 상태에서 성폭행 당한 뒤, 자동차에서 던져져 길가 근처에 버려졌다. 이 소녀를 성폭행한 두 해병과 한 명의 해군은 기지내에서 자동차를 빌리고, 테이프와 콘돔을 구입하였으며, 여성을 납치하여 성폭행할 목적으로 기지를 떠났다.

이 사건은 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열도 전역에 폭발적 반미여론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은 공식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미국은 이들 세 명의 군인들을 일본에 넘겨주었고, 이들은 일본 법정에 서게 되었으며 6년6개월~7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일본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후 오키나와 주민들과 오키나와 지사 및 지방의회는 불평등한 SOFA개정에 적극 나섰으나, 친미적인 일본정부 수뇌부들에 의해 좌절됐다. 이러던 차에 한국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국민적 차원의 SOFA 개정운동이 불붙자, 오키나와 주민들도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SOFA개정운동이 이제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도 파장을 미치기 시작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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