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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강도' 언쟁, 금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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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강도' 언쟁, 금도를 넘었다

정운찬 해임건의안, 파국의 도화선 될 수도

세종시 문제가 '원안 대 수정안'이라는 내용적 갈등의 프레임을 떠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주고받은 '강도' 설전은 세종시 문제가 권력 싸움으로 비화된 단면을 보여준다.

박 전 대표는 10일 "집 안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강도로 돌변하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이 대통령의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받아쳤다. 상호 금도를 넘어선 난타전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이 후계구도와 관련된 이 대통령의 속내로 비화됐고, 이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일 잘하는 (지도자)' 판단은 국민이 하시는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두 사람의 권력 갈등이 세종시 문제에 대한 여론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벌어졌다는 점에서도 심상치 않다.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내용은 뒷전으로 내몰리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정면충돌이 밥상머리에 오를 게 분명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박 전 대표의 역공은 청와대의 설 연휴 민심 잡기에 제동을 걸고 쐐기를 박은 인상을 남긴다. 이에 대해 친이계인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도 설을 앞두고 (세종시 관련)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파열음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청와대-친박 "'강도'는 일반적 수준"?

파장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와 친박 진영에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발언 진화에 부심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얘기한 '강도'는 세계 경제 위기를 지칭한다"고 해명했다. 한 친이계 의원도 "이 대통령은 그냥 일반론을 얘기한 것 뿐인데 박 전 대표가 왜 자기한테 한 말로 받아들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관 홍보수석도 이날 "강도론은 화합해야 한다는 비유로, 내가 들은 기억만도 열 번이 넘는다"며 "관용구처럼 이 대통령의 입에 익은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외국사람이 보면 우리나라는 국정이 세종시밖에 없는 줄 알겠다"고 하는 등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불쾌감, 특히 원안론의 중심에 선 박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친박 진영도 박 전 대표의 수위 높은 반박이 몰고 올 후폭풍을 경계하는 눈치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강도 비유가 나와서 강도로 다시 비유한 것으로 일반적인 수준의 반박"이라고 진화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당혹감이 묻어난 목소리로 "세종시 문제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 애초에 물러설 곳을 두고 대응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런 차원에서 한 번 더 강조한 것으로 본다"고 '강도' 발언의 의미를 낮춰 평했다.

고개드는 '분당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양측의 전면전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여지가 더욱 커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의 '강도론'의 발언은 진화하면서도 "기사를 그렇게 쓰는 신문도 한심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대단한 결기를 보이는 것도 매우 온당치 못하다"고 박근혜 전 대표를 또다시 겨냥했다.

이같은 갈등이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친이계, 친박계를 막론하고 "그런 발언 한두 마디로 분당까지 가겠느냐"며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감정 싸움으로 가면 분당까지 못가리라는 법은 없다"며 "집안 중대사를 가지고 티격태격 하며 살아왔다가도 어느날 아침에 갑자기 상대 눈빛을 보고 '왜 째려보느냐. 기분 나쁘다'고 한마디 한 것으로 이혼하는 것이 부부"라고 말했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비유는 맞는 비유가 아니다"며 "가족이 강도로 변한다는 것을 상상하고서는 살 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야권이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하고 표결까지 이어져 친박 진영이 이에 동조할 경우 한나라당의 내분은 심각한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

친박계에서는 벌써 "해임안이 제출된다면 찬성표를 던질 것"(이성헌 의원)이라는 말이 나온 데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주고받은 '강도' 설전으로 양계파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게 패인 이상 해임건의안 처리의 결과를 예단키 어렵게 됐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분당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면서도 "정운찬 총리 해임안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의사 표시를 한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사태에 해당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개인적으로 정 총리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반대하지만 친박계 내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 총리, 이 대통령의 태도에 따라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집단 행동'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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