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비난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생색내기에 급급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25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대결흉심을 깨끗이 털어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미 전략사령부는 지난해 11월 노스다코타 주의 미 노트공군기지에서 극비밀리에 벌어진 '글로벌 썬더' 핵공격 연습에 남조선 군 당국이 처음으로 참가한 사실을 공개했다"면서 "우리를 선제공격하기 위한 상전의 핵공격 훈련에 참가한 것은 동족에 대한 또 하나의 배신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29일 미 전략사령부는 핵 준비태세 훈련인 글로벌 썬더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 때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연락장교들이 참가했다고 공개했었다.
통신은 또 3월 한미 양국이 실시한 '동맹 19-1' 훈련과 4월 공중 훈련을 거론하며 "남조선군부는 지금까지 과거의 군사적 도발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이미 중단하게 된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끊임없이 강행하여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군부는 우리 군대의 정상적인 훈련계획에 따라 우리의 영토, 영해권 안에서 진행된 군사훈련에 대해 북남군사분야합의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시비질하고 있다. 실로 낯가죽이 두텁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어 "북남관계발전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보장을 위해 노력할 대신 군사적 대결을 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북남 화해협력도, 평화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시꺼먼 대결 흉심을 깨끗이 털어버려야 하며 북남선언들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려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26일 '근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한이) 근본 문제들을 제쳐둔 채 그 무슨 인도주의 지원과 교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북남관계 발전이 아니라 저들도 북남선언 이행을 위해 할 바를 다하는 듯이 생색이나 내고 여론을 기만해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남한이) 중지하기로 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계속 벌리는 등 은폐된 적대 행위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그러한 불성실한 자세, 비뚤어진 행동들이 여론의 비난을 자아내자 최근에는 그 무슨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 교류에 대해 떠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 교류나 좀 한다고 일이 제대로 풀릴 수 있겠는가"라며 "북남선언에 제시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현 시점에서의 근본문제임을 주장하면서, 이 사안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남한 측이 인도적 지원이나 북한과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 23일부터 중국 선양에서 남한 민간 단체들과 연쇄적으로 만남이 예정돼 있었으나, 만남 당일 "제반 정세의 이유"를 들어 갑작스럽게 이를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다만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또는 <로동신문>과 같은 매체에 국가 기관의 명의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당장 남한의 인도적 지원을 완전히 거부한다기 보다는 남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것에 보다 강조점이 찍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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