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민간단체 간 접촉을 취소하고 남한에서 열리는 체육행사에 불참할 의사를 전하는 등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남북 간 교류에도 문을 걸어 잠그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남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점검 방북 등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23일 중국 선양에서 만나기로 한 남측 단체들에게 이날 오후 6.15 공동선언 실천 해외위원회 명의로 팩스 공문을 보내 현지에서 열기로 한 회의를 취소한다면서 현지에 있는 북한 인력들을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 측은 갑작스런 취소 통보에 대해 "제반 정세의 이유"라는 설명 외에는 별다른 배경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는 23~24일, 겨레하나는 24~2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은 25~26일에 북측 인사들과 각각 접촉을 가질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오는 7월 광주에서 열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도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광주시청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국제수영연맹(FINA) 코넬 마르쿨레스쿠 사무총장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선수권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전달한 바 있지만 연맹은 계속해서 (북한 측의 참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북한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불참 의사를 밝혀온 것은 없다. 다만 북한 수영연맹 관계자로부터 이번 대회 참가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전달받았다"며 "조직위와 국제수영연맹은 북한의 참가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면서 참가 등록 마감일인 6월 12일까지 북한의 참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북 간 접촉에 나서지 않는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현재까지 일관되게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회담 결렬 이후 한 때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인원을 철수시킨 바 있다. 또 그전까지 매주 금요일에 개최하던 연락사무소 소장 간 회의도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에도 함께하지 않았고, 이에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남한 단독으로 당일 기념행사가 치러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자들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당분간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과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23일 <연합뉴스>는 게오르기 불리초프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CSCAP) 러시아 국가위원회 연구위원이 최근 평양에서 북한 외무성 인사들과 면담을 가진 뒤에 이러한 말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불리초프 연구위원은 통신에 "하노이회담 결렬은 북한이 예상치 못했던 기분 나쁜 충격이었다"면서 "북한 인사들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 양보 의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데 대해 아주 큰 모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하노이 이후 북한은 문을 닫아걸고 어떤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미국·한국 등 누구와도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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