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사로 일하다가 변호사 자격을 갖고 정치인이 된 인물이다. 그는 박근혜 정권 시기에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변호사는 물론이고 정치인은 논리를 설득력 있게 펼치고 대중에게 자신의 이념과 소신을 정확히 전하기 위해 국어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거기에 덧붙여 기본적인 상식을 바탕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어법도 터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근자에 황교안이 공개적으로 하는 말들을 보면 국어와 상식에 관한 지식이 '수준 이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먼저 그의 언행부터 짚어 보기로 하자.
황교안은 걸핏하면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라고 몰아붙이곤 했다. 과연 그런가? 사전적 의미의 좌파는 "어떤 단체나 정당 등의 내부에서 진보적이거나 급진적인 경향을 지닌 세력"을 가리킨다. '촛불대통령'이라고 자임하는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이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에 비해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급진적'인 면은 거의 없다. 문재인 정권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급진파'라면 대통령 지지율이 80% 가까이까지 치솟았던 집권 초기에 사회 각 분야의 적폐를 과감히 청산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난 10일 2주년을 맞기까지 문재인 정권은 '온건 중도파'에 가까운 노선을 걸어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혁명 또는 혁신이라고 평가할 만한 조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황교안은 지난 4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 지금 여의도에는 도끼 비가 내립니다. 쾅, 쾅, 쾅, 쾅. 도끼로 장작을 패듯, 독재 권력의 야만적인 폭력의 비가 내려 서슴없이 대한민국을 부수고 있습니다. 차디찬 금속이 법을 쪼개고 민생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2중 3중 4중 도끼날의 야합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잔인하게 찢어버리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우리 국민, 우리 헌법,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패고 부수고 파괴하고 찢어버리는 저 독재의 도끼날을 저는 피 흘리며 삼켜버릴 것입니다. 결코, 결코, 결코, 죽지 않겠습니다. 독재의 만행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키겠습니다. 독재 종식의 쐐기를 박겠습니다."
황교안이 19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정권 시기에 이런 글을 썼다면 "옳소!"라는 함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독재'라는 말은 문재인 정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지난번 국회에서 벌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사건 때 자유한국당이 쓴 맛을 본 것은 대통령의 독재 때문이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야당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한 몸이 되어 패스트트랙을 관철한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상대적으로 더 난폭한 물리적 싸움을 벌였는데도 네 정당이 하나가 되어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지 않았던가?
황교안은 지난 4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집회에서 "좌파 정권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독재의 마지막 퍼즐을 끼어 맞추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가 문제가 있으면 다 덮어버리고 과거 정부 인사는 문제가 안 되는 것들도 문제로 만들어 모두 옥에 가둬놓고 있다. 이 나라가 수령국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생각을 가진 황교안이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하고 감옥에 갇혀 있는 박근혜를 석방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 자신이 박근혜 정권의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로서 국정농단의 '부역자'로 함께 탄핵을 당했어야 마땅할 텐데 말이다.
황교안은 요즈음 등에 가방을 메고 전국 각지를 돌고 있다. 5월민중항쟁의 본산인 광주에서는 홀대를 받았지만, 영남의 정치적 중심지나 다름없는 대구에서는 2만여명의 열광적 환호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에는 황교안이 이미 '대권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피선거권을 가진 시민은 누구나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실질적으로 방조한 황교안 만은 촛불혁명에 무임승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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