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기태형님이 한편의 글을 보내왔다. 요즘 자신에게 이민을 문의해오는 국내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며 보내온 글이었다. 필자는 이 글에서 이민을 생각하는 친구들의 고된 삶을 이해하면서도 함부로 이민을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이민을 온 많은 분들이 지금 와서 한국을 마치 '이상향'처럼 그리워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도 된다. 정부가 외자유치를 말하고 있을 때 왜 적잖은 국민들은 이민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위정자들이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편집자주
***"이민이나 갈까?"**
직장생활은 정말 고달프다. 아침에 새벽잠 설쳐 가면서 일어나서 숨막히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퇴근 때까지 시달리고 나면 집에 올 때 즈음에는 하는 말,"아,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그리고 퇴근 후 동료와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면 아마 이런 소리 한두 번쯤은 들어 봤을 거다. "이민이나 갈까?"
참으세요, 여러분… 이민은 어디로 가시게? 우리 아버지 때는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지을까?", 이게 유행이더니 이젠 이민이 단골 메뉴인가 본데. 아서라, 농사가 무슨 아이들 소꿉놀이이며, 이민이 무슨 버스 갈아타는 일 인줄 아나?
물론 직장생활 힘들지. 이해한다. 다행히 직장동료라도 있어 도와주고 옆에서 힘이라도 되어주면 다행인데,상사가 사이코라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지어는 휴일까지 무시하며 달달 볶으면 '내가 무슨 멸치도 아니고 왜 볶아?'이런 생각 당연히 나지. 어느 날 별 희안한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 머리 위에 내려 앉으면 사표를 썼다 지웠다, 이러고 싶지…
이해한다, 그 마음. 그런데 그래서 탈출구로 이민을 택한 사람, 결국은 실패하고 좌절하는 거 여기서 많이 봤다.
퇴직금 싸 들고 무작정 와서는 어영부영하다. 가진 것 이리 털리고 저리 쓰고, 이놈에게 떼주고 저놈에게 나눠주고 결국은 쪽박만 차고 한숨만 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민간 친구들보면 전부 골프나 치며 슬슬 놀러 다니는 것 같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자네들이 한국에서 놀면서 편안하게 사는 게 아니듯, 여기서도 어영부영하면 쪽박 차기 십상이다. 한국의 생활이 숨막히는 만큼 이민자의 생활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위태할 때가 많다. 이민 가서 자리잡은 사람들 정말 무섭게 노력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는 영주권을 인정치 않는다. 결국 이 나라에 남아있으려면 취업비자가 있어야 한다. 내가 취직을 한 상태이건, 아니면 내 사업체를 가지고 있건 둘 중 하나가 있어야 한다. 사업체를 소유한 경우 여기저기서 손 벌리는 자도 많다. 알잖아? 동남아 국가들 정부의 수준이라는 거? 결국 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지출을 감당한 방법이 전혀 없다. 한국에 손 벌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런 식으로 계속 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잖냐?
호주나 북미로 이민간 사람들은 편해? 한 순간 삐끗하면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한다. 여기 오신 교포 중 이런 말 하시는 분 많더라.
"한국의 내 친구 집이 전에 얼마짜리였는데 지금은 2배가 올랐다더라. 친구가 이번에 이사로 승진도 하고,아주 잘 나간다더라. 그 자식,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내 밑에서 쩔쩔매던 놈인데,내가 한국에 있었으면 그 자리에 내가 있었을 텐데…"
정말 그럴까? 글쎄 내보기엔 여기서도 별 볼일 없고, 한국에 있었으면 그런 말 하는 양반들은 해고 순위에 맨 앞에 있을 걸…
직장생활 힘들지? 그러나 힘내라. 당신들에게는 이민이 무슨 탈출구처럼 느껴지듯 해외에선 한국이 무슨 이상향처럼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남의 떡은 더 커 보이고 놓친 고기는 다 월척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에게 잘해줘라. 나중에 회사 찾아갔더니 "저 자식 왜 왔어?" 이렇게 쳐다보면 참 민망하잖나? 남의 위에 있을 때 주위사람 깔아뭉갠 인간들 나중에 참 비참하더라.
친구들아, 지금 당연히 힘들 때라는 거 안다. 주위에 사람들 보면 정말 잘 나가는 것 같고 자꾸 자신에 대해 위기의식 느껴지고, 경기는 계속 수직하강하니 직장에 내일도 출근할 수 있을지 불안하겠지.
그러나 두려워하는 것에서 항상 도망만 다닐 수는 없다. 힘들다고 우리의 삶이 팽개칠 수 있을 만큼 하찮은 것은 아니잖냐? 여지껏 힘들지만 잘해 왔잖냐? 맨손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운 우리의 아버지 세대도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재산보다 더 중요한 유산을 물려 줬다. 바로 자존심과 불굴의 의지.
자, 다들 커피 한잔씩 마셨으면 마음 가다듬고 네 자리로 돌아가라. 집에서 너희를 믿고 있는 가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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