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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최대재벌의 기막힌 주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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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최대재벌의 기막힌 주가조작

<기태형의 '자카르타 통신'> 리포의 사기극

인도네시아에는 양대 거물급 재벌이 있으니 리포(Lippo)와 치푸트라(Ciputra) 가 그들이다. 국영회사를 제외하고는 이 나라 자본으로 세운 기업 중에서는 가장 큰 기업군이다.

수하르토 독재시절부터부터 형님, 동생 하는 사이인지 아니면 여보, 자기 하는 사이인지는 몰라도 정치권과 찰떡궁합도 이런 찰떡 궁합이 없을 정도로 이 인니의 양대 재벌은 권력자들과 아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지금의 대통령인 메가와티와의 관계도 연애를 처음 시작하는 연인 사이만큼이나 좋다.

이들 재벌과 권력자의 관계를 두고 혹자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공생관계 정도가 아니라 한쪽이 없으면 나머지 한쪽도 죽을 수밖에 없는 매우 긴밀한 관계이다.

왜? 둘은 심장을 함께 공유하니까.

정치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무슨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물려준 재산도 한계가 있는데, 무슨 수로 재원을 충당하겠나? 그러니 끊임없이 새 피를 공급 받아야 한다. 그 피를 재벌이 댄다. 아주 기꺼이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댄다. 뭐 아까울 게 뭐 있나? 주면 준 만큼 뒤로 챙기면 되는데…

인니 재벌이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등등 해외로 빼돌려 기업주와 그 일족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이 약 1백37억 달러이다. 그 돈은 기업이 은행에서 시설 투자하겠다고 대부해서는 이리 떼먹고 저리 빼돌려 기업주와 일족이 유용한 것인데, 그 빚을 전부 정부에서 떠안았다. 정부가 은행의 부실금융 손실분을 국고에서 지원하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에게서 빚을 받아내려는 조치는 소극적이다.

그 인니의 재벌 중 하나인 리포가 이번에 정말 '대형사고'를 쳤다.
주식시장에다가 자신 소유의 리포 은행(Lippo Bank)의 조작된 지난해 재무제표를 흘리면서, 적자가 나서 막대한 손실을 본 것 같이 소문을 냈다. 당연히 리포 은행의 주식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고 주주들은 미친 듯이 보유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그걸 리포 기업주가 헐값에 사들인 것이다. 기업주가 주식을 저가로 매집해 자신의 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 한 장난이었단다.

우리 상식으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고 무슨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희대의 사기극이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뉴스에도 보도됐으니…

98년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때 인니의 수많은 은행은 도산을 하고 국가는 파산상태에 갔다. 지금도 이들은 IMF의 경제관리를 받는다. 이때 인니 정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연쇄적인 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들을 국유화했다. 그리고 그때 리포가 소유한 은행인 리포 은행도 사실상 국유화됐다.

이 은행의 최대주주는 70%의 주식을 보유한 정부이고, 이 은행은 인니 최대의 은행이다. 이 은행이 망하면 인니경제는 다시 한번 혼란에 빠져들 게 뻔하니. 그걸 아는 기업주는 주식보유분을 늘려 정부에 대항하고 자신의 경영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에 장난을 친 것이다.

손해 본 주식 투자가와 시민단체가 리포 은행의 본점에 몰려가 시위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뉴스에 잠깐 보도되고는 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리포 은행은 오늘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만일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기업주가 구속도 되기 전에 길에서 맞아죽었을 것이다.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 지고, 금융감독원은 줄 초상나고, 기업은 그냥 문닫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스캔들에 대부분의 인니 국민들은 무덤덤하다.

"뭐 내 예금이 동결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주식투자 한 것도 아니고…"

하도 부패가 일상화 되서 포기한 건지 아니면 자신에게 직접 관계없는 일에는 무감각 해진 건지는 몰라도, TV뉴스를 보고 물어보는 내게 마치 남의 나라 일 얘기하듯 한다.

"그래도 괜찮냐?, 이거 스캔들 아냐?"
"뭘 새삼스럽게 그래…"

오히려 묻는 내가 더 머쓱할 정도로 아주 덤덤하게 그 사실을 가볍게 넘기는 모습을 보고 할말이 없었다. 그래도 이 친구는 신문이나 보는 친구고, 다른 친구 하나는" 어 ?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한국도 지금 재벌에 대한 개혁조치를 정부가 진행중인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재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듯 보인다.

"재벌규제가 심해 다른 나라로 떠나야겠다."
"정부가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려 한다."

그러나 그게 정말 규제일까?, 정부가 기업에게 기부금을 내라는 것도 아니고 세율을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자는데 그걸 규제라니? 그러면 3%의 주식보유로 황제처럼 경영하고 주주의 이익은 무시하고 분식회계 해서 재벌총수 주머니에 쓸어 넣고, 자식에게 부를 세습하면서 세금은 요리조리 빼돌리고 무슨 봉건시대의 귀족처럼 기업의 지배권을 세습하는 걸 우리 국민은 인니 국민처럼 그저 그러려니 바라만 봐야 하나?

국민이 침묵하면 정부는 재벌을 정상으로 돌릴 수 없다. 골프와 룸살롱 접대를 기업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조치에도 반발하는 것이 기업이고 정부내 관료이다.

그럼 그 책무를 오직 일부의 정책입안자, 정치인들이 져야 할까? 천만에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 몫이다.

여기 자카르타에서 별 희한한 사기극을 보면서 침묵하는 정부와 그것에 무관심한 국민을 보면서, '왜 국민이 적극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명제에 대한 해답을 본다. 결국 재벌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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