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공격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3주만에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이 추진중인 '포스트 이라크(이라크전후)' 전략의 작동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부시 등 미국수뇌부의 시리아 융단폭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시리아에 화학무기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는 또 "시리아는 미국에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지지해온) 어떤 바트당원과 군부 관리들도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대시리아 경고발언은 지난 11일에 이어 두번째 공개발언이며, 특히 이날 '화학무기' 보유를 언급한 것은 이라크 공격에 앞서 밟은 수순과 동일한 것이어서, 미국이 시리아 공격의사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여러 차례 시리아를 공개비난해온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 프로그램에 출연, 일부 이라크 고위 지도자들이 시리아로 도주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시리아는 전범자나 테러분자의 천국이 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4시간 동안 바그다드에서 미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외국 전사(용병)들 가운데 대부분이 시리아인"이라고 주장했다.
럼즈펠드는 이날 CBS방송에도 출연해 "시리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이라크로 들어왔다"면서 "지난밤 전투에서 많은 시리아인들이 사살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가 후세인 대통령에 은신처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때 시리아는 아주 큰 실수를 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럼즈펠드는 또 "(이런 마당에) 세계의 누가 시리아에 투자를 하겠으며, 여행을 가려 하겠느냐"고 노골적인 경제봉쇄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와 페다인 민병대, 특수보안대 이외에 많은 외국인들, 특히 시리아인들이 미군에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스는 "그들은 용병으로 이라크에 왔고, 이라크인들로부터 돈을 받았다"고까지 주장했다.
***긴장하는 시리아, "이스라엘이 우리와 미국 사이 이간질"**
이같은 미국 수뇌부의 시리아 융단폭격은 시리아 정부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사드 대통령은 부시대통령의 경고발언이 있은 몇 시간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라크전 종전이 임박하면서 시리아를 압박하는 미국의 저의와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히 마련된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집트의 관영 MENA통신은 이날 정상회담과 관련, "양국정상은 이라크전 전개양상과 중동지역에서의 범지구적 정세변화를 논의했다"고만 짤막히 보도하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시리아정부 외교관리들은 잇따라 해명에 급급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시리아의 외무부 대변인 부타이나 샤반은 이날 카타르의 위성TV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라크 수뇌부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시리아와 이라크는 친근하지도 않으며 시리아는 단지 심정적으로 이라크인들을 동정하고 있을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라크전 발발직후 공개리에 미국의 침략전쟁을 비판하며 이라크정부 지지 입장을 밝혔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샤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미국이 이라크에 진격하기 전에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던 대량살상무기를 시리아 국경지대로 옮겨놓았다고 거짓말을 흘리고 있다"며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시리아의 이해관계는 일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에 있는 이라크대사관의 무스타파 부대사도 이날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시의 화학무기 보유 주장과 관련, "우리는 사찰을 받아들일뿐 아니라 사찰 자체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중동지역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없애려는 미국 노력에 적극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 밀약**
이같은 시리아 정부의 저자세적인 적극 해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과연 시리아를 그냥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 미국 수뇌부가 보여주는 노골적인 적대감은 단순히 이라크전 과정에 보여준 시리아의 반미적 입장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한 예로 미국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보유'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미국매파중 하나인 존 볼튼 미국무부 차관은 "시리아는 신경마비 사린 가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경가스 VX를 개발중"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면 미국은 왜 시리아를 이라크 다음 공격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선 두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이스라엘과의 밀약설'이고, 두번째는 '지중해로의 송유관 건설을 위한 장애물 제거설'이다.
첫번째 가설에 대해선 이미 시리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배경으로 이스라엘을 꼽은 데 이어, 13일 영국의 가디언지가 '밀약설'을 상세히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날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이라크 다음으로 시리아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이슬람 과격단체 헤즈볼라와 대결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군사행동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런 움직임은 팔레스타인과의 새로운 평화안을 지지하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의 일환이다. 요컨대 미국은 헤즈볼라에 대한 시리아의 지원을 단절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공격도 포함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모든 효과적인 행동'을 취하겠다고 이스라엘에 약속했고 그대신 미국이 마련한 중동평화안을 이스라엘이 받아들이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약속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미행정부 관리들과 이스라엘 외교관간의 회의와,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관리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뤄졌다.
이 약속은 이른바 중동평화 로드맵에 이스라엘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로드맵은 1967년 이래 이스라엘이 점령해온 팔레스타인 서안에서의 이스라엘 철수가 포함돼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보 달더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를 통제할 수 있으면 지리적, 정치적으로 헤즈볼라에 대한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시리아가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조용히 또는 공개적으로 분명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컨대 미국은 차제에 중동 과격단체들을 지원해온 시리아 정권을 붕괴시켜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주는 대가로 이스라엘에게는 중동평화협정을 받아들이라는 밀약을 추진중이며, 이런 까닭에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대통령을 제거하려는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이럴 경우 중동지역내 반이스라엘 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
두번째 가설은 '지중해로의 송유관 건설을 위한 장애물 제거설'이다.
미국의 이라크전 노림수가 세계 제2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라크 장악과, 현재 걸프만쪽으로 나있는 송유관을 이라크를 경유해 시리아를 거쳐 지중해 쪽으로 건설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따라서 이같은 송유관 건설을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시리아 장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반미적 입장을 고수해온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대통령 제거를 추진중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현재 바샤르 정권에 대해선 전쟁이라는 극한수단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바샤르 대통령의 경우 시리아 국민의 10%에 불과한 시아파 출신으로, 전체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를 부추길 경우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라크전 이후 중동지역의 반미정서가 극대화된 상태이며, 중동의 친미국가들이라 할지라도 중동지역에서의 이스라엘 영향력 확대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미국의 시리아 바샤르 정권 붕괴 공작이 쉽게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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