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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여신 희망의 여신이여, 가자를 비추라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이스라엘 공습 1년, 불씨 없는 팔레스타인

인류가 새천년을 맞이하고 10년 째 되는 2010년 새해도 벌써 1개월이 흘렀다.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올해만큼은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이 평화로워야 할텐데…"라는 희망 속에 새해의 첫새벽을 맞이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천년을 맞이한 뒤 지내온 10년 동안을 떠올리면 지구촌 평화가 쉽게 자리 잡을 것 같지는 않다.

현대전, 총구는 민간인을 노린다

일반적으로 전쟁연구자들은 1년에 1000명이 죽은 무장충돌을 '전쟁'이라 규정한다. 이런 전쟁 개념규정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15개 안팎의 전쟁이 벌어져왔다(2007년 14개, 2008년 16개, 2009년은 15개로 잠정 집계).

따라서 2010년에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갈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재파병을 결정한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이 그러하다.

대부분의 현대전쟁은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기에 비전투원인 민간인들의 더 많은 희생을 낳는다. 특히 전쟁 희생자들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를 비롯한 비무장 민간인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아프간 해외파병을 반대하는 주요한 근거다.

가자 지구 공습은 '전쟁' 아닌 '학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하마스(Hamas) 사이의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그 '전쟁'이 교전 쌍방간의 치열한 접전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학살'이었고(팔레스타인 사망자 1300명, 이스라엘 사망자 13명), 희생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었다.

이스라엘 평화운동단체인 베첼렘(B'Tselem)이 8개월 동안의 끈질긴 조사 끝에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망자 1300명 가운에 330명만이 전투원(팔레스타인 무장저항단체인 하마스 대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비무장 민간인이고, 그 가운데 18살 아래의 미성년자가 320명에 이른다.

이는 분명한 전쟁범죄 행위라서, 유엔 인권위원회에선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행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스라엘의 강고한 동맹국인 미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의 한국은? '눈치 빠른' 일본과 함께 기권을 했었다.

가자 지구 재건조차 방해하는 이스라엘

가자 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군은 마구잡이 인명살상에 덧붙여 엄청난 파괴 행위를 저질렀다. 그 때문에 전쟁이 끝난 지 1년이 지나도록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는 중이다. 집을 지을 시멘트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질 않아 추위에 떨고 있다.

현지 취재 때 이스라엘군의 파괴현장을 둘러보다가 눈길이 머문 곳이 건축용 시멘트를 버무리는 레미콘 공장이었다. 그곳 공장기계들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철저히 망가진 상태였다. 레미콘 차량들이 모두 벌렁 뒤집혀 하늘을 보고 누워 있거나 옆으로 넘어진 상태였다. "아니 저 레미콘 공장은 군수용 물자를 만드는 곳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곳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기가 턱 막혔다. "전쟁이 끝난 뒤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려면 레미콘 공장이 잘 돌아가야 하는데, 이스라엘은 전후 재건 자체를 훼방 놓으려고 저런 못된 짓을 저질렀다."

▲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철저히 파괴된 레미콘 공장. 이런 파괴행위는 팔레스타인 전후복구를 매우 어렵게 만든 한 요인이다. ⓒ김재명

그로부터 1년. 그동안 이스라엘은 시멘트, 목재, 유리 등 건축자재들이 가자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왔다. 시멘트를 실은 트럭들이 가자로 통하는 검문소를 지나려고 하면, 그곳 이스라엘 군인들이 "보안상 이유로 못 간다"고 막아서기 일쑤다.

지금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부서진 집을 고치지 못하고 한밤의 추위를 맞고 있다. 지중해성 기후라 낮에는 따뜻해도 겨울철이라 밤 추위만큼은 견디기 쉽지 않다. 오죽하면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이 2009년 말 영국신문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렇게 안타까워 했을까.

"국제구호기관들이 군사적 목적으로는 쓸 수 없도록 하겠다는 보증을 해도, 건축자재의 반입이 안 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지 않고) 그런 끔찍한 상황을 바라만 보는 중이다."

팔레스타인의 밤은 어둡다

지금 가자지구의 밤은 깜깜하다. 전기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1년 전 전쟁 때 끊어졌던 전깃줄을 아직도 잇지 못한 것도 전기 상황을 악화시킨 탓이다. 유엔 쪽 조사로는 약 4만 명의 가자 주민들은 지난 1년 동안 전기 공급을 아예 못 받고 지내왔다.

형편이 그나마 나은 지역들도 1주일에 나흘, 그것도 하루 8시간만 전기가 들어오고, 그나마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전기가 꺼지는 일이 흔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밤에 석유등잔을 켜놓고 지내는 형편이다.

가자 지구에는 최대 75MW의 전력을 생산해 가자 서부지역의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가 하나 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로부터 충분한 연료와 관련 부품(송전 케이블,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물자들)을 들여오지 못해 제구실을 못한다.

가자 동부는 이스라엘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데, 그 상태가 불안정하기로는 오래 전부터 악명이 높다. 이스라엘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전기를 끊기 일쑤다.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그래서 중요한 수술이 있을 경우 아예 대형 자가발전기를 가동시켜 놓는다.

▲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취사용 가스 한통을 채우려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김재명

빛 없는 현실이 '피의 보복' 부르기 전에…

현지취재 때 만났던 가자 알라자르 대학 므카이마르 아부사다 교수(정치학 박사)는 "암흑은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날마다 겪는 현실"이라 한숨지었다. 빛의 여신, 희망의 여신이 있다면 그녀들은 팔레스타인에게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을 통째로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았던 것이 지난 1967년의 일이었으니, 벌써 40년을 훌쩍 넘겼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35년 고난의 세월을 보냈던 것보다 더 길다.

그동안 많은 피눈물이 뿌려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 땅은 좌절감과 분노가 넘친다. 그런 좌절과 분노는 폭력적인 출구를 찾기 십상이고, 그럴 경우 '피의 보복' 악순환을 낳기 마련이다.

빛의 여신, 희망의 여신이 힘을 합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평화로운 독립국가의 꿈을 이뤄줄 날은 언제쯤일까.

* '참여연대' 월간지 <참여사회> 최근호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필자 이메일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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