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이달말 급작스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 회복'을 이유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키로 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외교가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2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영국과 프랑스를 4월에 방문해 블레어 영국총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질 방침을 굳혔다.
이 신문은 "정상회담에서는 이라크 종전후의 복구지원 방안, 미-영과 독-불-러의 대립으로 위신이 떨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회복 등을 협의하고, 오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에비앙 서미트(주요국 정상회담)의 의제에 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문기간은 4월26일에서 29일까지 나흘간이 될 것으로 잠정결정됐으며, 만약 국회일정이 조정되면 영국과 프랑스외에 독일과 스페인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고이즈미의 느닷없는 영국, 프랑스 방문은 외형상 이라크 종전후의 복구지원 방안 협의 등을 내세우고 잇으나, 실제 목적은 '유엔 안보리의 기능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위한 게 아니냐는 게 국제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런 관측은 최근 부시 대통령이 고이즈미와의 통화에서 이라크전후 유엔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본의 안보리 가입 의사를 타진한 데에 기초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이라크전 발발직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전 협력문제를 논의했을 때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닌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었다고 여러 일본 소식통들이 30일 말했다.
일본정부는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중시하며, 미국이 앞으로 유엔개혁에 본격 착수해 일본을 상임이사국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큰 기대감을 표시하며 벌써부터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한 물밑 외교노력에 착수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지난 10년간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숱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좌절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과연 이번에는 부시의 후광아래 숙원을 이룰 수 있을지, 동북아 전체 역학관계 측면에서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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