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재 고전중인 이라크전에 일본을 끌어들이는 대가로 일본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주려 한다는 뒷거래 의혹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은 일본의 오랜 숙원으로, 일본측은 이같은 제안에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시도는 유엔의 기존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노림수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부시, "일본이 안보리 상임국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31일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이라크전 발발직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전 협력문제를 논의했을 때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닌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었다고 여러 일본 소식통들이 30일 말했다.
일본정부는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중시하며, 미국이 앞으로 유엔개혁에 본격 착수해 일본을 상임이사국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큰 기대감을 표시하며 벌써부터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한 물밑 외교노력에 착수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이라크전 종전후 미국 추종세력으로 유엔 안보리 재편?**
이같은 지지통신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후 유엔 안보리를 미국 추종세력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부시는 이번 이라크전 강행 과정에 유엔 대다수 회원국은 물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강한 반발에 부딫쳐 결국 영국과 함께 전쟁을 강행해야 했다. 특히 프랑스,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는 미국에게 현 안보리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강한 필요를 느끼게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부시가 고이즈미 일본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속내를 털어놓은 점은 이라크전이 끝난 후 미국이 유엔을 전면개편하면서 친미세력 중심으로 안보리 역학관계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미국, 그 대가로 자위대의 이라크전 참전 요구**
미국은 그러나 일본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만들어주는 대신, 일본에게 '이라크전 참전'이라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일본을 방문중인 파고 미태평양 군사령관은 31일 도쿄의 미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의 대 테러전쟁때 일본이 했던 공헌을 일본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아프간전쟁때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했던 대목을 언급한 것으로,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일본 자위대의 파병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아직 미지수다. 일본은 이번 이라크전이 아프간전쟁때와는 달리 국제적 명분이 없는 석유쟁탈전이라는 판단아래 이라크전 개전직전에야 미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파병만은 할 수 없다고 천명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의 오랜 숙원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제안한 만큼 일본의 향후 대응태도는 바뀔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된다는 것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미국이 용인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는 현재 미국이 중국을 가장 경계해야 할 '잠재의 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 앞으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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